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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피자배달부 찍은 틱톡과 ‘100바퀴 챌린지’가 보여준 세상
89세 피자배달부 찍은 틱톡과 ‘100바퀴 챌린지’가 보여준 세상
[신정아의 콘텐츠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의 인문학적 상상력, 콘텐츠 액티비즘

지난 9월 미국 유타주에 사는 카를로스 밸디즈라는 청년은 자신의 집에 피자를 배달해주는 89세 데를린 뉴이를 위해 틱톡 캠페인을 기획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주당 30시간이라는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항상 밝고, 친절하게 피자를 배달하는 뉴이에게 밸디즈는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자신의 5만 3000명에 달하는 틱톡 팔로워들에게 뉴이가 배달하는 장면을 소개하고, 그가 조금이라도 고된 노동을 줄일 수 있도록 팁을 모금한다는 사연을 올렸다.

목표 금액을 정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모아서 뉴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소박한 기획이었다. 이후 팔로워들은 뉴이의 성실한 웃음과 태도에 공감했고, 총 1만2069달러(약 1416만원)를 모금했다. 그리고 평소처럼 피자 배달을 하며 반갑게 밸디즈의 집에 등장한 뉴이에게 전달하는 영상이 틱톡을 통해 공개되었다. 영상 속에서 ‘틱톡 패밀리’의 서명으로 모금된 수표를 받아 든 뉴이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전한다.

[관련기사: CNN: 89-year-old pizza delivery driver gets $12,000 tip surprise from 'TikTok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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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의 피자 배달부를 위해 틱톡 챌린지를 만든 한 청년. 이를 다룬 CNN 기사.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자신의 100세 생일을 앞두고, 코로나19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위해 뒷마당 100바퀴 돌기 챌린지를 기획했던 영국의 톰 무어 스토리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무어 대위는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료진들이 장비 부족으로 코로나 현장에서 죽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집 뒷마당 한 바퀴를 돌 때마다 1파운드씩 기부에 동참해달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암 수술과 낙상 후 엉덩이뼈 골절 수술로 보조기 없이 걷기가 어려운 100세 노인의 100바퀴 챌린지는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액티비즘이었다. 그의 챌린지는 순식간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었고, 목표 금액 100파운드(약 153만원)는 도전 첫날 달성되었다. 모금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약속했던 100바퀴를 모두 돌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자신의 생일까지 매일 뒷마당 걷기에 도전한 무어 영상은 전세계 150만 명의 유저들에게 깊은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 냈다. 챌린지의 마지막 날이었던 무어의 100세 생일을 기준으로 총 모금액은 3300만 파운드(약 497억원)에 달했다.

무어는 NHS를 포함한 140개 자선단체들을 지원하는 데에 기부금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며 도전을 마쳤다. 그의 기부로 의료장비를 지원받은 NHS 소속 의료진들이 감사의 뜻을 담은 사진과 메시지를 무어에게 보내기도 했다.

도전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소통의 다리도 만들어졌다. 100세 생일을 맞은 무어에게 전 세계에서 14만 장의 생일 축하 카드가 도착했고, 카드를 정리하기 위해 집 근처 학교 강당을 빌려서 학생과 학부모 140명의 자원봉사자가 카드 정리를 도왔다. 또한 그의 챌린지에 공감한 영국 시민들이 무어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자는 의회 청원을 시작해서 30만 명이 서명을 했다. 지난 7월 20일 100세의 노병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직접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스토리는 영화가 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BBC: Captain Tom Moore: How will coronavirus fundraising be sp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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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무어의 이야기를 다룬 BBC의 기사.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성찰하게 해주는 역할은 주로 전문가들의 몫이었다. 종교, 철학, 역사, 예술 등 인간을 인간답게 이끌어주는 소통의 화두를 던지는 역할은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전유물처럼 포장되었다. 그러나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문법을 처절하게 해체하면서 새로운 주체의 탄생과 소통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주체’를 과거의 세대 구분이나 인종, 지역, 학력, 성별 등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아날로그식 발상이다. 기술적 상상력이 인간의 체온과 공감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실현의 주체인 디지털 이용자들의 통합적 기획이 전제되어야 한다. 통합적 기획이란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차원, 즉 시간과 공간, 사람과 자연, 사물과 사태 등 다양한 ‘사이’를 가로지르는 통찰이다.

철학자 이기상은 이를 가리켜 ‘사이하기’라고 정의했다. 이쪽과 저쪽, 나와 너, 우리와 그들, 과거와 현재 등 다양한 사이들을 잇고, 맺고,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문화적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가 인간의 사이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소통과 공감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마음을 움직이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경험의 디자인이 중요하다.

카를로스 밸디즈와 톰 무어가 보여준 ‘콘텐츠 액티비즘’은 드높은 이상과 명예로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타인과의 진정성 있는 연대와 소통을 목적으로 콘텐츠의 기획과정부터 유통까지 콘텐츠를 둘러싼 콘텍스트, 다양한 맥락들을 담아낸다. 정해진 시간과 한정된 공간에서 권력과 엘리트에게 절단되었던 수많은 익명의 얼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소통의 출발점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콘텐츠 액티비즘은 디지털 시민의 개념과 소통 문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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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31 13:56:16
우리가 서로 공조하고 단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언론의 선한 영향력이 더 해진다면, 그 사회는 좀 더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다. 근데, 이것의 전제조건은 정치와 법조의 안정이다. 정치가 분열돼서 망하면, 국가가 망하(시리아, 내전국가)고 국민은 난민이 된다. 그리고 난민 대부분은 취약계층이다. 국민의 공조와 단합 그리고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깨어 있어야 하고 늘 견제하며 부정/부패와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화는 국민이 공조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줬고,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잘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 IT, ICT, IOT, AI는 정보의 독점을 많이 해소할 것이다. 이 가운데서 공조가 일어난다면, 취약계층의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