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스코리아 대회를 비롯해 최근 열린 미인대회가 참가자들의 의상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부터 수영복 심사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힌 한국일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선정적인 한복 드레스 의상이 등장해 비판을 받았고, 한국일보가 2대 주주로 있는 한국미디어네트워크 소속 기자가 주관사 대표로 있는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에선 올해도 수영복 공개심사를 진행했다.

지난 11일 한국일보와 한국일보E&B가 주최한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선 지난해 대회 수상자들이 고별 공연에서 입고 나온 한복 드레스를 벗는 장면을 두고 선정성과 성차별 논란이 일면서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 대회 의미마저 퇴색됐다는 평가다. 

주최 측은 논란이 된 의상을 “동서양의 만남”, “한복과 코르셋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한복 드레스”라고 소개했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대회 영상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수영복 심사를 없앤다면서 한다는 게 아름답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은 코르셋 한복이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르셋은 여성운동 진영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의 의미로 쓰인다.

▲ 지난 11일 열린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 지난 11일 열린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한국일보E&B는 12일 이번 한복 패션쇼 의상 논란과 관련해 “의상을 착장한 전년도 미스코리아 수상자 본인과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각 개인 동의하에 의상 디자인 및 제작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전 대회 때 입었던 드레스보다 노출이 많은 건 맞지만 이번엔 한복을 서양화한 옷을 선보이겠다고 해서 옷이 좀 바뀐 것뿐”이라며 “해당 디자이너가 작품을 올린 것을 두고 ‘전혀 한복스럽지 않다’고 지적하면 뭐라고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E&B는 12일 수정한 공지 글에서 “해당 의상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한복을 제작했던 ’김예진한복‘ 측이 전년도 미스코리아 본인들과 직접 디자인을 협의해 제작한 것”이라며 “의도치 않게 퓨전 한복 문제로 ’엄마와 나‘라는 대회 주제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된다. 향후 이런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수영복 심사 없앴다는 미스코리아대회 ‘코르셋 한복’ 논란]

▲ 2019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 본선 예고 웹 포스터.
▲ 2019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 본선 예고 웹 포스터.

지난 6일자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열리는 미스 아메리카는 1921년부터 진행했던 수영복 착용 심사를 지난해 폐지했다. 한국일보는 “미투(#MeToo) 운동 등 성 평등이 중요해진 시대적 변화에 수영복 심사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미스 아메리카 주최 측이 수용한 것”이라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수영복 심사 폐지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하루 뒤인 지난 12일 열린 ‘2019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에선 여성단체 등의 반대에도 올해 역시 수영복 심사가 진행됐다. 

앞서 미스그랜드코리아 주최 측은 올해 대회 예선과 본선, 합숙 일정을 공지하며 체형심사복과 관련해 “비키니 또는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 또는 체형이 나타나는 민소매형 래시가드를 준비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미스그랜드코리아 대회 라이선스는 한국 주관사 중 한 곳인 원엘투에이치 컴퍼니(1L2H COMPANY)에 있는데, 현대곤 1L2H 대표는 한국미디어네트워크 온라인 매체 데일리한국의 경기 주재 기자이기도 하다. 

▲ 지난 12일 열린 ‘2019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 지난 12일 열린 ‘2019 미스그랜드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현 대표는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 대회는 미스그랜드 인터내셔널(MGI) 세계대회의 한국 라이선스 대회로, 수영복 심사는 각 나라의 대표 의상 심사와 함께 대회가 규정하는 두 가지 심사 중 하나”라며 “우리 대회가 라이센스를 유지하려면 이 규정은 반드시 지켜야 해서 한국 대회만 임의로 수영복 심사를 폐지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현 대표는 “우리가 수영복 심사를 비공개로 하겠다고 요청해볼 수는 있으나 본사에서 허락할지 모르겠고, 손님을 불러놓고 비공개로 할 수 있겠느냐”며 “수영복 심사가 문제 있다며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할 수 있으나, 우린 대회를 개최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나쁜 일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 대표는 본인이 대회 주관사 대표로 있으면서 관련 기사를 쓴 점에 대해선 “충분히 지적할 만한 사항”이라며 “앞으로 그 부분은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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