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유튜버들을 비롯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조두순 거주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출소 현장에서부터 조두순을 소재로 관심을 끄는 방송을 이어왔다. 유튜버들로 인한 주민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안산시는 유튜브에 관련 영상 삭제 요청을 했다. 

사례2. 음식을 냉정하게 평가해 인기를 모은 유튜버 하얀트리가 한 간장게장 무한리필 식당의 ‘음식 재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새로 리필된 간장게장에서 밥풀이 나왔기에 영상은 설득력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는 하얀트리 본인의 밥풀이었다. 이 식당은 게장을 리필할 때 소스는 기존의 것을 썼는데 이를 재사용으로 오해한 것이다. 식당 주인의 반박 이후 하얀트리는 영상을 삭제했지만 식당의 피해는 컸다.  

사례3. 유튜버 송대익이 한 피자·치킨 브랜드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켰는데 배달원이 음식을 먹었다고 주장했다. 영상에는 피자 조각이 부족하고 치킨 껍질이 벗겨져 있을 정도로 누군가가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이 분명했으나 식당 주인이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담긴다. 그러나 이 영상은 ‘조작’으로 드러났다. 송대익은 사과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 1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거주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 1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월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거주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유튜버의 ‘선 넘은 행동’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튜버들은 기성 언론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갖고 있지만 사실을 검증하는 절차나 자체 심의 시스템이 없어 허위정보, 자극적인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규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일례로 간장게장 식당측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유튜버의 허위사실 방송으로 자영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유튜버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어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유튜버 스스로 책무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당연하다. 다만 유튜버를 다른 표현 행위자와 구분해서 다른 카테고리로 규정하고, 더 강한 규제를 요구하고 있는 면이 있다”면서 “(유튜버로 인해 드러난 문제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던 것과 다르지 않다. 고의적인 허위사실로 인정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과실이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많은 처벌이 이뤄져왔다. ‘빵집 쥐 게시글’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0년 경기 평택의 유명 제과업체 매장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는 글과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적 있다. 그러나 이는 같은 동네의 경쟁 업체 매장의 주인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업체 매장 주인은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았다.

유튜브가 ‘규제의 사각지대’라고 알려졌지만 사업자 유튜브가 아닌 개인 유튜버는 한국의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유튜버 송대익은 업무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하얀트리의 경우 송대익과 달리 ‘의도적인 조작’이라기보단 ‘부실한 취재로 인한 문제’로 송대익에 비해 의도성은 떨어지지만 과실로 인한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 유튜버들도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
▲ 유튜버들도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른바 ‘조두순 코인’에 주목한 유튜버들의 경우 현장에서 촬영하는 점 자체를 문제삼기 힘들다. 다만 이 곳에서 벌인 행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경우 책임을 피하지 못한다. 출소 현장에서 조두순 호송차에 올라탄 유튜버 ‘왕자’는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 손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한 남성은 조두순 거주지에서 조두순 집 뒤편 가스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다 적발돼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연행을 저지하려 한 다른 남성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유튜브 제재 나서면 변칙대응 이어져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유튜브는 문제가 된 영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유튜브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영상을 방치하는 건 아니다. 구글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유튜브가 전 세계에서 삭제한 영상은 787만2684건에 달한다.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44만7734건)은 다섯 번째로 영상을 많이 삭제한 국가다.

▲ 유튜브가 지난 7~9월 삭제한 영상 조치 이유.
▲ 유튜브가 지난 7~9월 삭제한 영상 조치 이유.

‘송대익’과 ‘하얀트리’ 논란을 상기해보면 당사자가 시인하기 전에 유튜브가 스스로 나서서 허위 여부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가짜뉴스 규제 논쟁 때마다 ‘사업자에 삭제를 강제하면 사업자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모호하거나 진실일 경우도 삭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이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에 무조건적인 삭제만 요구하면 정당한 의혹제기나 고발마저도 지워버릴 수 있다.

안산시는 ‘조두순 거주지’에서 촬영하는 유튜버들이 주민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한다며 유튜브에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 유튜브에 프라이버시 침해 관련 가이드라인이 있어 검토 후 관련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내용에 따라 프라이버시가 직접적으로 침해되지 않는 영상의 경우 유튜브가 자체 검토 후 삭제 조치하지 않을 수 있다. 

영상 삭제 외에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는 콘텐츠에 ‘노란딱지’라 불리는 수익창출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위반이 누적되거나 정도가 과할 경우 채널에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앞서 유튜브는 윾튜브, 안정권 등 유튜버들의 채널 계정을 삭제한 바 있다. 조두순 호송차에 올라탄 유튜버 왕자는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이었다고 주장하는 등의 영상으로 채널이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 유튜버 '왕자'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유튜브 영상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
▲ 유튜버 '왕자'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유튜브 영상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삭제됐다.

유튜브가 방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제재에 나서도 ‘변칙 대응’이 끊이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유튜브가 ‘노란딱지’ 대응을 강화하자 유튜버들은 실시간 라이브 방송 후원 시스템인 ‘슈퍼챗’으로 돈을 벌었다. 슈퍼챗을 제재할 경우 영상에 ‘계좌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후원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채널이 삭제되면 티가 나지 않는 다른 이름으로 채널을 만들거나, 다른 영상 서비스에 채널을 만들고 친분이 있는 유튜버를 통해 영상 링크와 후원계좌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극단적 주장을 해온 시사 유튜버들이 조두순에 주목한 배경 또한 5·18민주화운동, 부정선거 관련 콘텐츠 수익창출 제재가 이어지자 새로운 이슈를 찾아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뒤늦게 처벌해도 ‘빠른 피해구제’ 못해 

유튜브의 조치가 완벽하다는 건 아니다. 미국에서 유튜브는 눈을 가리고 운전을 하거나 세탁세제를 먹는 등 위험천만한 ‘챌린지’ 영상이 논란이 되자 ‘위험한 시도를 하는 영상’ 가이드라인을 신설하고 관련 영상을 막았다. 국내에서도 ‘조두순 거주지’ 문제로 인한 주민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된 만큼 선제적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가 국내 사업자가 아니기에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튜버로 인한 피해가 ‘빠른 확산력’이 있다는 점에서 대책 역시 ‘빠른 피해구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방안으로 유튜브가 네이버, 카카오 등이 참여한 국내 자율규제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유튜브의 콘텐츠가 논란이 될 때마다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가입하지는 않았다. 나현수 KISO 정책팀장은 “지속적으로 구글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튜브 콘텐츠로 인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 유튜브 콘텐츠로 인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 이우림 기자.

네이버의 경우 문제가 되는 ‘실시간 검색어’ ‘연관 검색어’에 대해 사업자가 즉각 조치한 다음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KISO 검증위원회로부터 검증을 받고 개선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빠른 피해구제’를 하면서도 견제를 받는 모델을 유튜브가 고려할 수 있다. 유튜브 차원에서 ‘피해 신고센터’를 마련해 적극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할 수 있다. 

위험성이 있지만 제도개선을 전제한 임시조치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임시조치는 게시글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문제제기하면 해당 게시글을 차단하는 제도다. 취지와 달리 정당한 의혹제기나 합리적인 리뷰도 일방적 차단을 당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와 관련 나현수 팀장은 “임시조치의 경우 (게시글 차단에 이의제기가 있을 경우) 재게시 절차가 없는 점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을 전제하면 (잘못된 정보의) 급격한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MCN업계의 ‘자정’과 언론 역할도 중요

하얀트리의 소속사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8일 사과 입장문을 내고 “크리에이터 윤리강령을 철저히 교육하고, 추가적인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MCN협회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구독자 및 조회수 확보, 광고수익을 창출하려는 일부 1인 미디어 및 관련 회사들의 일탈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자율규제 심의’를 장기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논란이 잇따라 불거진 상황에서 자율규제 심의 도입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

범위를 넓혀 언론계에서 제정을 추진 중인 언론윤리헌장에 유튜버를 포함하는 논의도 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1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관·후원으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박록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사실상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포털, 유튜버, 블로거들도 여기 포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인 크리에이터 교육을 통해 실무 뿐 아니라 윤리·법·디지털 리터러시 등 ‘사회적 책무’를 교육한 사례도 있다.

▲ 상반된 내용을 전한 위키트리 기사 갈무리.
▲ 상반된 내용을 전한 위키트리 기사 갈무리.

이런 가운데 언론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막는 ‘빠른 확인취재·팩트체크’와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한 기사’가 적은 반면 ‘유튜버 주장 받아쓰기’ ‘유튜버와 다르지 않은 어뷰징’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8일 위키트리는 “‘리필했는데 밥알이’...음식 재사용 의혹 불거진 간장게장 식당” 기사를 통해 논란을 키웠다. 가로세로연구소의 폭로가 나올 때마다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는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조두순 주거지 취재를 자제하는 보습을 보인 반면 선정적 보도 경쟁을 한 언론사도 적지 않았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센터 연구교수는 “유튜버에게 언론 수준의 책무를 요구하긴 힘들다고 본다. 그래서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며 “언론이 부화뇌동하면 유튜버들은 더 고조된다. 조두순 사건으로 불거진 ‘사적 보복’ 현상을 가십거리로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왜 사적 보복으로 나타나게 됐는지 심층적으로 조명하는 기사가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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