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간 혼선, 정책 부실, 깜깜이 심사,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부처 간 혼선, 정책 부실, 깜깜이 심사,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기고]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유료방송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3월 LGU+가 CJ헬로 인수를 선언한 데 이어 5월에는 SKB가 티브로드 합병을 신청했다. 국회의 합산규제 논의결과에 따라 KT도 인수전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유료방송시장은 이동통신3사가 약 85%를 차지하게 돼 사실상 독과점을 형성한다.

인수추진기업들은 M&A를 “막강한 자금력과 콘텐츠 경쟁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OTT 공세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이며, 생존전략”이라 주장한다. 가입자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만 해외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어느 사업자도 글로벌OTT와 경쟁하기 위한 콘텐츠 투자와 서비스 혁신전략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와 걸음을 맞추고 있다. 합산규제를 포함한 사전규제를 전부 폐지하는 대신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고 공정경쟁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방송규제의 틀 거리를 바꾼다는 방침이다. ‘사전규제 폐지-사후규제 강화’로 요약되는 이 방침은 미디어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전면적인 방송규제체계 개편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논의의 폭이 너무 협소하다. 그러나 당장의 문제는 이러한 한계를 차치하더라도 정부가 내놓은 사후규제방안이 사전규제 폐지가 동반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보다 후퇴한 유료방송정책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현 정부의 정책이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후퇴한 것이다. 전국사업자인 IPTV가 지역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 하였을 때 지역성 책무를 어떻게 유지, 강화할 것이냐는 주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이 쟁점에 대해 16년 미래부는 “공적책무 이행과 관련된 체계적 검토가 부족”하다고 기존 정책의 한계를 진단한 후 “방송 공익성의 핵심가치인 지역성(localism)이 보다 많은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정책기조를 세웠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지역채널 투자내역·수준, 운영 현황 등 구체적인 계획과 이행실적 중점심사, △학계, 지자체, 시민단체 등 외부에서 참여하는 지역채널 심의위원회 설치, △지역사회 기여프로그램의 평가 기준 구체화, △지역의 방송콘텐츠 발굴 및 지역미디어센터 등 지역미디어산업 지원 권고 등의 제도방안으로 구체화됐다.

반면 현 과기정통부의 대책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재허가 및 인수합병 심사항목 신설, △인수합병 심사 시 지역채널의 독립적·안정적 운영방안, 지역콘텐츠 투자계획 등 심사강화,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 상 지역방송에 케이블방송 포함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다. 16년 미래부가 공적책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관심을 쏟았다면 19년 과기정통부는 계획심사 등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형식절차를 나열하는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정책에 접근하는 관점에도 차이가 난다. 16년 미래부는 지역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지역방송을 고려하여 유료방송 지역성 이슈를 검토했다. 지역 케이블방송이 “지상파 지역방송과 함께 지역사회·문화 발전과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다. 반면 과기정통부 방안에는 지역방송의 현실 진단이 빠졌다. 그 결과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협의도 없이 지역방송지원특별법 대상에 케이블방송을 포함하는 설익은 제안을 내놓아 가뜩이나 지원 부족을 불평하는 지상파 지역방송의 반발을 불러왔다.

투명성이 사라진 깜깜이 심사

인수합병 심사의 투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16년 미래부는 SKT와 CJ헬로의 인수합병 심사를 앞두고 공청회를 두 차례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요식행위가 아니었다.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심사주안점(안)을 마련하고, 심사 전에 공개했다.

심사주안점(안)에는 노동·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제들이 포함됐다. 일례로 일자리 쟁점과 관련하여 △합병이 협력업체 등을 포함한 고용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 △협력업체 인력 고용 안정성 제고 방안의 실효성 항목을 추가해 노동자들의 의견을 일부나마 수용했다. 이와 반대로 현재 과기정통부는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 외에 모든 정보가 깜깜이다. 3년 전 공개했던 심사주안점(안)이 여전히 유효한지, 이번 심사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달리 확인할 방도조차 없다.

표용적 전환 이끌 수 있는 행정 혁신 선행돼야

부처 간 엇박자는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 주 국회 과방위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론 내는 데 또 다시 실패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사후규제 방안은 다가올 통합방송법 논의는 물론 당장 인수합병 심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먼저 유료방송규제의 큰 방향을 정한 후에 이에 맞추어 인수합병심사의 기준을 짜는 것이 올바른 수순인데, 정부는 합산규제 일몰시한 3년을 허송세월하고도 모자라 공회전만 거듭할 뿐이다.

부처 간 혼선과 부실한 정책, 깜깜이 심사는 사회적 불신을 초래한다. 특히 고용위기에 노출된 노동자가 느끼는 불안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러다 아무 안전장치도 없이 어영부영 인수합병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목소리를 내보려하지만 어느 부처도 귀담아 듣는 곳이 없다. 규제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갈등을 수용하고, 조정하려 하기보다 배제하고 회피하기에 급급하다. 유료방송 인수합병이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포용적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정부 행정의 혁신부터 이뤄져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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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2019-07-16 17:59:29
케이블의 역할에 대해 정부가 알고있기는 한건가?
고용안정은 왜 관심조차 없는가?
기업이 안하면 정부라도 신경쓰게 만들어야지 그게 할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