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하~” TV조선 엄성섭 앵커의 유튜브 채널 ‘엄튜브’식 인사다. TV조선 ‘엄튜브’가 ‘핫’하다. 개설 1년도 지나지 않아 21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논쟁적인 이슈에 정면으로 뛰어든다. 조국 사태 등 정치 현안 논평에서부터 ‘거지 같네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자영업자 인터뷰 등 현장 취재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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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튜브’에선 주인공 엄성섭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정치 현안에 보수적 관점에서 분노를 쏟아내는가 하면 먹방을 하면서 수다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지금과 같은 정책을 편다면 20년 후에 자신할 수 있을까요”라며 핏대를 세우다가도 “우리 딸이 왜 엄하 아저씨 옷이 맨날 똑같냐고 물어봅니다”라는 채팅 질문을 읽고선 민망해하며 수줍어한다.

‘엄튜브’는 TV조선 정운섭 기자가 총괄 기획을 맡고 엄성섭 앵커가 진행한다. 여기에 영상 촬영, 편집, 작가 등 인력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엄성섭 앵커와 정운섭 기자를 지난 20일 TV조선 사옥에서 만났다. 이들은 유튜브에서 호불호를 떠나 ‘캐릭터’를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언론사로서 검증 안 된 정보가 아닌 취재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고도 했다. 

▲  TV조선 정운섭 기자와 엄성섭 기자.
▲ TV조선 정운섭 기자와 엄성섭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이 채널을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정운섭 = 사내에서 유튜브에 대비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그 결과 뉴미디어본부로 파견을 가 MCN사업 기획을 맡았다. 시사정보 종합채널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개인 브랜드 채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기자들이 크리에이터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첫 채널이 엄튜브다. 제가 엄성섭 선배를 ‘픽’했다.

엄성섭 =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다. 유튜브가 확증편향적인 면이 강해 현직 기자가 해도 되나 고민이 있었다. 정치 이슈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았고, 일상을 보여주거나 먹방을 하려고 했다. 엄튜브는 정치 이슈를 다루면서도 일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요구가 반영된 채널이다.

- 왜 엄성섭인가.
정운섭 = 처음엔 사내에서도 반대가 많았다. 안티가 많았고 유튜브에 어울릴만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유튜브는 팬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기에 캐릭터 없이는 불가능하다. 엄성섭 선배는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있고, 방송에는 보이지 않는 반전 매력도 있다. 그리고 ‘불호’가 있다는 게 좋았다. 

- 불호는 약점이 아닌가.
정운섭 = 유튜브는 ‘팬 비즈니스’ 기반이고 안티와 팬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안티도 그 사람을 찾아서 본다. SBS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을 무시해 비판을 받은) 이대 백반집에 찾아가 해명을 듣는 영상이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을 보면 백반집 사장님에 대한 욕이 더 많다. 욕하면서도 보는 거다. 안티는 중요한 축이다. 안티와 팬을 아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안티가 분명한 엄성섭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 유튜버로서 엄성섭 앵커의 반전 매력은 무엇인가.
정운섭 = 방송 이미지 탓에 강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같이 술 마셔보면 깜짝 놀랄 거다. 부드럽고 섬세하고 오히려 중성적이다. 이게 이질적인 재미로 느껴졌다. 사람들이 모르는 이 매력을 잘 포장해서 뽑아내면 먹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화자가 새로우면 모든 게 새롭다. 같이 커피를 마시더라도 새롭고 재미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거다. 엄튜브에서 엄성섭 앵커는 일상언어를 쓴다. 수줍어하고 깔깔거리는 수다스러운 캐릭터가 나오면서 사람들이 재미를 느꼈다. 

- 콘텐츠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나.
정운섭 = 라이브와 사전제작물로 나뉜다. 라이브는 주로 정치시사 콘텐츠, 사전제작물은 연예와 브이로그다. 저와 엄 선배가 함께 취재한다. 주장이 엇갈릴 때는 만나보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현장을 찾는다. 가끔 ‘단독’도 한다. 발로 뛰는 보수 유튜브 채널은 여기 밖에 없다는 구독자 평가도 있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팩트가 틀렸다고 지적한 내용이 있었는데 자료 출처를 잘못 밝힌 문제였다. 이후 출처 정확하게 밝히고 불분명한 정보들은 정보공개청구해 반영했다. 

엄성섭 = 취재가 중요하다. 유튜브에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는 채널이 많다. 시사 유튜버 중에서도 가짜뉴스라 볼 수 있는 정보를 유포하는 곳이 많으니 취재가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 기존 뉴스와 유튜브 콘텐츠의 기획, 구성 등에 차이가 있다면.
정운섭= 기획단계에서 ‘재미’를 고려한다. 정보를 얻고 하루를 정리하려는 생각에 TV뉴스를 본다면 유튜브는 듣고 싶은 이야기, 느끼고 싶은 감정, 얻고 싶은 인사이트 등 취향 요소가  작동한다. 이 취향은 재미를 기반으로 하기에 정보와 재미의 접점이 중요하다. 구독자 감정을 고려하는 점도 특징이다. 방송은 중요한 메시지를 먼저 전달하는 게 포인트인 반면 유튜브는 처음에는 신변잡기로 시작하고 이후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등 정서적인 면을 고민한다.

▲ '엄튜브' 라이브 방송 갈무리.
▲ '엄튜브' 라이브 방송 갈무리.

 

- 라이브 방송은 어느 정도의 반응이 있나.
엄성섭= 매일 할 때는 평균 1만명씩 들어왔다. 지금도 7000~8000명씩 들어온다. 정시에 하다 보니 방송편성처럼 각인 효과가 생기고 채널을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내용을 보면 생각이 다른 분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수다를 떠는 게 좋아서 들어오는 분들이 많았다. 

- 유튜브에서 주목받는 콘텐츠는 어떤 유형이라고 생각하나.
정운섭= 1보, 2보 식으로 뜨는 뉴스는 단편적으로 나오기에 한 번에 정리된 걸 보기 힘들다. 반면 유튜브에는 정리된 콘텐츠가 많다. 단순히 설명만 해주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들어가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콘텐츠도 주목을 받는다. 백종원 ‘골목식당’ 백반집의 경우 와전된 얘기가 돌았지만 누구도 직접 들어보지 않았다. 엄성섭이라는 재밌는 캐릭터가 가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거다.

- 일상 콘텐츠를 함께 보여주는 건 어떤 효과가 있나.
엄성섭= 내가 재미를 느낀다. 먹방은 원래부터 좋아했다. 이걸 하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엠브로의 먹방을 열심히 봤다. 사람들이 왜 이런 걸 볼까 생각하다가 ‘일상’이 재미있을 수 있다고 느꼈다. 나의 일상과 내가 하는 일도 누군가에겐 재미로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운섭= 이런 콘텐츠가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된다. 정치시사 콘텐츠를 볼 때는 거리감을 느끼는데 먹방과 술방을 통해서 사람과 가까이에 있다고 느낀다. 

▲ '엄튜브' 먹방 콘텐츠.
▲ '엄튜브' 먹방 콘텐츠.

 

-독자층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정운섭= 남녀성비가 6:4 정도다. 독자는 남성이 많지만 반응을 보여주는 건 여성이 더 많다. 사위 삼고 싶다는 댓글이 많다. 50대 이상이 57% 정도고 이어 30~40대가 그 다음으로 많다. 흥미로운 점은 18~34세 구독자가 8.4% 정도 있다. 1만7000명의 젊은 층이 있는 거다. 우리의 확장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유튜브가 필터버블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있고, 시사현안을 다룬 뉴스 콘텐츠가 진보, 보수 막론하고 이 같은 경향에 기대 성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엄성섭= 그런 지적과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같은 상황이라 본다. 유튜브가 개인이 골라볼 수 있는 확증편향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 그런 거 같다. 제 지인 중 한 분은 미스터트롯에서 왜 영탁이 우승자가 아니냐고 얘기하더라. 자신의 유튜브에서는 영탁만 보이는 거다. 이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정운섭= 개인적인 생각으로 유튜브는 사기업이기에 수익 추구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개인들의 취향에 맞추고, 나아가 일부는 사람들에게 없는 취향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그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나쁘다고 할 수도 있고 좋다고도 할 수 있다.

▲ 1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이대 백반집' 영상.
▲ 1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이대 백반집' 영상.

 

- 유튜브 채널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게 된 인사이트는.
엄성섭= 구독자는 냉정하다. 콘텐츠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떠나는 거 같다. 라이브 방송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이슈에 반응한다.

정운섭= 유혹에 노출된다. 진보적인 시각에서는 우리 콘텐츠가 마음에 안 들 수 있지만 우리 나름대로는 치우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왜 이렇게 쫄아서 하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취재가 안 되면 내보내지 않는다. 듣기 좋으라고 ‘어그로’ 끌고 싶어서 하면 사람들 더 많이 모이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유혹과 거리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만 노력하고 있다.

- 사내 MCN사업을 기획한다고 들었다. 
엄성섭= 사내에 저 말고도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은 직원들이 있다. 공모를 받아서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모집하고 채널 기획하는 단계다.

정운섭= 회사에서 직원들 유튜브 하는 데 고민이 있는데 차라리 양성화하자는 취지였다. 업무시간에 하는 거라 업무 성격이 있지만 채널은 개인 채널이다. 회사가 공식화하면서 중간지대의 접점이 생긴다. 4월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채널 하나씩 개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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