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고영주 이사장)가 올해 ‘MBC 경영평가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외부 평가단 구성에서도 야당 추천 이사의 의견을 배제한 것으로 드러나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다.

방문진은 지난 3일 평가단 구성을 논의하기 위한 ‘MBC 경영평가소위원회(유의선 위원장)’에서 야당 추천 이사가 불참한 채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로만 회의를 진행해 ‘MBC 경영평가단’을 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소위에 앞서 열린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안광한 MBC 사장의 출석 요구 건과 이사회 속기록 보존 및 회의록 실명제 관련 안건이 상정됐지만, 두 안건 모두 여야 6대 3 구성의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 전원이 반대해 부결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방문진 이사회는 3명의 이사로 구성된 MBC 경영평가소위를 설치·운영하는데 이사회 위임을 받은 소위는 △방송I △방송II △경영 △기술 △재무·회계 각 분야의 외부전문가 5명을 위촉해 MBC 경영평가단을 구성한다. 방문진은 지난 2001년부터 MBC 경영환경 개선을 유도하고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실현을 위해 경영평가단과 함께 매년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문화진흥회. 사진=김도연 기자
 

이날 경영평가소위에 속한 이완기 야당 추천 이사는 건강상의 이유와 격앙된 분위기에서 소위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회의 연기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의선 위원장은 ‘회의를 진행할 수 없는 분명한 문제가 없는 한 소위를 진행해야 한다’며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진 관계자에 따르면 방문진 소위 구성과 의결 절차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고, 위원들 간 협의에 따라 진행하는 게 관례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 MBC의 한 해 경영을 평가하는 경영평가단 구성은 야당 추천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마무리됐고,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분야별로 선정된 평가위원 중에는 이완기 이사가 추천한 위원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야당 측 의사는 완전히 배제한 채 여당 측 이사 ‘입맛’에 맞는 평가위원들로만 평가단이 구성된 것이다. 

올해 경영평가단에도 경영과 기술, 재무・회계 분야는 지난해에 이어 권혁대 목원대 교수,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최관 성균관대 교수가 각각 선정됐지만, 편성·제작 공익성 등과 관련한 방송I 분야에는 최현철 고려대 언론학부 교수가, 보도·시사의 공영성 등과 관련한 방송II 분야는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새로 선임됐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지난 29일 방문진의 MBC 경영평가단 구성 재논의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고 “평가단 구성은 경영평가소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일 뿐 아니라 위원들의 이념·정치적 지향에 따라 의견이 많이 엇갈릴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인선 방식도 결정되지 않은 채, 불과 30여 분 만에 단 한 차례 논의로 여권 추천 이사 두 명이 일방으로 평가단 섭외 대상을 결정한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워 날치기에 가까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KBS 이사회의 경우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단 구성을 위해 여권과 야권 추천의 이사들에게 방송, 경영 등 분야별로 각 1명씩의 추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방문진의 이번 평가단 구성은 절차의 문제뿐 아니라 내용상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어 지금이라도 평가단 구성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2005년 12월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윤영철 연세대 교수 칼럼.
 

특히 언론단체들은 방송II 분야 평가위원으로 결정된 윤영철 교수에 대해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정연주 사장 체제의 KBS가 편파·왜곡보도를 했다고 공격했던 탄핵방송보고서(대통령 탄핵관련 TV방송 내용분석 보고서)에 참여했던 핵심 인물”이라며 “그는 지난 2005년 보수적 언론시민단체인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 창립식에서 당시 권력과 사회 비판적인 탐사저널리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에 대해 ‘일부 PD가 정파·이념적 이익을 위해 편파 방송하는 것을 마치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처럼 강변하고 있다’며 폄훼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2005년 12월8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주장만 앞세운 PD저널리즘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당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파헤친 ‘PD수첩’에 대해 “주장만을 앞세워 증명을 게을리 했던 PD들이 하루아침에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는 최종 심판자로 자처하고 나섰으니 과학자들이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PD저널리즘 프로그램의 자체 검증 시스템을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단체들은 “이처럼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면서 언론의 본령인 권력이나 기득권 비판 기능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으로 판단한 인사가 공영방송 MBC의 프로그램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방송문화진흥회가 발간한 ‘2014년도 MBC 경영평가보고서’에선 시사교양부문에 대해 “지난 2012년 장기 파업 전의 시청률을 회복하지 못하므로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혁신과 대책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으로 MBC 시사·교양의 간판 프로그램이던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은 20위권 밖으로 밀려나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 요즘 MBC, 왜 이렇게 볼 게 없나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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