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누리꾼들로부터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시달렸던 안산 선수 사례는 언론에도 반성할 과제를 남겼다. 유의미하지 않은 논쟁을 벌인 특정 집단을 과잉 대표해 발언권을 준 점이다. 온라인 괴롭힘이자 성차별주의에 준한 행동을 ‘젠더 갈등’이나 ‘페미니즘 논란’으로 전달해 실재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잉 보도 문제가 나올 때면 ‘포털에 종속된 트래픽 경쟁’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번엔 “트래픽 구조만 강조하면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을 은폐한다”는 지적이 언론계에서 나온다. 기자들 스스로 문제 커뮤니티 인식에 공감한 점이다. 

‘남성 혐오’ 용어는 단적인 예다. 혐오는 강자가 약자에 행하는 차별·가해 행위다. 남성과 혐오의 합성어가 타당한지부터 논란인데, 언론은 남성 혐오라 규정하기 어려운 대상도 무분별하게 혐오라 칭해왔다. ‘오조오억’ ‘웅앵웅’ 등의 온라인 용어나 과거 ‘메갈리아’ 사이트 로고의 집게 손가락 모양 등의 표현이 예다. 여성폭력방지법이나 페미니즘 자체에 ‘남혐’을 붙인 기사 제목도 있다.

▲7월29일 언론노조 성평등위가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비판한 기사 헤드라인 일부.
▲7월29일 언론노조 성평등위가 "의견 대립으로 확산시키는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비판한 기사 헤드라인 일부.

종합일간지 A기자는 “남성들이 말하는 혐오는 대개 조롱이나 무시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남성 기자인 그는 “혐오란 일반적으로 여성,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이 소수자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위계에 따라 멸시받고, 차별과 폭력, 더 나아가 생명의 위협까지도 느끼는 상황에 놓이는 것”인데 “남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목숨이나 성범죄를 걱정하거나, 시장에서 성별을 이유로 차별을 겪을까 걱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언론은 혐오를 대등히 사용하는데 이게 실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젠더 갈등’ ‘남혐 vs 여혐’ 식의 갈등 프레임도 같은 논리다. 젠더 갈등은 계급 갈등, 인종 갈등처럼 사회 구조적 불평등의 개혁을 둘러싼 대립 관계다. 그러나 언론은 어떤 성별 집단이 단순히 싸우는 모양새만 취해도 ‘젠더 갈등’이라 칭한다. SNS상의 말싸움도, 한 커뮤니티가 특정 성별을 향해 비난 여론만 조성해도 젠더 갈등이다. 

종합일간지 B기자는 “사회적 갈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게 언론의 일이 맞지만, 대개 유의미한 논쟁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이를 ‘남혐 vs 여혐’ 구도로 놓고 대등한 대립으로 전달하는 걸 보면 한심하다”며 “균형 보도를 운운하며 일베, 펨코 등 남초 커뮤니티의 극단적 주장을 지면에 버젓이 싣는다. 언론이 이들을 과잉 대표하면서 세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C기자가 비판한 지난달 30일 문화일보 1면 관련 기사.
▲C기자가 비판한 지난달 30일 문화일보 1면 관련 기사.

이런 기사가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하는게 언론의 현 주소다. 지난달 30일 문화일보 1면이 예다. 또 다른 종합 일간지 C기자는 “제목은 온라인 학대라고 하면서 내용에선 젠더 갈등으로 명명했는데, 안산 선수 공격에 대한 비판으로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김재덕 선수를 ‘한남 유충’이라 비하했다는 게 그 내용”이라며 “해당 ‘여초 커뮤니티’의 실체가 불분명할 뿐더러 ‘디씨인사이드’에서 해당 발언이 있었다곤 하나 여성이라 명명하기엔 대표성이 떨어지는 데다, 더 큰 문제는 실제 표현되는 폭력과 공격에 비해 아주 일부의 사례를 들어 대등한 '갈등 양상'으로 만드는 서술이다. 기자의 ‘악의’가 개입한 것인지, 아니면 ‘무지’의 결과인지는 해당 기자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수직적 조직 “이게 뭐가 중요해” 데스킹 여전

무지가 원인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 젠더 문제에 무관심한 데스크와 갈등한 기자가 적지 않아서다. 조직 문화가 수직적인 언론사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다. B기자는 “데스크가 자의적으로 용어를 고쳐 ‘이렇게 쓰면 안된다’고 지적하면 ‘뭐가 다른데? 같은 의미 아냐? 난 차이를 모르겠는데?’ 이렇게 나온다. 설명을 해줘도 잘 듣지 않는다”며 “설득이 잘 안 돼서 한숨 쉬고 포기할 때가 잦다. 그리고 나만 예민한 '페미'로 낙인찍힌다”고 말했다.

B기자는 조직문화와 관련해 “젠더 감수성이 부재한 남성 중심 조직에서 페미니즘 기사를 쓰다 보면 유효한 기사를 적시에, 적절한 언어로 쓰지 못하게 된다”며 “남들은 다 비웃을, 오류로 가득한 한철 지난 페미니즘 기사를 쓰고 있어 자괴감이 든다”고도 토로했다.

또 다른 일간지의 D기자는 ‘발제 통과율’을 들었다. 그는 “탄압 정도로 가시적이진 않지만 페미니즘과 궤를 같이 하는 기사 발제와 그렇지 않은 발제가 통과되는 정도가 다르다”며 “성평등을 강조하는 기사를 쓰면 ‘사상을 드러내지 말라’는 싸인이 위에서 오곤 했다. 위축을 겨냥한 발언 아니냐. 여기자들도 이를 알지만 조직 문화상 문제제기를 잘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데스크들은 ‘기계적 균형’을 자주 거론한다. 한 대형 일간지 E기자는 “‘남자들의 여성혐오가 문제’라고 써서 올리면, ‘일방적으로 여자만 피해자인 것처럼 쓰는 게 맞아? 도매급으로 남자를 욕하는 게 맞아? 중립에 어긋나지 않아?’라고 데스크가 반론한다”며 “대놓고 지시하지는 않지만, ‘저널리즘 감수성’을 내세워 데스크의 세계관을 우회적으로 전달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급진 페미니즘=나쁘다’에 “절망적”

조선일보에서 벌어진 논쟁은 언론인의 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정적 의미를 담은 페미니스트를 쓸 때 '급진 페미니스트(radical feminist)'로 쓰자”는 지침이 최근 편집국에 하달된 것. 지난달 30일 안산 선수가 양궁 개인전 금메달을 따기 1시간 전이었다. 조선일보는 지침에서 “'페미니스트'는 요즘 온라인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여성 권익 신장과 남성 혐오를 과격하게 주장하는 사람을 비난할 때 쓰는 나쁜 의미의 '페미니스트'를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7월30일 조선일보 편집국에 하달된 페미니스트 규정 관련 지침이 적용된 8월2일 지면 기사.
▲7월30일 조선일보 편집국에 하달된 페미니스트 규정 관련 지침이 적용된 8월2일 지면 기사.

급진 페미니즘은 1960년대 당시 주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항해 시작됐던 서구 페미니즘 이론·운동의 한 조류다. 학술적으로 쓰이는 개념이고 그 내용은 지금까지 계속 재구성되고 있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급진 페미니즘에 대한 학술적·역사적 정의와 무관하게,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에 대한 용례를 그대로 갖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윗선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침은 보도에 반영되고 있다. 조선일보에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논쟁이 벌어졌다. 이 기자는 “나쁜 페미니스트와 착한 페미니스트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 이분법이 애초에 성립 가능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본격적인 공론화는 아직 되지 않았고, 몇몇 여기자들끼리 ‘이런 지침이 일방적으로 내려지는 조직에서 더는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주고 받는 정도다. 사실 많이 절망적이다. 이런 보도 관행을 바꾸기 위해 어떻게 개선해나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언론이 동조해 온 ‘나쁜 페미니스트’ 구별짓기 계보

‘나쁜 페미니스트’ 구분은 언론계가 오랜 기간 동조해온 프레임이다. 지금 유행처럼 불리는 ‘래디컬·급진 페미니즘’이나 ‘메갈(리아)’ 호명은 20년 전엔 ‘꼴페미’였다.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제 위헌 결정(1998년)과 호주제 폐지(2005년) 결정을 거치며 특히 유행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꼴페미’를 ‘꽉 막힌 페미니스트’라고 풀어 썼다. "얼굴도 떡판이고 성격도 괴팍하고 대가리도 꼴통인 페미들“ ”페미들아! 제발 군대에 좀 가거라!" "호주제 폐지는 짐승이 되는 길“ 등의 반응도 기계적으로 전했다. 여성가족부, 이대생, 빠순이, 된장녀 등의 단어도 ‘페미’의 대체어였다.

연원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못된 걸’, ‘불량소녀’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한 ‘신여성’을 조롱한 단어다. 못된 걸은 신여성을 지칭한 ‘모던걸’에서 파생됐다. 한민주 문학평론가는 1930년대 조선 경성의 신여성들을 다룬 미디어를 분석해 펴낸 저서 ‘불량소녀들’에서 미디어 속 여성은 대부분 불량하거나 꼴불견이거나 ‘매소부(매춘부)’로 그려졌다고 밝혔다.

일부 커뮤니티가 말하는 급진 페미니즘의 실체는 있을까.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실상 젊은 여성들의 권리 주장 목소리가 듣기 싫으니 이를 다 급진 페미니즘 등으로 ‘퉁치는’ 방식이고, 남성에 대한 비판을 남성 혐오로 ‘퉁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남초 커뮤니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이 실제 반대하는 건 여성 할당제·여성가족부 폐지처럼 페미니즘이 일궈낸 성 평등 정책이란 점에서다.

또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페미니스트 집단(TERF)은 급진 페미니즘을 대표하지 않고, 오히려 범페미니즘 진영에서 비판받는다. 나머지 급진 페미니즘 조류에선 디지털 성범죄, 수사·재판 과정에서 성차별, 데이트 폭력, 탈코르셋 운동 등 가부장제나 남성 폭력이 가시화된 문제에서 젠더 문제를 비판한다. 커뮤니티가 이를 ‘남성 혐오’나 ‘역차별’이라 부르면 언론은 그대로 받아 쓴다.

▲젠더 관련 과거 기사 헤드라인 일부 갈무리.
▲젠더 관련 과거 기사 헤드라인 일부 갈무리.

“포털 전쟁터에서 ‘젠더 갈등 기사’는 잭팟”

“PV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젠더 이슈는 단연 백지수표이자 잭팟.” 종합일간지 온라인 뉴스팀에서 일해본 E기자는 결국 문제는 트래픽 경쟁이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E기자는 “예를 들면 ‘윤석열’ 이슈는 주로 50대가 많이 본다. ‘586 문제’나 ‘MZ세대’ 같이 세대 갈등을 다룬 기사도 열독률이 젠더 이슈 만큼 높진 않다”며 “그런데 안산 선수 논란, ‘쥴리’ 벽화 등 여성혐오 주제나 젠더 이슈는 실제 데이터를 보면 전 연령층이 모두 이 기사를 본다. 20대, 30대, 40대, 50대 모두, 그리고 윤석열 지지자, 민주당 지지자도 다 본다. PV가 균일하다”고 말했다.

‘PV 기사’ 작성은 조직적으로 독려된다. “당장 네이버 구독자 500만명 돌파를 앞뒀다며 실시간 이슈 PV기사를 내라는 지시가 쏟아진다”는 것이다. E기자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원피스 논란을 예로 들었다. “1보를 속보팀이 쓴다. 그 후 ‘류호정 옷 브랜드 어디?’란 내용으로 문화부에서 쓴다. 정치팀은 ‘여당 쪽이 어떻게 말했다’, ‘야당 쪽이 어떻게 말했다’는 내용을 쓴다. 똑같은 주제로 다른 기사를 써야 하니 내용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일각 누리꾼들에 의하면’ 등의 기사를 낸다. 어떤 해석이나 철학은 없다. 이를 ‘살라미 전술’이라 부른다. 만약 류 의원이 다음에 ‘백바지’를 입고 나오면 다시 반복이다.”

온라인 뉴스팀에선 자조도 흘러 나온다. E기자는 “결국 ‘논란이다’란 내용이 2박 3일을 가고, 어떤 방식으로든 진일보한 내용을 담지 못한다. 편집국 기자들은 '쪼가리 기사'라고 자조한다”며 “누구를 위한 기사인지도 모르겠고 소모적이라고 느끼고 ‘현타’가 온다. 안산 선수 관련해 스포츠, 속보, MZ 관점, 디지털 콘텐츠, '웅앵웅앵' 키워드를 계속 활용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일간지 실시간 기사팀에서 일해봤던 F기자도 “페미니스트라도 실시간 대응팀 직원이 되면 내부 논리를 거스르기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뉴스통신사의 G기자는 뉴스 가치의 타당성을 떠나 일단 한 이슈가 거센 논란에 휩싸이면 언론계 문법상 간과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G기자는 “기차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기자들도 버티기가 어렵다. 다른 매체에서는 그걸로 엄청난 트래픽을 벌고 있는데 기사가 안 된다고 보고하기가 쉽지 않고, 보고해도 쓰지 않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이런 현상이 있는 것만은 사실 아니냐, 현상에 대한 보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데스크의 말에 반박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020년 7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국가인권위의 게임업계 사상검증 결정문 이행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전국여성노동조합 등은 2020년 7월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8년 4월24일 채용 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명동 KB국민은행 본점 창문에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채용과정 성차별 점수조작을 규탄하는 피켓을 게시했다. 사진=민중의소리
▲2018년 4월24일 채용 성차별 철폐 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명동 KB국민은행 본점 창문에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채용과정 성차별 점수조작을 규탄하는 피켓을 게시했다. 사진=민중의소리

‘젠더 감수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없인 도태

G기자는 ‘있는 현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일 뿐’이란 반론에 “보도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지만 가치판단을 거쳐 현상을 합리적으로 잘 정리해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예 노동을 긍정하는 쪽과 부정하는 쪽이 있다면 이를 소개할 때 50대 50으로 나눠 기계적 중립을 적용해 보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소위 ‘남혐과 여혐’의 성 대결 양상 속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실제 ‘남혐’과 ‘여혐’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둘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는 또 다른 가치판단을 한 결과”라고 말했다.

D기자는 “언론사의 성별은 남성”이라고 비유했다. 구체적으로는 취재 기자, 데스크 등 기사 생산 과정의 인력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의 말이 맞아 보이니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여성 인권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며 “실제로 남초 커뮤니티의 말이 더 일리가 있다고 느껴 따라가는 게 보인다. 정치든, 언론이든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집단이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족한 젠더 감수성 문제를 외면하면 도리어 도태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C기자는 “정치적 올바름 등 윤리의식에 무척 민감한 젊은 독자들이 앞으로 주축될 것이고 기계적으로 ‘젠더 갈등’ ‘남성 혐오’ 단어를 쓰는 것에도 무척 문제 의식을 가질 것이다. 페미니즘 의식 수준이 훨씬 높은 독자들은 ‘나쁜 페미니즘’ ‘래디컬 페미니즘’ 등을 구분하는 언론의 행위를 납득도, 신뢰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은 시민 의식과 사회 현상은 멀찍이 나아가고 있는데, ‘젠더 감수성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없는 언론사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화 지체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개선 가능성엔 회의적인 기자들이 적지 않다. E기자는 “회사가 온라인 PV, 온라인 1등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면 되는데…”라고 말했다. A기자도 “사내 방침이 달라 PV용 기사가 거의 없는 언론사의 기사 조회량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처참한 수준이었다”며 “솔직히 별로 희망이 없는 것 같다. 다만 일부 언론이 젠더 데스크를 운영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끊임없이 ‘그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치권이 형성하는 여론, PV 경쟁 등이 엮인 복잡한 문제더라도 손 놓고 방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성평등위는 최근 안산 선수를 둘러싼 보도에도 비판 성명을 냈다. 김 위원장은 “언론계가 관성적으로 쓰는 성차별 표현을 개선하는 것부터 잘못된 보도로 혐오를 부추기는 것에 비판으로 경종을 울리고, 그 수준이 과도한 보도에 대해선 더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G기자는 “언론의 변화는 언론 혼자서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털 뉴스면은 전쟁터다. 문제 기사를 공유하면서 비난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기사는 기본적으로 외면받는다는 사실을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공들여 기사를 써봐야 트래픽 벌이용 받아쓰기식 보도에 묻힌다면, 조직 내에서 계속 신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상황을 그냥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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