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수영복 심사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힌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지난해 대회 수상자들이 입고 나온 한복 드레스 의상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일보와 한국일보E&B가 주최한 이번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는데, 지난해 대회 수상자들이 고별 공연에서 입고 나온 한복 드레스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들이 입은 의상은 김예진 한복 디자이너의 작품이라면서 “이번 무대의 주제는 동서양의 만남이다. 18세기 동시대의 한국과 유럽의 대표적 복식인 한복과 코르셋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한복 드레스”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대회 영상을 접한 많은 누리꾼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수영복 심사를 해라’는 의견부터 ‘수영복 심사를 없앤다면서 한다는 게 아름답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은 코르셋 한복이냐’며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 대회 의미마저 퇴색됐다는 비판이다.

▲ 지난 11일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 지난 11일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주최 측이 18세기 유럽의 대표적인 복식이라고 소개한 코르셋은 여성운동 진영에서는 ‘짙은 화장 등 사회가 여성에게만 강요하는 엄격한 외모 잣대’라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의 의미로 쓰인다. 

한국일보도 지난해 6월8일 [“저는 예쁘지 않습니다” 유튜브에 부는 탈코르셋 바람]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탈코르셋은 짙은 화장 등 사회가 여성에게만 강요한 엄격한 외모 잣대에서 자유로워지자는 운동”이라며 여성 유튜버들 사이 불고 있는 ‘탈코르셋’ 인증 바람을 조명했다.

지난 1월2일 [저항 못할 약자들 공격해 세력 넓히는 ‘혐오의 정치학’] 기사에선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외모를 가꾸는 여성에 빗대 도시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을 “여성 혐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여성들이 ‘탈코르셋(코르셋처럼 강박으로 느껴지는 미의 기준을 거부하겠다는 운동)’을 외치는 시대에 ‘여자는 자고로’로 시작하는 류의 낙후된 여성관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12일자 1면에 2019 미스코리아 진 수상자 사진을 실으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올해 63회를 맞아 수영복 심사를 폐지하는 등 큰 변화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15면 전면을 할애해 올해 미스코리아 수상자, 참가자들의 사진과 함께 [수영복 빼고 자기소개 넣고… 지성 경쟁의 장 재탄생]이라는 기사 제목의 대회 소식을 전했다. 

▲ 12일자 한국일보 15면.
▲ 12일자 한국일보 15면.

한국일보는 이 기사에서 “수영복 착용 심사는 사라지고, 지성의 대결은 강화됐다. 전통을 되새기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추려는 무대 구성이 눈에 띈 대회였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일보는 지난 6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예고 기사를 통해 “올해 대회는 본선에서 후보자들이 수영복을 착용하지 않는다. 비공개 수영복 심사도 없다”면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외모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시대적 인식을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11일 본선 대회에서도 미스코리아 대회가 외모 위주로 여성을 평가하고,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참가자 인터뷰 심사에 “남성판 미스코리아라고 불리는 ‘미스터 인터내셔널’과 다르게 ‘미스코리아’에만 성 상품화 논란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넣었다.

이에 한 참가자는 “내가 생각하기에 미스코리아대회가 성 상품화 논란이 있는 이유는 미스코리아가 획일화된 여성의 아름다움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만 바탕으로 여성을 줄 세우기 하는 대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나는 외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매력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한 달 간의 합숙에서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난 11일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 지난 11일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생중계 영상 갈무리.

이번 대회부터 수영복 심사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래시가드와 수영복을 입은 참가자들의 모습이 VCR 영상을 통해 공개되고, 신체 노출이 많은 한복 드레스를 벗는 장면에 선정성 논란까지 일면서 “아름다움의 기준이 외모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주최 측의 취지가 얼마나 달성됐는지는 의문이다.

주최 측은 “합숙 과정을 찍은 VCR에 후보자들이 수영하는 모습은 찰나에 불과하고 평가 대상도 아니다”고도 하나 심사 기준을 심사위원 재량에 맡기고 있고, 찰나에 불과할지라도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고 대회가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일보E&B는 12일 이번 한복 패션쇼 의상 논란과 관련해 “의상을 착장한 전년도 미스코리아 수상자 본인과 디자인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각 개인 동의하에 의상 디자인 및 제작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전 대회 때 입었던 드레스보다 노출이 많은 건 맞지만 이번엔 한복을 서양화한 옷을 선보이겠다고 해서 옷이 좀 바뀐 것뿐”이라며 “해당 디자이너가 작품을 올린 것을 두고 ‘전혀 한복스럽지 않다’고 지적하면 뭐라고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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