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영화 기자보다 영국남자 먼저 찾는다”
“영화 기자보다 영국남자 먼저 찾는다”
[2020 유튜브 저널리즘②-1] 정치사회 현장서 기자들과 ‘충돌’, 영화·자동차·IT분야 유튜버 선호

유튜브가 언론 지형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언론사에게 유튜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정치인과 시사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매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취재형 100만 유튜버가 등장했고 언론이 외면해온 소수자와 약자에게 유튜브는 ‘확성기’가 됐습니다. 언론을 매개해 홍보에 열을 올렸던 공공기관과 기업은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2020년을 맞아 유튜브 저널리즘 지형을 심층 분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자유유튜버연대 주최로 유튜브의 일명 ‘노란 딱지’ 정책 비판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1월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자유유튜버연대 주최로 유튜브의 일명 ‘노란 딱지’ 정책 비판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1.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누가 만들까
2. 언론 대신 유튜버 찾는 시대
3. 언론사 유튜브 전략 점검
4. 색다른 목소리 내는 언론사 버티컬 브랜드
5. 지역언론과 유튜브
6. 정치시사 유튜버 판세 뒤흔들까
7. 소수자와 약자 목소리 스피커 달다
8. 취재원에서 경쟁자로, 유튜브 뛰어든 시민단체
9. 교육감이 드립치는 시대, 유튜브와 공공기관 소통
10. 유튜브 브랜드 저널리즘 성과는

“민주국가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를 내보낸다고 (유튜버 출입을) 원천적으로 통제하겠다. 이게 말이 되는 발상입니까?” 

지난해 12월20일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유인태 사무총장을 찾아 유튜버 국회 출입을 허용해달라며 항의했다.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은 당의 주요 행사에 ‘신의 한 수’ 등 유튜브 생중계를 허용한다. 당 지도부가 보수 유튜브 콘텐츠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인터뷰하기도 한다. 기자 못지않게 유튜버를 선호하고 있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해 3월8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촬영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당시 현장을 찍고 있었는데, 한 유튜버가 포토라인 룰을 깨고 현장에 난입하는 장면.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해 3월8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촬영기자와 사진기자들이 당시 현장을 찍고 있었는데, 한 유튜버가 포토라인 룰을 깨고 현장에 난입하는 장면.

취재 현장에 나타난 유튜버들

국회 기자들은 지난해 패스트트랙 국면을 계기로 유튜버에 대한 인상이 선명하게 남았다. 당시 보수 유튜버들은 한국당 당직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몸싸움을 벌였다. 보수 유튜버들은 자유한국당에 비판적인 서울의소리 취재진을 내쫓았다. 곳곳에서 자리 배치 등을 두고 유튜버와 기자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무제한 기자간담회 때는 민주당 측에서 ‘신의 한 수’가 민주당 출입 매체가 아니라며 나가라고 하자 실랑이가 벌어졌다. 황교안 대표 청와대 앞 단식 기자회견 때는 보수 유튜버가 현장에 모인 지지자들을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함께 비난한 일도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호통을 치는 서울의소리의 응징 취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인터넷매체 정치부 A기자는 “언론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유튜버들은 잘 지키지 않는다. 현장에 개입하고 소리 지르고 욕설하고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정치부 B기자는 “그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사회 분야에서도 유튜버들이 취재 현장에 많아졌다. 현장 기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늘었다고 기억한다. 

방송사 C촬영기자는 “유튜버들은 김웅, 김태우 등 내 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출석할 때는 꼭 나타난다. 통로를 막고 있다가 기자들이 이동하면 다른 유튜버들, 근처에 있던 사람들과 동조해 기성 언론사 취재진을 몰아붙인다. 갑자기 튀어나와 화면을 가리는 등 취재의 룰을 깨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D사진기자는 “포토라인을 지키지 않아 취재를 방해한다. 취재하는 건 좋은데 룰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 막무가내식”이라고 지적했다.

▲위쪽부터 자동차 시승기 전문 유튜브채널 '김한용의 MOCAR'와 '안오준TV'
▲위쪽부터 자동차 시승기 전문 유튜브채널 '김한용의 MOCAR'와 '안오준TV'

영화·자동차·IT 등 기업이 유튜버 선호

유튜버들이 기자들과 현장에서 함께 경쟁하는 상황은 정치사회 분야뿐 아니라 전방위적이다. 비정치 분야에서는 기업이 유튜버를 비롯한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마케팅 효과를 노린다.

자동차 시승행사 때 유튜버를 부르는 일은 낯설지 않다. 경제지 E기자는 “예전에는 기성 언론사에 차를 먼저 배정해줬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언론사들이 밀린다”고 했다. 경제지 소속 F기자는 “최근 국내 자동차업체에서 신제품이 나왔다. 시승기 행사 당일 외에 언론사나 유튜버가 차를 받아 추가적인 시승을 한다. 추가 시승을 위해 차를 받으려면 기간이 소요된다고 전달받았는데 유튜버가 어느새 받아서 타고 영상을 올렸더라. 그래서 자동차 기자들이 놀랐다”고 말했다.

경제지 G기자는 “기존에도 유튜버들을 부르긴 했는데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마케팅 효과는 유튜버가 낫다. 사람들이 유튜버를 더 믿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경제지 H기자는 “공식행사에 불러 궁금한 거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내용들을 회사 관계자들이 정확하게 답변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초청을 적극적으로 하는 면도 있는 거 같다”고 했다.

자동차 업체 홍보 관계자는 “영상시대다 보니 이용자들이 영상을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며 “유튜브 콘텐츠가 조회수 등 효과를 확인하기도 편한 면이 있다. 자동차 분야 같은 경우에는 유튜버들이 더 잘 한다고 본다”고 했다.

영화, 게임, IT 등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외 행사에 기자를 초청하는 ‘정킷’이 영화홍보 마케팅의 중요한 포인트인데 김영란법 도입과 유튜브의 성장이 맞물려 유튜버들도 초청한다. 

김현수 씨네21 기자는 “영화 개봉 때 돌아가면서 인터뷰를 하는데 요즘은 유튜버 ‘영국남자’에 먼저 시간을 할애해주고 나머지 시간에 기성 미디어가 배치되는 식으로 뒤처지기도 한다.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자가 늘어 인터뷰 기회가 줄었다”고 했다. ‘영국남자’는 한식 먹방을 주로 하는 유튜브 채널로 ‘킹스맨’ ‘어벤저스’ ‘맨인블랙’ ‘남산의부장들’ 등 배우들과 먹방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게임회사 신제품 출시 행사 때는 업체에서 기자와 유튜버들을 함께 초청한 간담회를 열었다. IT매체의 한 기자는 “당시 유튜버들이 간담회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해가 됐는지 기자들이 홍보팀에 항의한 걸로 안다. 이후에는 그렇게 초청하지 않더라. 과도기적인 상황 같다”고 했다. 그는 “전자제품 신제품은 기자들 대상 시연행사를 하지 않고 인플루언서만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별도로 연 적도 있다.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영화 리뷰해주는 유튜브채널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영화 리뷰해주는 유튜브채널 ‘영국남자’ 화면 갈무리.

“배울 건 배우자” “차별화 필요”

분야별로 구체적인 상황은 달랐지만, 기자들은 유튜버를 의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부의 경우 유튜브 콘텐츠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합일간지 정치부 B기자는 “언론이 반성해야 한다. 양극단으로 의견이 나뉜 독자들 사이에서 객관성도 주관성이 되는 시대가 됐다. 혐오 조장, 갈등 유발 등 문제가 있는 기사를 우선 줄여야 한다”고 했다. 

경제지 G기자는 “그들이 하는 일과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뉴스에서 자동차 시승 리포트는 없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 협찬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미보다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중시하는 언론의 역할이 있다고 했다.

김현수 씨네21 기자는 “마블 콘텐츠처럼 ‘덕후’가 강한 영화는 기자나 평론가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면서도 “유튜버들은 마블 영화 각 장면의 의미를 설명하지만, 기자들은 취재를 통해 산업적 측면에서 마블의 전략을 분석할 수 있다. 깊이 있는 비평도 언론의 강점이다. 유튜브에 리뷰어는 많지는 비평가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IT매체 I기자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우리가 전달에 얼마나 소홀했나 반성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독자들에게 정보를 쉽게 전달할지 고민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거 아닌가. 우리는 취재 접근성이 있다 보니 팩트체크류의 아이템으로 유튜버와 차별화를 둘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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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2-23 12:54:43
종합일간지 정치부 B기자는 “그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 그대들 양심에 손을 대고 답해보라. 정말 총체적인 사실을 보도했나. 내가 보기에는 그대들도 선택적(대주주에 이로운)이고 유리한 보도만 했다. 물론, 기자들은 힘든 공부를 하고 언론사에 들어갔다. 그래서 더 차별적인 걸 원하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런 차별의식이 더 큰 차별을 부른다고 생각 안 해봤나. 계급과 태어날 때부터 다른 귀족을 원하는가. 언론이 원하는 정의는 공정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 아니었나. 국민 모두에게 이로운 게 무엇인가. 선택적 정보인가 아니면 포괄적 정보인가. 정보가 독점되지 않고 공평하게 전달되는 나라가 좋은 나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