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허위이력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건희씨는 지난 15일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했고, 윤석열 후보도 “국민이 바라볼 때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다면 사과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는 “여권의 공세가 기획공세”라고 주장했다. 마치 허위이력이 드러난 게 여권 탓이라는 주장인데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자 일부 신문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입시 당시 표창장 위조사건과 비교하며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에게 들이댔던 엄격함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당시엔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에 나서놓고 김씨 허위이력에 대해 윤 후보가 당시 관행을 들먹이거나 “전체적으로 허위는 아니었다”는 식의 반박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3박4일간 호주 순방 일정을 마치면서 페이스북에 스콧 모리슨 총리 부부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국민들 고통 이루 말할 수 없는데 해외 관광지 사진 올린 文”이란 제목의 사설로 비판했다. 

▲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 16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모음

 

윤석열·김건희 부부 해명에 문제 있다는 언론
국민·세계, 조국 딸 표창장 사건과 비교하기도

김씨는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교수 초빙 지원서’ 경력사항에 2002년 3월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로 일했다고 썼지만 협회가 설립된 건 2004년 6월이었다. 2004년 서울국제만화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했지만 본인이 직접 한 작품이 아니라서 수상경력 부풀리기란 비판도 나왔다.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지원 이력서에도 허위경력이 기재됐다는 문제제기까지 나왔다. 

16일 국민일보는 사설 “김건희씨 의혹, 해명도 사과도 국민 눈높이 안 맞아”에서 “윤 후보는 김씨의 사과 발언 직전에는 ‘(당시) 관행이나 현실을 보라’고 반박했다”며 “겸임교수 선발은 정규직을 뽑는 것처럼 엄격한 절차가 없고, 사단법인 이사도 느슨한 자리이니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였다”고 지적했다. 

▲ 16일 경향신문 만평
▲ 16일 경향신문 만평

 

윤 후보는 15일 기자들에게 “대학 관계자에게 물어보라. 채용비리라고 하는데,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다. 시간강사는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 (이력서 등)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니다. 그 현실을 좀 잘 보라”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교수노조와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윤 후보 발언에 대해 “전국의 대학 강사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간강사라도 해보려면 실질적으로 5년 이상 연구경력이 있어야 한다. 윤 후보는 대학 강사들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윤 후보와 김씨는 국민과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들에게 요구했던 엄격함을 생각해야 한다”며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는 게 순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허위이력은 조 전 장관 가족의 허위표창장과 비교하면서 잣대가 다른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국민일보는 “국민 앞에 등장하지 않은 채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억지 사과, 면피용 사과를 한 것으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어물쩍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김씨는 자신이 경력을 부풀린 정황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라는 식으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도 “윤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대선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며 “그런 만큼 조국 전 장관의 딸이 입시 때 표창장을 위조해 합격했던 것과 뭐가 다르냐는 비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 부부의 사과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설에서 “윤 후보는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이 ‘부당한 기획 공세’라는 주장을 이어갔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 김씨 해명에 대해서는 “무엇에 대해, 왜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짧고 두리뭉실한 사과 표현 몇 개만 내놓았을 뿐”이라며 “당장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모면해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사과로 들리는 이유”라고 했다. 

한겨레는 “김씨는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성실히 소명하고 윤 후보도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며 “그게 윤 후보가 그토록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기획공세지만 송구하다’는 윤석열의 ‘배우자 의혹’ 사과”에서 “윤 후보는 ‘공정’을 내걸고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는가”라며 “허위 경력 의혹 관련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부터 따져보자는 중앙

중앙일보는 사설 “김건희,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에서 “이런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실관계’(임태희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다”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런 모호한 사과가 아니라 허위 경력인지, 아닌지 분명한 팩트를 밝힌 뒤 사과할 게 있으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사실관계를 떠나 사과드린다”고 했고,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사실관계부터 따져보고 제대로 사과하라는 주문이다.

중앙일보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대응도 잘못됐다”며 “(윤 후보 해명에 대해) 잘못한 게 없다는 건가, 아니면 관행이니 묵인해 달라는 건가. 현 정권의 내로남불을 질타하며 집권하겠다는 사람이 ‘내로남불’을 하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겨레는 김씨 허위 경력 이슈를 다룬 1면 톱기사 제목을 “윤석열의 ‘뒤틀린 공정’”이라고 지었다. 

▲ 1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6일자 한겨레 1면 기사

 

文에게 관광명소 사진 올린 이유 묻는 조선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호주 총리 부부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인 호주를 방문한 것은 광물과 희토류 공급망 협력과 방산 협력을 위해서”라며 “마지막 날까지 가족 동반으로 함께해주신 모리슨 총리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썼다.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평상시라면 해외 순방에 나선 대통령이 함께 회담한 상대국 정상과 관광 명소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을 공개한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국내 상황은 그런 평상시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심각한 비상 상황”이라고 설명한 뒤 “문 대통령이 오페라하우스 사진을 올린 그때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말하고 있었다. 수백만 자영업자들 삶이 다시 구렁텅이로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스스로 ‘위드 코로나에서 후퇴는 없다’고 한 지 2주 만에 방역 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이라며 “대통령의 완전한 판단 착오”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마당에 문 대통령이 관광 명소 사진을 굳이 인터넷에 올린 이유가 뭔가”라며 “대통령 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이 어떨지 헤아려 보기라도 했나”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피해를 본 국민들의 아픔을 진실로 공감하고 있다면 결코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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