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미오 사설] 한국사회 혐오 문제, 미디어가 나서야
[미오 사설] 한국사회 혐오 문제, 미디어가 나서야
미디어오늘 1292호 사설

최근 트랜스젠더가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한국사회 혐오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왔던 터라 이들 죽음은 개인 비극을 뛰어넘는다. 한국에서 개인 자유와 다양성은 존중받고 있는가.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 문화는 이들을 혐오하거나 이들 존재를 지움으로써 굳어졌다. 철저히 귀를 닫고 상대를 조롱한다. 소통 대상으로 생각조차 않는다. 자기 언행이 혐오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인 결과라고 치부한다. 이렇듯 혐오 담론은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고 배척함으로써 형성된다. 특히 성소수자를 다루는 미디어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적지 않다.

당장 변희수 하사 죽음 이후 그의 삶을 조명하며 한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를 공론에 부칠 수 있었지만 우리 언론은 소극적 모습이었다.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변 하사 죽음과 관련한 리포트 한 건도 내놓지 않은 매체가 있다는 건 ‘성소수자 존재를 불편하게 보는 주류 미디어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성소수자를 낙인 찍는 적극적 혐오는 아니지 않느냐고 항변한다면 한국사회 주요 의제를 진단해야 할 미디어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매체 정파성이 성소수자 혐오를 추동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도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보도 중 ‘성소수자’를 검색어로 설정해 추려봤더니, 보도 개수는 각각 329개, 344개, 1109개, 1340개로 나타났다.(조화순·강신재 연구)

그리고 이들 보도를 대상으로 구조화하지 않은 문장 내에서 문맥을 파악해 등장한 단어를 유사 단어군으로 묶는 ‘토픽 모델링’ 분석을 해봤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 토픽은 외국사례(21%), 성 갈등(18%), 퀴어축제(18%), 국내정치(17%), 문화(14%)로 나왔고, 동아일보 토픽은 외국사례(18%), 문화(17%), 퀴어축제(17%), 성 갈등(16%), 국내정치(16%), 김조광수(16%)로 분석됐다. 반면 한겨레는 소수자 인권(36%), 성 갈등(29%), 국내정치(13%), 사회일반(11%), 외국사례(8%), 사건사고(4%)로 나왔고, 경향신문은 소수자 인권(28%), 차별금지법(20%), 국내정치(18), 사회운동(12%), 외국사례(11%), 퀴어축제(10%)로 나타났다.

토픽으로 묶인 기사를 분석했더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선, 동성애로 구성된 키워드 보도나 페미니즘, 혐오, 퀴어축제 반대 주장 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다수였다. 한겨레와 경향의 경우 군형법 인권침해 문제, 성소수자 연대 사례, 차별금지법 인권 문제, 인권조례 재개정 문제, 성소수자 이슈 공방 등이 차지했다. 

▲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3월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노컷뉴스
▲ 성전환 수술을 한 뒤 강제 전역한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3월4일 국회 정의당 대표실 앞에 변 전 하사의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노컷뉴스

연구 결과 보수성향 신문들은 주로 성소수자 이슈와 관련한 사건이나 사례, 영화 내용 등을 더 중요하게 보도했고, 진보성향 신문들은 주로 성소수자 혐오나 차별에 초점을 맞춰 인권·제도적 차원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로 보도했다. 연구자들은 “매체 정파성은 수용자들의 선택적 노출 행태와 맞물려 성소수자 이슈에 대한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성소수자 권리를 증진시키는 제도 개선과 사회 통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방송인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한 때가 2000년이다. 성소수자가 혐오 시선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며 이 이슈는 한국사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중요한 의제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미디어 속 성소수자 문제는 차별 금지와 같은 문제 해결 방식보다 갈등과 논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 운명은 혐오라는 프레임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제라도 성소수자 이슈를 제기하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에 미디어가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미디어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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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sdjeheks 2021-03-17 10:08:45
조중동문 등등은 분열과 혐오조장이
수익 모델인데... 그걸 포기할 수 있을까?

바람 2021-03-16 22:01:03
차별금지법을 초창기에 주장하며 국민을 선동했던 당은 어디 갔나. 안된다고 포기하고 책임을 회피하면 끝인가. 말을 했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라.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계속 말만 한다면, 그대들은 영원히 신뢰를 잃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