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 PD가 해고당하고 법정 다툼에서도 패소하자 목숨을 끊은 지 3주가 지났지만 방송사는 여전히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이 PD 사망 직후에도 거의 보도하지 않았고, 지난 12일 서울 국회 유족 기자회견, 14일 충북대책위 출범, 19일 서울에서 대책위 출범 등 보도할 타이밍에도 보도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방송사 가운데 YTN만 적극 보도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청주방송’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보도를 찾기 힘들다. 적은 보도량에, 보도를 한다고 해도 청주방송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청주의 한 방송사’, ‘프리랜서’ 등으로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역시 언론기관의 입장이나 청주방송의 입장, 대책위 설립 등 사건 스트레이트에 불과했고 쟁점을 짚는 추가 취재는 거의 없었다.

KBS, MBC, SBS는 여전히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KBS 홈페이지에는 지난 14일 ‘프리랜서 PD 사망 충북대책위원회 출범’이라는 기사가 있는데 역시 ‘청주방송’이라는 단어는 없다. 기사는 4문장으로 아주 짧고 방송사 이름도 없이 ‘해당 방송사’라고만 썼다. 이후에 나온 리포트 역시 ‘프리랜서 PD 사망’이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언급하고 있다.

MBC는 지난 5일 ‘충북 청주 모 방송사 전 프리랜서 PD 숨진 채 발견’이라는 기사 외엔 다른 기사를 찾기 힘들다. 다음날 노동단체가 청주방송을 비판하자 익명으로 짧게 보도했다. 청주방송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충북MBC에서 청주방송이란 이름을 공개했다.

SBS 홈페이지에서는 ‘청주방송’, ‘이재학’, ‘프리랜서’라고 검색해도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렵다. 야구선수 이재학 관련 기사만 나올 뿐이다.

▲방송사들의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건 보도. 디자인=이우림 기자.
▲방송사들의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사건 보도. 디자인=이우림 기자.

TV조선, 채널A, JTBC에서도 ‘청주방송’과 ‘이재학’ 등으로 검색했지만 관련 보도를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MBN는 지난 5일 “청주 모 방송사 전 프리랜서 PD 숨진 채 발견 ‘억울하다’ 유서” 기사를 내보냈지만 역시 청주방송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돋보인 건 YTN의 보도였다. YTN은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씨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날인 12일부터 보도를 시작했다. 변상욱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가 있는 저녁’ 20일에 동생이 출연해 사안을 깊이 있게 알렸다. 이대로씨는 이재학 PD의 업무 형태, 임금, 투쟁 과정, 소송 과정의 문제점, 진상조사 진행의 문제까지 세세히 짚었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유족의 말을 들었다. 이외에도 YTN 라디오에서는 ‘미디어비평’ 코너에서 17일, 24일 등 세 번을 추가로 더 다뤘다.

이처럼 이재학 PD 관련 보도에서 방송은 조용했고 인터넷뉴스를 중심으로 기사가 주로 생산됐다. 기사가 집중 생산된 시기는 6일 PD연합회 등 언론기관의 성명 발표와 9일 청주방송의 입장 발표, 12일 이대로 씨의 국회 회견, 14일 충북대책위원회 출범, 19일 서울 대책위 출범 때였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외경제tv, 뉴시스, 뉴스1, 노컷뉴스, 레디앙, 오마이뉴스, 연합뉴스, PD저널, 충북인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관련 기사를 송고했다. MBN, MBC는 인터넷판으로 기사를 송고했다.

언론기관이나 청주방송의 입장을 그대로 받고 인터넷 중심으로만 이런 기사가 나오는 것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송사 인터넷판 기사를 찾아볼 수는 있었으나,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며 “단순히 인터넷에서만 소비하려는 용도의 기사”이고 자체 취재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생 이대로씨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방송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사실을 언급하며 “보도하지 않는 방송사들 역시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문제에 비슷한 치부가 많을 것”이라며 “이런 사안을 보도하면 자신들 방송사 내부 문제에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 ‘제 식구 감싸기’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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