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가 넘치는 시대, OTT와 콘텐츠들이 쏟아져 무엇을 볼지 방황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OTT들도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 도구들을 추가한 바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초 온라인 간담회에서 순위 집계를 새로 만든 이유에 대해 “콘텐츠를 실제 보는 시간보다 뭘 볼지 고르는 시간이 더 길다는 피드백을 보고 ‘콘텐츠 탑10’ 집계를 만들었다”고 밝힌 적 있다. 

[관련 기사: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한국 진출에 “작은 파이두고 싸울 때 아냐”]

어떤 영화를 볼지 선택하는 데 고민을 줄여주는 콘텐츠 자체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특히 영화 한 편을 10분~20분에 요약해주는 유튜브들은 보통 ‘영화 리뷰. 결말 포함’ 등의 제목을 달고 영화 결말까지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한 유튜브 채널의 경우 ‘신급AI 인공두뇌를 이식받으면 벌어지는 일’, ‘식인종에게 팔다리를 먹힌 여성의 복수’, ‘남들보다 시간이 100만배 느리게 가면 벌어지는 일’ 등 영화 주제를 재미있는 제목으로 끌어냈는데 각각 56만, 87만, 368만회 등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영화 요약 유튜버들이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지적 받지만 한국에서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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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리뷰 유튜브들. 
▲수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리뷰 유튜브들. 

인기 영화 유튜버가 OTT 순위를 뒤바꾸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조선일보는 ‘이 남자가 소개하면 넷플릭스 순위가 바뀐다’(2021년 3월20일)라는 기사에서 영화 유튜버 ‘김시선’(구독자 136만)을 인터뷰했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집’은 2017년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됐지만 한국에서는 큰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김시선’에서 각 시즌 별로 소개 영상을 만들고 난 후 ‘오늘 한국의 TOP 1’까지 이름을 올렸다. ‘마인드 헌터’, ‘퀸스 갬빗’과 같은 콘텐츠도 그가 영상으로 소개한 후 인기를 끈 사례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이 남자가 소개하면 넷플릭스 순위가 바뀐다]

SK 브로드밴드 B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소개 프로그램 ‘영화당’은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의 조합으로 한 영화에 대한 각기 다른 관점의 토크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두 사람은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콤비라는 점에서 영화당 진행자들의 티키타카 그 자체를 즐기는 팬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은 종료된 B TV 영화 큐레이팅 프로그램 ‘영화당’ .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가 영화 관련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종료된 B TV 영화 큐레이팅 프로그램 ‘영화당’ .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소설가가 영화 관련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IPTV들은 이처럼 자사 콘텐츠 홍보를 위해 소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B TV는 ‘영화당’ 외에도 영화 소개 프로그램 ‘최고다! 오션’, ‘스토리텔링 클럽’과 방송 콘텐츠 관련 ‘티비픽’을 제작하고 있다. ‘최고다! 오션’은 영화·연예 전문 최정아 기자와 영화 유튜버 ‘리드무비’의 김종길씨가 출연한다. 편당 15분~20분 정도다. 두 MC가 모두 기자 출신인데 유튜버 김씨는 본편 분석을 통한 관점을 제시하고 최정아 기자는 제작사, 감독, 배우 인맥을 활용한 팩트체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끌어간다.

‘스토리텔링 클립’은 영화 전문 스크립터 및 유튜버와 협업해 SK 브로드밴드의 구독형 영화 전문 서비스 ‘오션’(OCEAN)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소개 프로그램으로 매출 20% 성장한 콘텐츠

IPTV 0번 채널을 통해 콘텐츠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KT의 올레TV 경우 ‘본자들’, ‘파본자들’이라는 콘텐츠 소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TV셋톱박스 부팅 시 처음으로 등장하는 채널(998번·채널 olleh tv)에서 방영된다.

두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는 인물은 유튜버 ‘천재이승국’(본자들)과 방송인 김민아(파본자들)로 MZ세대에 맞춰 콘텐츠를 친근하고 쉽게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올레TV 0번 채널 ‘본자들’ 프로그램 갈무리. 사진출처=KT.
▲올레TV 0번 채널 ‘본자들’ 프로그램 갈무리. 사진출처=KT.
▲올레TV 0번 채널 ‘파본자들’ 프로그램 갈무리. 사진출처=KT.
▲올레TV 0번 채널 ‘파본자들’ 프로그램 갈무리. 사진출처=KT.

‘본자들’의 경우 최신영화와 독립영화, KT오리지널 등 다양한 영화 콘텐츠를 소개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25일 미디어오늘에 “최근 소개한 웨스 앤더스 감독의 영화 ‘프렌치 디스패치’의 경우, 전체 TOP 20 매출 순위에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본자들’의 영화 소개 후 전체 매출의 20%를 상승·견인한 성과가 있었다”고 알렸다.

올레TV ‘파본자들’의 경우는 최신·인기작 외 다양성 콘텐츠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미중일 드라마 시리즈, 애니메이션, 예술 영화 등을 주로 소개한다.

KT 홍보실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리뷰어들을 초대해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소개한다는 면에서 ‘본자들’과는 차별점이 있다”며 “이번 최신영화 ‘경관의 피’를 소개할 때는 프로파일러가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다양한 리뷰어들이 출연하는 것이 이색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LG U+의 경우 소개 프로그램이 아닌 자회사 채널을 연계했다. LG U+관계자는 “IPTV를 틀면 바로 나오는 화면에 소개 프로그램이 아닌 자회사 채널을 배치했다”며 “해당 채널의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방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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