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이재학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또다시 방송계 프리랜서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고 이재학 PD는 프리랜서였지만 정규직 PD들과 똑같이 업무를 수행했고, 처우개선을 요구했다가 해고됐다. 이후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하자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 관련기사: 부당해고 다투던 청주방송 프리랜서 PD "억울하다" 목숨 끊어 ] 

12일 고 이재학 PD 유족대표 이대로씨는 서울 국회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진상조사와 고 이재학씨의 명예회복‧가해자 처벌과 나아가 언론계 비상식적 노동 형태 개선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싸움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주방송 사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서도 스스로의 치부라도 드러내야 할 것은 드러내고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12일 서울 국회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가운데). 사진=김용욱 기자.
▲12일 서울 국회에서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고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씨(가운데). 사진=김용욱 기자.

이대로씨는 “언론은 다른 분야보다도 정의와 윤리가 갖춰져야 한다. 그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정의를 부르짖지만 실제 방송사 안에서는 비상식과 부정부패가 너무 많았다”며 “특히 청주라는 지역 사회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CJB청주방송은 기형적 사조직이 돼있었다. 형의 죽음 이후 그 실태를 하나씩 알게되니 분노와 원통함을 깊이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형을 잃은 슬픔은 잠시 접어두고 냉정하게 형의 명예회복과 억울함을 푸는데 집중하겠다”라며 “저희 형이 그래왔듯 저 역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청주방송에 대한 진상 조사를 통해 잃어버린 형의 명예를 되찾고, 청주방송이 법원에서 한 위증과 방송사 내에서의 갑질, 압박을 밝혀내고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주방송 내에서 이번 사건에 관련이 있는 가해자들 단 한명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형의 죽음으로 인해 방송계의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문제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방송사에서 프리랜서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노동 착취와 비정상적 노동행태를 밝히고, 실질적 대책을 위해 논의하겠다”라며 “청주방송의 가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현재도 이뤄지고 있는 주요 자료에 대한 은폐 등도 중단하라고 강력히 요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런 죽음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에도 지적을 했다. 그는 “방송통신위 관계자분들, 노동부 분들, 국회, 나아가 노동 존중을 외친 정부, 여기계신 언론인들 다시는 저희 형 같은 피해가 없도록 제발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재학PD 죽음, 청주지역언론은 얼마나 보도했을까?)

▲12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의원실, 한빛미디어노동센터, 직장갑질119 등이 고 이재학 PD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12일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의원실, 한빛미디어노동센터, 직장갑질119 등이 고 이재학 PD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이 씨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미디어오늘에 “방송계에서는 대부분 형의 사건을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다. 특히 청주 지역의 언론은 정말 극소수만보도하고 있다.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있는 방송사들은 그들 역시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문제에 대해 비슷한 치부가 많을 것”이라며 “이런 사안을 보도를 하면 자신들의 방송사 내부 문제에 대한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제 식구 감싸기’처럼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도 “여기에 계신 기자 여러분들께 간절히 부탁드린다. 방송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 방송은 대체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요 방송 대부분과 청주의 방송사들도 이번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자기 가족을 보호한다는 좋은 뜻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치부도 드러내놓고 보도할 것은 보도를 해야 고칠 수 있다. 기자분들게 보도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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