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SBS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키스신을 삭제한 채 방영한 데 대해 “성소수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고 검열”이라고 밝혔다. SBS엔 “문화 다양성 보장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희망을만드는법 등 40개 성소수자 인권 연대체가 꾸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16일 성명을 내고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나 장면 모두를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열”이라고 밝혔다. 

SBS는 13일 저녁 설 특선영화로 영국 록밴드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했다. SBS는 영화 속 머큐리와 연인 짐 허튼의 입맞춤 등 키스신 2개를 삭제하고, 배경에 깔린 남성 엑스트라 간 키스신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성 간 키스신은 그대로 내보냈다. SBS는 비판이 일자 “저녁 8시는 가족 동반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다. 동성 간 키스 장면을 불편해하는 의식이 사회에 깔려있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무지개행동은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성소수자인 부분과 아닌 부분으로 나누는 게 불가능하듯,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성소수자 관련 장면을 잘라내는 것은 그의 삶과 존재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며 “고인(프레디 머큐리)뿐 아니라 성소수자 모두를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SBS가 편집 이유에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나 흡연 장면을 임의 편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힌 것에도 “성소수자 존재 자체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으로 취급해 검열하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SBS는 2018년 1000만에 가까운 관객몰이를 한 영화를 3년 뒤 설날 특집영화로 방영하기로 했다면 동성 연인간의 키스 장면을 편집해 성소수자들에게 모욕을 주며 안일하게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가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장면 편집없이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렇지만 SBS는 이번 장면 편집으로 방송국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했다. 

무지개행동은 “SBS 윤리강령은 공정성과 다원성을 가치로 명시하고 보도, 제작 종사자들은 모든 프로그램을 공정하게 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힌다”며 “보도, 교양 프로그램에서만 다원성 가치를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방송사 차원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인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에서의 문화다양성은 무엇인지 SBS 스스로가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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