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이 2020년 동아미디어그룹 기자 공개 채용으로 입사한 사실을 알고 언론보다 앞서 단체 채팅방에서 문제 제기했던 A씨는 지금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2일부터 10월30일까지 동아미디어그룹이 진행한 채용연계 ‘DNA형 인턴 전형’에 합격, 8주간 인턴 기자로 일하며 입사를 꿈꿨으나 정작 받은 건 고소장이었다.

A씨는 지난해 11월23일 최종합격자 발표가 나기 일주일 전 김재호 사장 딸이 합격자 명단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11월16일 ‘언론사 준비생과 현직 기자 등’ 931명이 있던 단체 채팅방에서 “동아 사장 딸은 끼워 넣어서 신문 기자에 합격시켰던데요” “이거 단독 감인데. 누가 좀 쓰세요. 자기 능력은 아닙니다”와 같이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아미디어그룹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이 당시 채팅방 내용을 입수해 확인해본 결과 A씨의 발언을 두고 단체 채팅방은 들썩였다. “낙하산인지 자기 능력으로 합격한 건지는 모르죠”, “쓰면서 붙을 걸 아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네요”처럼 반응은 엇갈렸다.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에는 “동아가 ‘조국’ 해버렸네요”, “말 그대로 DNA 채용이 돼버렸네요. 아빠 DNA”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이후 동아일보는 A씨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

동아일보 측은 고소장에서 김 사장의 딸이 “다른 지원자와 동일한 전형 절차를 거쳐 인턴으로 선발됐고 다른 인턴들과 동일한 조건 속에서 현장실습을 거쳐 최종면접을 치르고 정상적으로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평기자, 데스크 부장급, 부장 및 부국장, 사건팀 팀장 및 기자 등 다양한 직급의 평가를 받았다”며 ‘아빠찬스’는 없었다고 명예훼손을 주장했다. 또한 “김재호 사장은 딸의 최종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고소당한 사실을 알고 당황했다. 문제 제기로 올린 내용인데 고소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내가 어떤 요구를 했다거나 매체 지면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채용단계에 대한 공정성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한 건데 그걸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건 과도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대화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오로지 2020년 채용에 대해서만 계속 이야기했다. 이 발언에 대해 명예를 깎아내렸다고 대응을 하니 당혹스러웠다”고 밝혔다.

A씨는 단체방에서 많은 사람이 사장 딸 채용을 비판했던 점을 들며 “(내가) 최초로 사장 딸 채용 관련해서 문제를 제기해 본보기 대상이 된 것 같다.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꽤 많은 사람이 문제에 대해 공감했고 채용과정이 과연 공정하냐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나보다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21일 동아일보 1면에 게재된 채용공고.
▲지난해 7월21일 동아일보 1면에 게재된 채용공고.

동아일보의 입장은 다르다. 동아일보는 고소장에서 “전형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가 있었는지 (지난해) 변형된 전형 과정이 딸에게 어떻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단정적으로 허위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적시해 최소한 자신이 적시한 사실이 허위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픈넷 소속 손지원 변호사는 “표현 하나하나를 뜯어서 어떤 부분은 허위인지 아닌지 따질 것이 아니라 ‘동아일보 사장 딸이 동아일보 공채에 합격했다는 대전제’ 아래에서 ‘특혜를 받아 합격했을 것’이라는 강한 추측 아래 의혹 제기나 의견 개진한 것으로 보아야 할 듯하다”며 “보통 사장의 자녀가 해당 회사에 입사한 경우에는 특혜가 강하게 추단될 수 있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관련 인사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공익 지원하는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 김성순 변호사는 “아무리 동아일보가 사기업이라도 사장 딸이 공채 형식으로 기자가 되면 채용 특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사장 딸이 가진 동아일보 기자로서의 능력 유무와 채용과정의 공정성은 자유로운 평가의 영역으로 폭넓은 의견 표명이 보장받아야 할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장 딸의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해 동아일보 정도 되는 회사가 직접 나서서 해당 공채 당시 인턴 기자 생활하고 최종 면접 탈락한 사람을 형사고소하는 행위가 불미스럽고, 경영진의 판단에 매우 실망스럽다”며 “무엇이 진정 회사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행태인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DNA 전형에 지원하면서 1만1000자(200자 원고지 55매) 자소서를 작성하고 동영상까지 냈던 언론고시 준비생 입장에서 해명도 타당하지 않아 보이고, 해명하기 위해 고소를 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문제 제기가 타당하지 않으면 정당하게 해명을 하면 된다. 하지만 채팅방 내용을 동아일보가 경찰에 제출해버리면서 여러 가지 논의할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 논의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사가 논의를 막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 내부는 조용하다. A씨는 “기자들도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불이익을 안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공론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한때 입사를 꿈꿨던 회사와 싸워야 할 처지다. A씨는 “동아일보는 오픈 채팅방에서 일상적으로 문제 제기하고 논의하는 과정까지 다 캡처해서 고소했는데 (언론사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동아일보가 여태 행했던 공인 자녀들에 대한 의혹 보도와 일개 기자 준비생의 이번 의혹 제기를 여러모로 비교 검토하여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딸 2020년 동아일보 기자 최종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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