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을 ‘미끼’로 클릭 장사 그만하라
성매매 유입 아동‧청소년을 ‘미끼’로 클릭 장사 그만하라
[민언련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

매년 9월19일부터 25일은 정부가 정한 ‘성매매 추방주간’입니다. 이는 201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2014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제7조에 신설됐습니다. 위 조항에 따라 이 기간엔 성매매 및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해당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열립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매매 추방주간을 맞아, 지난 청소년 성착취에 대한 보도들을 모니터했습니다. 

민언련이 특히 청소년 성착취 관련 보도에 집중한 이유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는 이미 심각성이 드러난 지 오래며 △특히 올해 주간은 정부가 ‘채팅앱 등 온라인 기반의 청소년 성매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청소년 성매매’라고 칭하면서 청소년 성착취 피해자를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 또는 비행 청소년으로만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성매매가 아니라 청소년 성착취라고 말합시다!

한겨레의 <상업적 성착취는 십대를 겨냥한다>(4월2일, 김지윤 기자)는 청소년 성착취와 관련해 매우 잘 정리된 기사입니다. 보도는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들이 성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청소년의 성을 산 구매자와 알선하는 이들에게는 초범이거나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라는 이유로 재판부가 기소유예 등의 처분을 내리면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은 범죄에 가담한 아이들로 보고 보호관찰 처분을 내리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기자는 “십대 청소년에게서 성관계 동의를 받고 돈을 주면 아동 대상 범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피해 청소년이 성인과 거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아이의 동의를 받으면 성관계를 하고 때려도 착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어른들의 사회’가 편안한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를 막는 데 역부족인 법 제도의 문제점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대한 현행법의 문제점을 보다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강간‧강제추행 등의 피해자가 된 아이들을 ‘피해 아동·청소년’으로, 성매매의 상대방이 된 아이들은 피해자가 아닌 ‘대상 아동·청소년’이라고 분류합니다. 대상 아동·청소년은 피해자성을 인정받지 않기 때문에 성구매자나 알선자처럼 처벌을 받습니다.

▲ 대상 청소년과 피해 청소년을 나눈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6호와 7호.
▲ 대상 청소년과 피해 청소년을 나눈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6호와 7호.

 

그나마 청소년이기 때문에 보호처분을 받는데요. 보호처분으로는 1호 보호자 등에게 감호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보호관찰관의 단기보호관찰,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시설이나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7호 요양소‧병원‧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10호 소년원 송치 등이 있습니다.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을 받을 경우 최대 2년까지 소년원에 있어야 하며, 가장 낮은 1호 처분을 받아도 보호자에게 알려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해 발표하는 ‘성매매 실태조사’의 가장 최근 자료인 2016년 보고서를 보면 아동‧청소년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의 74.8%가 채팅앱, 랜덤채팅앱, 채팅사이트 등이라고 합니다. 아동·청소년이 온라인을 통해서 너무 쉽게 성구매자와 알선자에게 유입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한번 성매매 구조에 유입된 청소년은 자신들이 받을 처분이 무서워 성매매 피해사실을 밝히기 어려워합니다. 외부에 알려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을, 혼자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악용하여 성구매자나 알선자들이 계속해서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의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열악한 청소년 현실과 성 산업 구조 무시한 ‘자발적 청소년 성매매’라는 주장

일부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응한 것이니 처벌을 받아야한다는 주장도 합니다. 그러나 성매매를 자발과 비자발로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성적 대상화,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성 산업 등이 결합하여 착취와 강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가족부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나 가출 등 위기를 경험한 19세 미만 청소년 응답자 173명 중 ‘조건만남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8%(107명)였습니다. 이들이 조건만남을 하게 된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갈 곳·잘 곳이 없어서’(29%)였습니다. 그 뒤를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16.8%), ‘타인의 강요에 의해’(13.1%)란 답변이 이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을 성매매자라며 처벌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책일까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성매매한 청소년의 자발성을 따지지 않고, 성구매자와 알선자만 처벌합니다. 아예 영국은 형법에서 ‘아동·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 자체를 ‘성착취’로 바꿨습니다. 프랑스, 일본, 독일은 성 구매 및 판매 청소년을 모두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도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는 요구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연령에 상관없이 성매매 피해자로 봐야한다’며 관련 법규를 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인권위는 “아동․청소년의 성매매가 표면적으로는 자발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지라도, 가출 후 생계를 위해 성매매에 연루되거나, 성매매를 부추기는 구매자나 알선자에 의해 성매매에 연결되는 등 실질적으로는 비자발적인 성매매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는 성인과는 다른 맥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년 성착취라고 쓰지 않는 언론 

이런 현실을 살펴보면 언론이 청소년 성착취를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그 방향성이 명확해집니다. 우선 청소년 성매매로 통용되는 표현을 ‘아동·청소년 성착취’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언론사는 많지 않습니다.

먼저 지난해 9월18일부터 올해 같은 날까지 1년 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중 ‘청소년 성착취’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가 얼마나 있나 살펴봤습니다. 청소년 성착취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256건의 기사가 나왔고, 청소년 성매매를 키워드로 검색했을 땐 3728건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청소년 성착취’란 단어가 정확하게 일치한 기사는 63건이었고 ‘청소년 성매매’란 단어가 정확하게 일치한 기사는 911건이었습니다. 두 경우 모두 14배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주요 매체 중에서는 한겨레가 꾸준하게 청소년 성매매가 아니라 청소년 성착취 임을 분명히 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을 뿐,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 세계일보에서 탐사 기획 보도로 ‘누가 아이들의 성을 사는가’를 내놓으면서 청소년 성착취라고 쓴 기사를 더러 썼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청소년 성착취를 단순 성매매로 호칭한 기사들에 비해선 아주 적은 보도량입니다.

청소년이 성매매 미끼로 성인 금품 갈취했다는 기사 많아

한편, 지난해 9월18일부터 올해 같은 날까지 1년 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중 ‘청소년 성매매’란 단어가 포함된 기사 전체를 훑었습니다. 대부분 가출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범죄에 대한 보도도 있었고, 아동‧청소년의 성매매나 성범죄와 관련된 통계를 전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채팅앱 등을 통해 성매매로 유입되고 있다는 기사들도 있었는데, 그중에선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미끼로 성인들의 금품을 갈취하고 폭행했다’는 사건 사고 소식을 아주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전하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 2018년 9월18일부터 2019년 9월18일까지 청소년의 성착취와 연관된 범죄를 성매수자가 당한 ‘미끼’, ‘유인’ 범죄로 묘사한 기사. 청소년 성매매 ‘미끼·유인·채팅·폭행·금품 갈취’ 등을 키워드로 1년 간 포털에서 검색하여 수집함. (가장 처음 나온 기사에 노란색 배경 처리함).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2018년 9월18일부터 2019년 9월18일까지 청소년의 성착취와 연관된 범죄를 성매수자가 당한 ‘미끼’, ‘유인’ 범죄로 묘사한 기사. 청소년 성매매 ‘미끼·유인·채팅·폭행·금품 갈취’ 등을 키워드로 1년 간 포털에서 검색하여 수집함. (가장 처음 나온 기사에 노란색 배경 처리함).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청소년을 성매매 범죄자로 치부하는 언론

위 기사들이 다루는 기본 사건은 이런 내용입니다. ‘청소년들이 채팅앱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자며 성인 남성에게 접근한 뒤 그를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물론 이 사실만으로 기사를 쓰진 않습니다. ‘경찰이 이들(청소년)을 체포한 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라거나 ‘이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라는 결과를 알려주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연합뉴스는 <‘성매수 시도’ 남성 폭행해 스마트폰 빼앗은 10대들>(2018년 10월11일, 홍현기 기자)에서 인천 계양경찰서의 발표를 바탕으로 “이른바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을 유인해 폭행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은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썼습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강도 혐의로 A(16)군과 B(15)양 등 4명을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B양 등은 이날 오전 휴대전화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C씨에게 만나자고 유인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성매수를 시도한 남성 C씨도 경찰이 입건했다며 기사는 끝납니다. 뒤이어 같은 사건이 문화일보 <10대들, 성매매남 상대 강도짓>(2018년 10월12일, 지건태 기자), 경인일보 <미성년자 조건만남 하려던 30대, 10대들에 강도당해…모두 검거>(2018년 10월12일, 공승배 기자)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고 경찰이 그를 잡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아주 단순한 범죄사건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 설명하는 범죄자는 ‘10대들’입니다.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을 유인해 ‘폭행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아’ 강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뒤이어 나온 기사들의 제목은 더더욱 10대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습니다. ‘강도짓’, ‘10대들에 강도당해’, ‘조건만남 유인해 폭행 갈취한 10대들 검거’, ‘채팅앱 조건만남 노리는 범죄’ 등 성매수를 시도한 이보다 폭행‧강도 혐의가 있는 1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성착취 범죄를 미끼 범죄라며 아동·청소년 범죄화하는 기사들.
▲ 성착취 범죄를 미끼 범죄라며 아동·청소년 범죄화하는 기사들.

 

경찰이 건네준 보도자료든, 언론이 직접 취재한 것이든 이 기사들은 성착취의 대상이 된 아이들을 ‘범죄자’라고 상정한 기사입니다. 폭행이나 금품 갈취 등은 기본적으론 범죄입니다. 그러나 성매매, 특히 아동‧청소년의 성매매엔 다른 고민이 필요합니다. 자발적인 성매매는 없듯이, 아동‧청소년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데에는 양극화, 가정폭력, 학교폭력, 성폭력, 성 착취 등 아주 다양하고 중층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언론이 위에서 전달한 사건은 성인이 먼저 성매수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문제를 일으킨 사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 성매수자는 감춰지고, 성매매를 수단으로 금품을 빼앗거나 폭행한 청소년만 ‘무서운 10대’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매매에 범죄 굴레 씌우는 통신사와 이를 단독이라고 내는 언론사

주의 깊게 살펴볼 내용이 또 있습니다. 지난 1년 간 10대가 성매매를 미끼로 성인을 폭행했다는 기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통신사가 먼저 보도하고 다른 매체에서 이를 비슷하게 받아쓰더란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연합뉴스가 <‘성매수 시도’ 남성 폭행해 스마트폰 빼앗은 10대들>(2018년 10월11일, 홍현기 기자), <성매매 미끼로 돈 뜯으려던 10대들 입건… 채팅앱서 대상 접촉>(6월1일, 김주환 기자), <미성년자 성매매 미끼 강도행각 벌인 일당 실형>(7월26일, 변지철 기자)을 쓰자 대략 22건의 받아쓰기 보도가 나왔습니다. 뉴스1의 <채팅앱으로 성매매 유인…폭행‧돈뜯은 무서운 10대 일당 징역형>(7월31일, 이철 기자)도 3건의 받아쓰기식 보도를 만들었습니다. 

통신사 기사를 받아쓰기한 기사는 대부분 비슷하거나 더 자극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연합뉴스의 <미성년자 성매매 미끼 강도행각 벌인 일당 실형>(7월26일, 변지철 기자)의 경우 ‘10대 청소년’을 부각하진 않았습니다. 연합뉴스는 재판부가 “특수강도와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모(20)씨 등 6명에게 징역 5년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면서 “제주 출신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번갈아 가며 10대 후배 남녀 청소년들과 공모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제주의소리 <제주서 조건만남 유인해 폭행 돈 뜯은 무서운 아이들>(7월26일, 김정호 기자)은 제목에서 ‘무서운 아이들’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기사 내용에서도 “제주에서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들을 숙박업소로 불러내 협박 후 돈을 뜯어낸 10~20대들이 줄줄이 실형에 처해졌다”며 “오모(21)씨에 징역 5년, 김모(18)군은 장기 5년에 단기 4년 등 모두 6명에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모니터 기간에 노컷뉴스도 비슷한 사건을 단독 기사로 2건 냈습니다. <단독-‘성매매 미끼 흉기 강도상해’ 간 큰 10대들>(1월8일, 고상현 기자), <단독-“신고하기 전에 돈 내놔” 성매수남 덮쳐 협박한 청소년들>(6월28일, 김형준 차민지 기자)이 그것입니다. 이 보도들도 대상 성매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에 대한 현실을 살펴보기보다는 그들을 범죄자로 부각하는데 그쳤습니다. 

지상파 3사‧YTN도 받아쓰는 대상 청소년 범죄화 보도

▲ 성착취 범죄를 미끼 범죄라며 아동·청소년 범죄화하는 기사들
▲ 성착취 범죄를 미끼 범죄라며 아동·청소년 범죄화하는 기사들

 

통신사의 이 같은 기사들은 KBS‧MBC‧SBS와 YTN 인터넷 판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연합뉴스의 <성매매 미끼로 돈 뜯으려던 10대들 입건… 채팅앱서 대상 접촉>(6월1일, 김주환 기자) 기사가 나오자 KBS <랜덤채팅 앱 이용 성매매 미끼로 금품 갈취하려던 10대들 덜미>(6월1일, 김유대 기자), MBC <채팅 앱 이용해 성매매 제안하고 돈 빼앗으려 한 10대들 입건>(6월1일, 김민욱 기자), SBS <채팅앱으로 유인… 성매매 미끼 돈 뜯으려던 10대들 입건>(6월1일, 제희원 기자), YTN <성매매 미끼로 돈 뜯으려던 10대 입건>(6월1일, 권남기 기자) 등 거의 비슷한 보도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연합뉴스부터 지상파 3사와 YTN까지 모든 보도가 채팅앱으로 만난 남성에게 성매매를 제안한 뒤 협박해 돈을 뜯으려던 10대들은 입건되었지만, 성매수를 시도한 남성은 입건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성을 매수하려던 남성이 “실제 성매매 할 의도는 없었고 비행 청소년을 선도하려고 갔다”고 변명하며 성매매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사건은 미수에 그쳤기에 간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을 구매하려고 접근했던 성인이 ‘비행 청소년’을 선도하러 갔다고 우기면 그것이 통용되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을 기자들은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미수에 그쳤다고 해서 간단한 사건인 것도 아닙니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매 미수의 경우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 제2항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아동‧청소년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대가를 흥정하는 등의 행위만으로도 유인 또는 권유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더라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의 성매매 제안에 응해 나온 성인이 선도를 목적으로 나갔다며 변명해 풀려났다면 이는 사법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사법 체계는 지적하지 않고, 단순히 10대 청소년 개인을 범죄화한 기사를 지상파 3사와 준공영방송인 YTN이 받아쓴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실제 성관계 없으면 처벌 어렵다’? 청소년 성매매 미수범 돕는 듯한 보도

더욱 심각한 것은 오히려 청소년 성매매 범죄자에 대해 법망을 빠져나올 수 있는 정보를 주는듯한 보도입니다. 앞서 본 제주의소리 <제주서 조건만남 유인해 폭행 돈 뜯은 무서운 아이들>(7월26일, 김정호 기자)에서는 “성매매 대상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아닌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다. 현행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에는 성매매에 대한 벌칙조항에 있을 뿐 미수에 대한 처벌근거가 없다. 최씨처럼 10대와 실제 성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처벌이 어렵다”라고 쓰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 사실이 아닙니다.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접촉이 없었더라도 유인이나 권유 행위로도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 제23조에서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미수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성보호법이 아닌 성매매처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인 ‘성매매 대상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면’이라는 단서 또한 그렇게 가해자가 주장한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단순하다면 수사기관에서 수사 받는 절차가 왜 있겠습니까?  

조선일보 <“아빠 같은 오빠 구해요” ‘조건만남’ 미끼 걸린 40대남은 어떤 처벌 받았을까>(8월15일, 최상현 기자)에서도 비슷한 단락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성인 여성인줄 알고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할 뻔한 A씨는 처벌받았을까. A씨는 C양과 실제로 성관계를 갖지는 않았지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성을 사는 행위는 미수의 경우에도 처벌된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C양이 채팅 과정에서 자신을 ‘2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점을 고려해 A씨는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미수의 경우 형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가 그 부분입니다.

이 사건 또한 협박에 의해 미수에 그쳤을 뿐, 성인이라고 인지했든 아동‧청소년이라고 인지했든 성매매를 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만약 성매매가 발생했다면 성매매처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했을 것입니다. 타의에 의해 미수에 그친 것을 가지고 기사에서 이렇게 단순하게 다룬다면 성매매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꼴이 됩니다.

실제 인터넷 카페에선 성범죄자들이 형량을 줄이려고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서로 상담해준다는 사실은 꽤 알려져 있습니다. 문화일보 <“미성년인 줄 몰랐다고 해라”… 성범죄 상담 카페>(2018년 1월19일)에 따르면 그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내기 위한 나름대로의 ‘비법’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런 카페에서는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는 성범죄 피의자가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 홍보 사이트에 가면 성폭력 사건에서 기소 유예나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며 광고하고 있는 것도 빈번하게 볼 수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성범죄의 경우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등의 처벌을 피해가려는 꼼수가 상식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의 협의를 이끄는 것이지, 범죄가 무죄가 되도록 돕는 것이 아닙니다.

청소년 성매매 보도, ‘모든 성착취로부터 아동 보호’란 목적 제대로 해야

1989년 채택되고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9조에서는 ‘성적인 학대를 비롯한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라’고 명시하고 있고 제34조에서는 모든 형태의 성착취와 성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상 아동‧청소년 구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년 넘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나마 청소년성보호법은 지난 1월 한 차례 개정되기도 했지만, 이는 또 다른 한계가 있습니다. 이번 법 개정은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의 성관계는 강제성이 없어도 처벌하고 있지만, 13세 이상의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특별한 처벌 규정이 없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제8조2에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하여 해당 아동‧청소년을 간음하거나 해당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간음하게 하는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 피해자가 ‘궁박한 상태였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당시 자신이 얼마나 돈이 없었는지, 얼마나 살기 어려웠는지 떠올려서 진술해야 합니다. 게다가 여전히 만 16~18세 아동‧청소년의 경우 성매매의 자발성이 인정되면 보호처분을 받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범죄 보도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갖습니다. 또한 청소년의 성착취 보도도, 더 이상 이 끔찍한 행위를 멈추자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작성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보도들은 누구에게 경각심을 가지라고 메시지를 주는 보도였을까요? 성매수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아동‧청소년에 의한 폭행이나 금품 갈취를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요? 또는 10대 성매매를 범죄로 부각해 ‘클릭 장사’나 해보려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식의 보도라면 성을 착취하는 범죄자들을 보호하고, 성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을 ‘미끼’로 돈을 버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요? 언론이 청소년 성착취와 관련된 범죄를 보도할 때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써야 하는지 근본부터 다시 되짚어보고 자신들의 기사를 바꿔나가길 바랍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18일~2019년 9월18일 포털 사이트에 게시된 기사 전체
※ 문의 : 조선희 활동가 (02) 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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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9-10-08 10:24:19
도대체가 미디어오늘은 세상을 상식적으로 바라보지를않네요.. 청소년은 뭔짓거리르해도 범죄자가 아니라네.. 인권과 유엔아동권리협약 이야기하시는분이 청소년의 주체성은 개무시하시네요. 성매매하는 아이들이 기본권 보장이 안되어있다는 그 다운 전제도 웃기고..기본권 보장이 안되어있으면 범죄를 저질러도 되나요? 성을 사려는사람과 팔려는사람 모두 범죄행위의 주체자입니다.. 너무 상식적이고 기본적인건데... 성매매를 청소년이하면 무조건 성착취로 바꾸자고하는게 더 중립적이지 않고 편향된 기사 아닌가요? 근데 진짜 소름돋는건 이 기사의 마지막문장.. 누굴 계도합니까.. 이런사람들한테는 아무리 말해도 자신이 더 깨어있다고해서 듣지를 않음..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들.. 답답하다.

바람 2019-09-25 16:26:59
가장 좋은 방법은 법을 개정해서 법제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여러 입법안을 내놔도 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데 현 정부가 뭘 할 수 있을까. 일하지 않은 국회의원을 뽑은 사람은 누구인가. 제발 내년 총선은 일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을 뽑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