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철 노선 중 서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구성된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경기지노위)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용인경전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운명이다. 약간은 어려운, 아니 많이 복잡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언젠가부터 철도노조가, 지하철노조가 파업을 해도 “시민의 발을 볼모로 노조가 파업했다”는 기사가 사라졌다.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모든 기사에 등장하는 공통단어는 ‘정상 운행’, 그리고 실제 철도노조가 2016년 78일 동안 파업을 했지만 파업으로 일상이 불편했다는 시민들의 아우성은 들은 적이 없다. 시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고, 안전한 것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파업을 해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불편하다. 파업을 해도 불편하지 않은 것이 꼭 좋은 것인가, 진짜 시민을 위한 것인가 용기 내어 질문해 본다.

과거에 철도지하철이 파업을 하면 불법이라고 딱지를 붙이고, 노조위원장을 연행하고 구속시키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기지나 대학교로 피신해 있다가 경찰이 투입되면 도망가고 잡혀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세상이 변해서 이제 파업을 해도 버젓이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도심에서 집회를 하고 문화제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자들은 하라고 한다. 어떤 기관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최근 모 기관 임원은 ‘노조가 20일은 파업을 할 거라고 본다’며 ‘파업 하려면 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용인경전철은 노조가 생기자마자 파업 시 필요한 필수유지협정을 맺자고 회사가 적극적으로 파업을 ‘준비’했다. 이 정도 되면 사용자가 파업덕후이다.

일례로 철도공사의 경우 노조가 파업을 하면 공사의 수익은 더 올라간다. 운행해도 돈이 안 되는 무궁화호, 새마을호는 운행을 줄이고, 돈이 되는 KTX는 모두 정상운행하고, 파업하니 인건비는 줄어들어 전체적으로 보면 재정수지가 더 좋아진다. 이래서 사장은 파업덕후가 되나?

철도지하철 파업을 다룬 기사가 달라진 것도, 사용자가 파업덕후가 된 것도 모두 2008년부터 도입된 노조법에 규정된 필수유지제도 때문이다. 노조법이 개정되며 철도지하철 분야는 파업을 하더라도 몇 개의 업무는 반드시 필수적으로 유지되도록 하고, 그 유지율을 정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전기 유지보수 필수유지율 60%라고 하면 원래 100명이 일하고 있었다면 파업을 하더라도 60명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40명만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노조법에는 빈자리 40명에서 절반 20명은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100명자리 중 20명만 비는 것이다. 평소에 휴가, 교육을 가는 수준이니, 20명 정도 빠져도 단기간에는 그럭저럭 열차가 운행되고, 그래서 기이하게도 철도지하철이 파업을 해도 정상운행이 되는 것이다. 현재 철도지하철 사업장의 필수유지율은 60~70% 수준이며(대체인력 투입되면 80~90% 수준), 서해선과 용인경전철은 경기지노위로부터 필수유지율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외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을까?

시민들의 생명, 안전과 노동자의 파업권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러나 철도지하철은 일반 시민의 교통수단이다. 일시적으로 중단이 되어도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다. 파업을 하여 인력이 줄어든 만큼 열차운행을 줄이거나 멈춰야 오히려 안전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러한 취지로 철도지하철 분야에 필수유지제도와 같은 규정을 두지 않는다. ILO에서도 한국의 필수유지제도에서 철도지하철을 제외하라고 수차례 권고했었다. 나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주장할 수 있다. 한국에서 철도지하철이 시민의 온전한 발이 되려면 필수유지제도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당장 없어지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유지율을 경기지노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생각보다 한국의 철도지하철 분야는 안전하지 않다.(공포마케팅같아서 솔직히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 서해선의 한 신입직원은 “인력이 부족하여 밤에 혼자 전기 유지보수를 해야 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떨면서 말했다. 그의 공포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전차선에는 1700V의 전기가 흐른다. 감전되면 다치지 않는다. 사망한다. 하여 숙련된 전기분야 직원들도 반드시 2인1조로 일을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서해선에 대해 20년간 운영권을 따서 이윤을 뽑아간다. 시민의 발? 아니다. 문 닫지 않는, 불황이 없는 사업이다. 거기다 인력을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면 이윤은 더 늘어난다. 일례로 서울교통공사는 운영한지 1년도 안되어 15억원을 가져갔다. 회사는 올해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7억3천여만원이고, 10원도 못 늘린다고 한다. 

서해선의 노동조건이 전국에서 최저이니 9~10월에만 전체 직원 142명 중 10여명이 사직했다. 유지보수, 점검할 사람이 없다. 이러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 노동자들은 서해선 밖으로 유출되는 이윤으로 안전인력을 뽑고 안전인력 이탈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장에게 요구해도 사장은 버틴다. ‘경기지노위는 높은 수준의 필수유지율을 결정할 것이고,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도 정상운행이니까. 파업을 하든지 말든지, 안전인력이 나가던지 말든지.’ 이런 식인데, 반문해 본다. 시민의 발을 이렇게 방치할 수 있나?

▲ 서해선(소사역~원시역) 철도운영기관인 ‘소사원시운영(주)’ 홈페이지 갈무리.
▲ 서해선(소사역~원시역) 철도운영기관인 ‘소사원시운영(주)’ 홈페이지 갈무리.

 

지금까지 노동위원회에서 필수유지율을 결정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러나 유지율은 60~70%로 거의 대동소이했다. 당최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하루에 천만 명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1~8호선과 다르게 지역주민의 5%정도가 이용하는 서해선, 용인경전철. 그래도 같은 철도지하철이니 60~70%로 결정이 될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서해선에 대해, 용인경전철에 대해 경기지노위에서 이 같은 수준으로 결정하면 열차는 정상운행, 사용자는 룰루랄라할 것이다. 안전인력 확충, 노동조건 개선으로 인력유출 방지, 안전보다 이윤 우선인 민간위탁 철회는 그냥 노동자들의 작은 외침으로 남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시민의 발 운운하는 높으신 분들은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시나? 높으신 분들은 시민의 발을 위해서 정말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은 하시나?!

한편, 서해선은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필수유지율을 결정해달라고 8월 27일 경기지노위에 신청한 후 40일이 지났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경기지노위는 필수유지율을 결정하지 않고 있고, 사용자는 신이 났다. 필수유지율 없이 파업에 돌입하면 불법파업이니 손해배상청구하겠다, 징계하겠다, 등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노동쟁의 모든 사건은 처리 기간이 있는데 유독 필수유지제도는 사건 처리 기간이 없다. 10월11일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가 열린다. 파업을 무력화시키는 필수유지율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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