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창원총국은 “‘역차별받는 것 같아요’…남해 독일마을 15년째 갈등 중”(2020년 5월19일) 기사를 통해 남해 독일마을의 교포 주민과 남해군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주목했다. 독일마을 교포 주민이 사는 지역은 주거지역이라 상업행위를 하지 못하는데 인근 지역은 상업행위가 가능해서 갈등이 커져 왔다.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96만 조회 수가 나왔다. 그만큼 전국적으로도 관심이 높았다. 이후로도 남해 지역 신문에서는 해당 이슈를 꾸준히 다루고 있다. 

이 기사는 KBS ‘뉴스7’의 지역화로 인해 ‘뉴스7’ 제작진들의 뉴스 제작 관행이 바뀌고, 새로운 지역 뉴스를 선보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기존의 뉴스 리포트(1분30초)와 달리 5분가량 심층취재를 통해 리포트를 구성한 점도 관심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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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창원 “‘역차별받는 것 같아요’…남해 독일마을 15년째 갈등 중” 기사. 

이 외에도 광주총국이 제작한 탐사보도 시리즈 ‘살아남은 자의 상처’(2020년 7월27일) 역시 긴 리포트 시간을 할애하며 세련된 포맷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앞서 KBS는 2018년 12월 지역방송 경쟁력 확보방안 일환으로 저녁 7시에 방영되는 뉴스 시간 전체를 지역총국이 제작하고 편성 권한을 갖는 시범 사업을 시행했다. 2019년 11월 전국 KBS로 확대한 이 방안은 매주 목요일 한 차례 운영하는 시험 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주 4회로 확대 실시하고 있다. 이 방안으로 인해 각 지역방송이 ‘뉴스7’ 뉴스 시간 40분 전체를 제작 관리하게 됐다. 

지난 4일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펴내는 ‘방송문화연구’ 32권에 실린 한선 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KBS 뉴스7의 지역화와 생성적 로컬리즘의 가능성’ 연구는 이러한 뉴스7 변화가 “지역방송의 지역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분기점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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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광주전남 '살아남은 자의 상처' 리포트 화면. 

이 논문은 KBS 광주총국 사례를 대상으로, 약 나흘 동안 광주총국에서 어떻게 뉴스가 만들어지는지 관찰하고 기자 5명과 PD 3명, 타 방송사 PD 1명 등 총 9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우선 뉴스7의 이런 변화를 두고 편집국 구성원들은 ‘기사 결정권’을 갖게 됐다고 했다. 특히 지역 기자들이 KBS의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에 함께 참여했지만 파업이 끝나고서는 본사 위주로 변화를 겪게 되고, 지역은 그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광주총국의 한 기자는 “우리가 공정방송을 하자는 취지로 파업을 했는데 파업이 끝나고 나면 그냥 예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본사는 변화가 있었겠지. 싸울 때는 동지고 연대를 하는데 끝나고 나서 그 파업의 결실로 회사가 바뀔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러나 새로운 사장이 오고 지역정책부를 격상하고 지역국 활성화 정책을 본격 시작했다”며 환영했다. 

다만 이 결정이 매우 급격한 변화를 일으켜서 기자들은 동분서주했다. 이 기자는 “런칭할 때 굉장히 시간이 부족했다”며 “모든 기자 의견을 수렴해서는 런칭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뉴스7 제작진들은 이전에는 15~20분 안팎의 지역뉴스를 소화했지만 40분 뉴스를 소화해야 하는 변화 이후로 2배 이상의 아이템을 소화해야 했다. 본사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취재력의 안정적 확보와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논문은 뉴스7 ‘지속 가능성’을 위해선 인력 충원 등 지원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광주총국의 또 다른 기자는 “출입처 관련 사안 소화를 하다 보면 평소 고민해온, 근본적 구조에 관한 기사를 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KBS의 특성상 광고주나 지방정부 등의 통제 요인은 영향력이 미미하지만 시청률 영향력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논문은 “뉴스7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청률 이외의 평가 시스템이 보완돼야 한다”며 “다른 질적 평가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논문은 뉴스7 의미를 수용자 관점에서 다루지 못한 점, 비교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광주총국만 연구했다는 점 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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