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악성 댓글과 이메일로부터 소속 기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새로 도입했다. 악성 이메일 발신자에게 회사 차원의 경고 메일을 보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네이버 포털의 댓글창 끄기 기능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경향신문 소통·젠더 데스크는 지난해 12월29일 “악성 이메일·댓글 참지 마세요”란 제목의 사내 공지를 띄우고 이날부터 댓글과 이메일 관련 세 가지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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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회사 대표 신고계정을 마련하고 개별 기자들이 인신공격성 이메일을 받을 경우 전달(포워딩)하도록 했다. 경향신문은 악성 이메일 발신자에게 회사 차원의 1차 경고 이메일을 발송한다. 모욕 수위가 심각하거나 반복될 경우 행정디렉터와 편집국장 검토를 거쳐 법적 조치에 들어간다.

경향신문은 네이버 댓글창 닫기 기능도 적극 활용하도록 공지했다. 기자와 데스크가 협의해 콘텐츠운영팀에 요청하면 해당 기사 네이버 댓글창을 닫는다. 경향신문은 “성범죄, 젠더 관련 기사뿐 아니라 댓글창이 2차 가해의 현장이 되거나 기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이 있는 경우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경향신문 자체 홈페이지인 경향닷컴의 경우 모니터링 업체를 통해 인신공격 2차가해성 댓글을 삭제하고 게시자 추적도 할 수 있다.

경향신문은 기사 본문에도 온라인 괴롭힘과 인신공격에 대한 경고 문구를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가 기사 입력창에서 단축키를 누르면 “악성댓글은 삭제·신고조치 될 수 있고, 기자 개인에게 인신공격성 이메일을 보낼 경우 발신자를 추적해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자동 입력된다. 이 기능은 기자가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다.

▲경향신문 제호
▲경향신문 제호

경향신문 소통·젠더 데스크는 소속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 같은 방안을 강구했다. 장은교 소통·젠더 데스크는 “기자들과 얘기해 보니 심각한 수위의 인신공격과 욕설 이메일을 지속적으로, 다수 받고 있었다. 특히 이름이 여성으로 보이거나 여성 기자의 사진이 첨부된 보도, 젠더 불평등에 대한 콘텐츠의 경우 더 심했다”고 도입 계기를 밝혔다. 댓글의 경우 “건전한 비판을 떠나 막무가내 인신공격과 2차가해 현장이 되는 문제가 반복됐다”고 했다.

장은교 데스크는 “기자들은 바쁜 일정 탓에 매번 피해 사실을 부장에게 얘기하거나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수사의뢰하기에 물리·심리적 부담이 크다”며 “회사 차원에서 기자들을 보호하고 폭력에 둔감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부 상황에 맞춰 세 가지 방법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각 언론사가 포털 뉴스페이지 내 기사 댓글란을 닫을 수 있도록 ‘댓글 온/오프’ 기능을 추가했다. 이후 한겨레가 성범죄 기사 가운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기사에서 댓글창을 닫기로 운영 방침을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언론사는 이미 댓글을 통한 혐오·모욕성 발언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2017년부터 기사마다 댓글창을 운영할지를 판단하고 댓글도 일일이 선별해 노출한다. 가디언은 2016년부터 이민·인종·이슬람 주제의 기사에 댓글창을 운영하지 않는다. CNN과 BBC는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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