“‘가품 착용’ 송지아 비판, ‘온라인 집단린치’ 양상···외모비하·가족 신상털기까지”

지난달 26일 경향신문 기사 제목이다. 기사는 “수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대중을 속인 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송씨를 향한 공격이 점차 ‘온라인 린치’ 양상을 띤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자극적 이슈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명 ‘사이버 렉카’와 인터넷 매체들의 수익 모델에 기여할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유튜버 강용석이 송지아(유튜버 ‘프리지아’)의 민낯 장면을 ‘화장발’이라고 조롱한 것이나 송씨 아버지 직업을 거론한 것까지 그대로 기사화한 것이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대다수 언론이 송씨에게 공격을 퍼부을 당시 빠르게 그 문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경향신문 편집국에 소속된 스포츠경향에선 경향신문이 지적한 언론 보도 행태를 도리어 적극 보도하고 있었다. 

“강용석, 송지아 외모비하 ‘속지 말자 화장발’”(1월24일 스포츠경향)
“[단독]송지아 동료 박지현 학력 관련 해명 요구 빗발”(1월24일 스포츠경향)
“활동중단 송지아, 부친 해명 요구에 압박감 느꼈나”(1월25일 스포츠경향)
“[단독] ‘송지아 책임론’ 강예원, 실제 나이 달랐다”(1월26일 스포츠경향)
“송지아 부친, 치과의사 아닌 유흥업소 사장이었나”(1월26일 스포츠경향)

▲경향신문의 프리지아 관련 기사. 
▲경향신문의 프리지아 관련 기사. 

 

▲스포츠경향의 송지아 관련 보도 목록. 
▲스포츠경향의 송지아 관련 보도 목록. 

스포츠경향 보도에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이번 프리지아 보도에서 (송지아 소속사의 대표이자 배우인) 강예원의 나이가 실제와 달랐다며 단독을 달고 보도한 기사를 보고 놀랐다”며 “경향신문은 저널리즘 원칙을 강조하고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소수자 권리를 옹호하고 그렇지 않은 사회 현상을 비판하는데, 정작 스포츠경향에서는 여성혐오를 조장하거나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리는 보도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편집국 아래에는 정치부, 국제부, 스포츠경향, 스포츠부 등이 배치돼 있다.  스포츠경향은 경향신문 편집국 산하에 있고, 스포츠경향 기자들도 편집국 소속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직·직제와는 달리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은 독립적으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경향신문 독실위, 스포츠경향 보도에 우려

앞서 경향신문 내에서 스포츠경향 보도 행태를 지적한 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경향신문 보도를 비평하는 ‘독립언론실천위원회’는 앞선 9월18일 스포츠경향 ‘[단독]우OO 몸캠피싱 피해 영상 확산→인스타 비공개’ 기사에 대해 “우OO 선수가 몸캠 피싱의 피해자인데도 피해자 실명을 기재해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며 “이는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실명 보도 경위와 왜 보도가 걸러지지 않았는지 설명해달라”고 지적했다.

당시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스포츠경향 편집국장한테 여쭤봐서 경위서를 받았다. 그때 단독기사인데 선수가 피해자이니 고민을 했고, 우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름을 써서 보도할 것이니, 스포츠경향으로선 아쉬워서, 그 순간 욕심이 나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앞으로 주의하겠다, 신경쓰겠다,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스포츠경향 국장이 말씀했다. 저도 같은 제호로 나가니까 열심히 보겠다”라고 답변했다.

▲경향신문의 홈페이지.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 주간경향이 함께 소개돼있다. 
▲경향신문의 홈페이지.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 주간경향이 함께 소개돼있다.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 두 얼굴 성향으로 느껴져”

일부 연예지 기자들은 연예·스포츠지 가운데 스포츠경향 보도가 더 자극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연예 전문지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에 “프리지아 보도의 경우 스포츠경향이 가장 자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김용호와 ‘사이버렉카’ 등 유튜버 ‘썰’을 그대로 받아쓰며 단독을 달기도 했다. 유튜버가 제기하는 루머를 확인하지 않고 ‘의혹’이나 ‘논란’ 등 제목으로 낚시성 기사를 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심지어 프리지아 소속사 대표인 강예원 나이까지 보도하고 ‘(나이를) 속였다’며 단독을 달았다”며 “경향신문은 프리지아 사태 때 언론이 ‘집단린치’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정작 그 린치 선봉은 스포츠경향 기자들”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뒤에서는 스포츠지가 조회수 첨병 역할을 하고, 경향신문 본지는 앞에서 언론사를 비판하는 ‘두 얼굴’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번 프리지아 사건뿐 아니라 스포츠경향 일부 기사는 현장 취재보다 커뮤니티 소스가 많다. 타사 단독 보도를 제목만 바꿔 단독으로 써서 업계에서도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스포츠지와 일간지 독자층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도 경향신문과 그 편집국 산하 스포츠매체가 상반되는 논조로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 서울 정동 경향신문 사옥.

스포츠경향 “기자 양심 어긋나지 않으면 다양한 기사 가능”

경향신문 측은 스포츠경향 편집국장이 따로 있는 만큼 독립된 편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은 독립된 매체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편집국 관계자는 7일 미디어오늘에 “스포츠경향 편집권은 경향신문과 독립돼 있다”며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라고 했다.

엄민용 스포츠경향 편집국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뿐 아니라 타 편집국에서도 다양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시기에 따라서도 다른 관점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독자들이 보시기에 (모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취재를 한 기자는 자신의 관점에서 옳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국장은 “경향신문과 스포츠경향은 한 회사이고 밀접한 관계이지만 기사 제작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며 “기자 각자의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다양한 목소리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언론사여서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독실위가 스포츠경향 보도 행태를 지적한 데 대해 엄 국장은 “경향신문 독실위는 해당 보도가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았고 보도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는데, 우리도 같은 고민을 했다”며 “그러나 익명 보도를 할 경우 기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실명 보도를 하게 됐다. 기사가 나간 후 제재를 받거나 비판 받은 적 없었다”고 설명했다. 

엄 국장은 “기사를 쓸 때 기사 가치와 기사 대상의 인격권 문제는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지만, 그런 의견은 서로 주고 받는 것이고 ‘이렇게 쓰라’고 조직이 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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