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협찬제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협찬의 법적 근거를 신설하고 협찬과 협찬고지의 허용범위 및 필수적 협찬 고지 사항을 명시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음지에 있던 방송사 협찬을 양지로 끌어올려 시청자 피해를 줄이는 취지다. 현재 방송법에는 ‘협찬’ 자체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개정안에 의하면 협찬은 “방송프로그램 제작 또는 공익적 성격 행사 캠페인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 물품 용역 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방통위는 협찬고지가 “협찬주의 명칭, 상호, 상품·장소명을 포함해 협찬받은 사실을 고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협찬의 종류와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방송 공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정치단체 협찬이나 시사·보도 프로그램 협찬은 금지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협찬 고지는 사업자 자율이다. 다만 방송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과 관련된 기능·효과·효능을 다루는 경우 반드시 협찬 고지 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방송사업자는 수입내역을 포함한 협찬자료를 보관해야 하며, 방통위는 이와 관련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협찬 관련 모니터링 및 방송사업자 불공정행위 실태 파악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은 “협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협찬이 건전한 방송 재원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정직한 방송서비스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협찬 또는 협찬 고지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해서는 최대 5000만원 이하 과징금 부과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 최윤정 방통위 방송광고정책과장은 “협찬받은 상품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 협찬 고지를 안 하고 연계편성이 이뤄지면 소비자기만이 될 수 있다”며 “상품의 효능·효과·기능을 설명하는 경우 반드시 협찬 고지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협찬 수입을 감안할 경우 행정제재 수준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협찬고지를 하지 않아 적발되더라도 과태료 수준이 협찬 수입보다 낮을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협찬고지와 관련한 행정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방송법을 전면적으로 바꿔 2015년 ‘MBN영업일지’와 같은 시청자 기만 사건이 드러날 경우 방송사가 막대한 영업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강력한 징벌적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날 “가장 중요한 건 홈쇼핑 연계편성 문제다. 소비자들에게 광고보다 더한 신뢰를 주는 프로그램에서 광고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계편성은 이른바 허위과장 광고보다 더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며 “연계편성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 부위원장은 “협찬 고지가 의무화되면 홈쇼핑과 건강프로그램의 연계편성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 본다”며 “시청자 보호를 위해 연계편성 문제와 관련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언론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확인한 건강정보프로그램-홈쇼핑 연계편성의 예. ⓒ방통위
▲방통위가 확인한 건강정보프로그램-홈쇼핑 연계편성의 예. ⓒ방통위

앞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방송사 건강정보프로그램이 홈쇼핑 판매제품의 홍보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사와 홈쇼핑의 연계편성 여부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이날 “방송사들이 특정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고도 (안 받은 것처럼) 속이는 건 없어져야 한다.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 협찬의 공정정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협찬이 광고와 함께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큰 윤활유 역할 해온 사실”이라며 “이런 규제가 (방송제작의) 제약요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방송사가 어렵다. 협찬제도를 편법적으로 운영하려는 유혹이 있을 수 있다”며 “방송사도 유혹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개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2019년 6월 방통위는 동일한 법안을 입법 예고한 후 법제처 심사까지 거쳤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정부광고법 관련 조항 추가를 요구해 재입법 과정을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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