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고영주 이사장)가 여권 추천 이사들의 일방적인 의결로 ‘2015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를 확정했다. 

그동안 외부 경영평가단은 구성원의 ‘편향성’ 논란과 MBC 방송평가에 불리한 지표를 부정하거나 누락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결국 이날 확정된 보고서는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중간보고서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 [단독] MBC 경영평가 초안 보니, 불리한 지표 다 뺐다)

이날 방문진에서 채택된 ‘2015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를 보면 특히 보도·시사의 공정성 등과 관련한 방송II 분야에서 거의 매년 들어갔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 보고서’가 마지못해 한 단락 추가됐다. 

▲ 2015 지상파 방송사별 채널성과지수. 자료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5년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 보고서’
당초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작성한 경영평가보고서(안)에는 KI 보고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지난달 22일 열린 경영평가소위원회(유의선 위원장) 4차 회의에서 야당 측 위원인 이완기 이사 등의 의견이 경영평가단에 전달됐고, 최종 수정안에는 KI 보고서의 채널성과지수 가운데 시사·보도와 관련된 신뢰성과 공정성 평가 항목이 들어갔다.

평가단은 “MBC는 신뢰성과 공정성 항목에서 각각 3.31(신뢰성)과 3.17(공정성)로 나타났다”며 “이는 KBS(3.48, 3.30)와 SBS(3.42, 3.29)에 비해 약간 낮은 점수이므로 MBC는 신뢰도와 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나 MBC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시청자만족도에서 최하 평가를 받았다는 것과 지난해에도 △흥미성 △다양성 △창의성 △공정성 △공익성 △신뢰성 △유익성 등 7개 항목의 채널평가지수 중 ‘흥미성’과 ‘창의성’ 항목을 제외하고 모두 최하점을 받았다는 사실은 누락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경영평가보고서에 MBC에 불리한 조사 결과가 대거 빠진 것에 대해 “시청률과 신뢰성, 공정성, 공익성, 영향력 등에 대해 언론사(시사저널, 시사인 등), 학계(언론학회 등), 공공기관(KISDI 등), 현업단체(기자협회 등) 등의 객관적 평가들이 많이 있으나, 보고서는 그런 객관적 자료들을 활용하지 않았다”며 “MBC가 자체 개발한 QI(프로그램 품질)지수, 평가주체가 만든 여론집중도조사와 같은 결과를 평가에 이용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MBC ‘백종문 녹취록’에서도 드러났듯 2012년 ‘공정방송’ 파업 이후 파업 참가 기자가 상당수인 보도국의 ‘물갈이’ 수단으로 도입됐던 경력기자 채용에 대해서도 평가단은 “경력직 채용을 계속 운영해 이미 타사에서 기사 취재와 제작 능력을 검증받은 인재를 선발함으로써 조직 운영의 효율화와 성과의 극대화를 실현하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일고 호평했다. (관련기사 : 파업참가 기자들 내몬 MBC, 경력기자 채용 논란)

평가단은 “경력 기자 채용 제도로 근무 역량을 검증하고 조직의 경직성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외부에서 채용한 경력직 기자에게 연봉제를 적용함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완기 이사는 “검증받은 경력기자를 수십 명 선발했다는데 뉴스 경쟁력 강화, 수상실적 등 눈에 띠는 결과가 없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며, 조직 운영의 효율화와 성과의 극대화를 실현하는 기반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설명이 없다”며 “경력기자에게 연봉제 적용은 매년 계약을 되풀이하는 것 외에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추천 (왼쪽부터) 최강욱 이사, 이완기 이사, 유기철 이사.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나마 보고서의 경영 분야를 작성한 권혁대 목원대 교수는 “2014년부터 도입된 경력사원 채용 방식이 지속적으로 적용될 경우 중간 계층의 과다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신입사원 채용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고 장기화될 경우 전통적인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이 가지는 순기능적인 측면과 최근 범국가적인 이슈인 청년실업 문제를 안게 되는 부담이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MBC 노사 간 4년째 무단협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정방송을 위한 노사 간 논의 기구마저 사라진 점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에 따라 공정방송협의회가 구성돼 있었으나, 2013년 1월 단협 만료로 공정방송협의회 설치 근거가 없어져 실제 지난해엔 공정방송협의회가 한 번도 개최된 사실이 없다”며 “무단협의 장기화로 인한 또 다른 노사 간의 갈등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노사 양측은 보다 획기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평가단은 MBC 사측이 노조와 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경영인프라국 내 ‘노무부’를 신설한 것에 대해 “MBC의 노사환경을 고려한 사전적인 대처를 하는 예방시스템을 통해 건강한 노사문화의 정착 업무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무단협의 문제와 이로 인한 또 다른 노사 간의 갈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노무부의 신설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법정 소송 현황을 보면 지난해 총 106건의 소송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TV 프로그램 관련이 46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 소송이 34건, 기타 26건으로 나타났다. 소송 내용별로 보도·시사 프로그램 소송이 TV 프로그램 관련 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무 부문에서는 2012년 파업 관련 소송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4년간 사측과 진행한 부당해고와 징계, 전보 등 소송 현황 및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노사 간 28건의 사건으로 총 73번의 재판이 열렸고, 이중 노조 측은 10번 중 9번가량을 승소한 것으로 나왔다.

평가단은 또 “보도시사 관련 부서는 허위 보도에 대한 엄정한 대응 등을 통해 보도의 균형성과 불편부당성을 지키도록 꾸준히 노력했다”고 서술했지만, MBC는 공영방송 보도를 비평하는 타 매체들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등 무리한 소송을 남발하며 대부분의 소송에서 패소하고 있다. 

이완기 이사는 “MBC 경영진이 막대한 소송비용을 낭비하고 있는데, 백종문 녹취록에서도 드러났듯이 증거 없이 직원을 해고하고, 소송이 들어오면 관록 있는 변호사를 대거 투입해 소송에 대비해 왔지만 대부분의 소송에서 패했다”며 “이러한 소송 사례는 수십 건에 달하고 그에 따른 소송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여서 경영평가의 중요 항목으로 포함돼야 하는데 본 보고서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의 유기철·이완기·최강욱 이사는 4일 임시이사회에서 최종 평가보고서를 결의하기 전에 평가소위와 평가단과의 연석회의를 한 번이라도 열어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이사들이 지적한 내용들을 부록으로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하고 경영진에게 제출하자고도 주장했지만 여권 이사 다수의 반대로 모두 거부됨에 따라 이번 평가보고서를 공식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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