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 14일 ABC협회‧신문협회‧문화체육관광부에 ‘ABC협회 정기총회에 대한 광고계 입장’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고 “9월10일 정기총회가 정관 및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진행된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9월 말까지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임 회장의 상식을 벗어난 불법‧부당사항”에 대한 법적 절차까지 예고하며 강력 경고에 나섰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문체부를 통해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광고주협회는 “ABC협회 정관에 의하면 총회는 이사회에서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기타 안건으로 처리한 △광고계 회비 미납사의 회원자격 처리 문제 △이만우 부회장의 해임안 △한국ABC협회의 이사 개편안 등은 지난 7월30일 이사회의 정상적인 절차와 의결을 거치지 않은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관에는 총회에 출석할 수 없는 회원은 그 회원이 소속하는 회사의 임직원이나 또는 표결권을 행사하는 다른 회원에게 서면위임으로 표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표결권을 위임할 수 없는 회장에 위임하도록 해 정관 규정을 위반한 만큼 회장에게 위임한 모든 표결권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10일 총회에선 참석 대상 1177개 회원사 중 590여 곳이 위임장을 보내 총회 의장이었던 이성준 전 회장에게 표결권을 위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준 전임 ABC협회장. 현재 상임고문이다. ⓒ연합뉴스
▲이성준 전임 ABC협회장. 현재 상임고문이다. ⓒ연합뉴스

광고주협회는 “정기총회에서는 회원들이 보고사항과 기타사항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도록 기망했으며, 전임 이성준 회장은 회의를 중립적으로 주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원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했으며 또한 찬반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동의나 재청 등 정상적인 표결절차 없이 사적 목적을 위해 독단적인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성준 전 회장의 상임고문 추대는 표결 없이 통과됐다. 

광고주협회는 상임고문이 된 이 전 회장을 가리켜 “ABC협회 초유의 사태에 책임있는 핵심 당사자로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정관을 무시하고 비상근 회장 재직 시 미급여 2억6800만 원을 지급토록 하고, 상임고문 및 활동비까지 지급하도록 결정한 것은 사실상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만우 부회장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결과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이) 무혐의 사건으로 종결되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해임을 결정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광고주협회는 “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 9월 말까지 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전임 회장의 상식을 벗어난 불법‧부당사항에 대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실망한 회원사의 탈회 요구에 대해서는 향후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 예고했다. 향후 광고주협회 소속 회원사들이 대거 ABC협회를 떠날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ABC협회.
▲ABC협회.

이와 관련해 임호균 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반론보도닷컴’ 기고에서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ABC협회는 신뢰회복과는 점점 멀어지는 길로 가고 있으며 퇴출의 길을 스스로 재촉하고 있다. 한국ABC협회를 마치 개인 회사처럼 운영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신뢰성 추락의 책임 당사자가 다시 상임고문에 위촉돼 상왕 행세를 하려는 상황에서 ABC협회 앞날은 어둡다”고 우려했다.

현재 ABC협회는 문체부로부터 기관장 경고까지 받았던 인사를 상임고문으로 앉히며 ‘ABC협회 정상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든 상황이다.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광고주협회 공문과 관련해 아직은 검토단계다. 해야 할 대응이 있다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7월 ABC협회가 발표하는 유료부수인증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책적 활용 중단’을 발표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사안에 대한 ABC협회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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