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취재팀이 지난주 우한 봉쇄 전 현지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아직 잠복기라서 혹시 모를 동료 직원들에 대한 전염 우려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또 중국 보건당국 요청으로, 당분간 근무도 회사 상주 기자와 재택 근무 기자로 나눠 운영합니다.”

안양봉 KBS 중국 특파원이 28일 뉴스9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전한 뉴스 내용이다. 건강상 문제는 아니지만 취재진이 우한에 다녀온 적이 있어 KBS 중국지국도 당분간 자체 격리 체제로 운영한다.

이처럼 전염병 등에 관한 취재 때, 현장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취재진 안전은 물론, 기자가 감염원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현장 취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하고 싶은 게 기자들 마음이지만 전염병 재난에서 주요 방송사는 현장 취재를 최대한 자제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우한은 물론이고 국내의 격리병동 취재 때도 병동 안으로 들어가 무리하게 취재하거나 환자와 인터뷰 등은 하지 않기로 원칙을 세우고 있다.

KBS 보도국 관계자는 “질병 발생 아주 초기 단계 때, 우한에 현장 취재하러 기자들이 갔지만 현재는 베이징으로 돌아왔다”며 “취재진 안전도 있지만 기자가 우한에 다녀온 뒤 감염원이 될 수도 있어 지국에 머물면서 공식 확인되는 자료들을 토대로 보도한다”고 전했다.

▲28일 KBS 뉴스9 화면.
▲28일 KBS 뉴스9 보도 화면.

KBS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 취재를 총괄하는 임장원 KBS 경제주간은 “KBS는 재난방송 주관사로, 현재 재난방송 체제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서 ‘사건사고’의 관점이 아닌, 예방을 위한 적극 안내자 역할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재난방송 보도에서 신속함보다 정확함을 더 우선하고, 혼란을 방지하고 인권보호 원칙 아래 방송하자는 원칙을 세웠다”고 전했다.

임 경제주간은 “취재진 안전 못지않게, 취재진이 과도하게 개입해 감염의 매개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하기에 좋은 영상을 놓칠 수 있더라도, 무리한 취재로 현장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걸 구성원이 주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메르스 때 기자들이 소위 ‘그림’을 위해 무리하게 현장 취재해 비난을 받았다”며 “이후 KBS 내부적으로 ‘왜 재난방송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한 결과, 자극적 현장 중계나 무리한 인터뷰가 아니라 정보를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전하는데 집중키로 했다”고 말했다.

SBS나 MBC도 우한 현장에는 취재기자를 파견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파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SBS의 조동찬 의학전문기자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초기에 전문가들이 2m 이내 접촉만 감염을 부른다고 했는데 나중에 그렇지 않은 게 밝혀졌다. 이처럼 전문가라도 틀릴 수 있으니 현장 취재 등은 최대한 조심하자고 방침을 세우기로 했다”며 “공기 전염이 안된다고 방심하지 말고 환자 있는 곳 등은 무리하게 취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국 상황을 전했다.

조 기자는 “SBS 내에서도 초기에 우한에 ‘르포’를 쓸 기자를 보내자고 논의했는데 반대 의견을 말했고 보내지 않기로 했다”며 “기자 감염도 문제지만 기자가 돌아와 감염원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보도국에서도 상당히 조심하고 우한 현장 취재는 우한 취재원에게 전화 등으로 한다”고 전했다. 그는 “상황이 바뀌어 꼭 우한에 가야하는 일이 생기면 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기자를 보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제 MBC 보도국장도 “MBC 베이징 특파원은 현재 우한에 가지 않았다. 파견을 논의한 적이 있지만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우한에 연락되는 분들을 통해 취재 정보를 얻기로 했다. 베이징 특파원과 가족에게 보도국에서 마스크 등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보도국장은 “우한뿐 아니라 국내의 격리병동 취재에도 최대한 환자 있는 병동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며 “국내 병원 취재도 무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드라이하게 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