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7월 21 저녁, 잘츠부르크 롤레트 교회의 앞뜰. 잘츠부르크 시장을 지낸 지그문트 하프너씨의 누이동생 엘리자베트의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축하 음악회가 열렸다. 신랑은 남부 티롤 출신의 상인 프란츠 슈페트. 많은 하객들이 박수를 치는 가운데 모차르트가 이끄는 악단이 입장했다. 이들이 연주한 곡은 당당하고 상쾌한 행진곡 D장조였다. 

   
 
 

모차르트 행진곡 D장조 K.249

(야노슈 롤라 지휘 프란츠 리스트 쳄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DNuWvyXVKXI

 

 

 

이어서 8악장으로 된 D장조의 세레나데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이 연주는 그야말로 ‘음악의 대향연’이었다고 한다. 악사들은 모두 서서 연주했다. 이 곡에는 콘트라바스는 있지만 첼로 파트가 없는데, 첼로는 서서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작곡할 때 아예 빼 버린 것이다. 결혼식 전야제에 어울리는 화려한 팡파레가 울려 퍼진다. 생기있고 발랄한 알레그로 몰토, 결혼식 전야제의 즐거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이어지는 2악장 안단테, 3악장 메뉴엣, 4악장 론도에는 바이올린 솔로가 등장하는데, 모차르트가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했다. 

2악장 안단테, 밤하늘을 수놓는 바이올린의 노래와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상상해 보자. 행복한 결혼 전야제의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 주는 대목이다. 3악장은 축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G단조로 돼 있는데, 변화와 대조의 아름다움을 살려서 곡 전체에 탄력을 준다. 중간 부분에는 산뜻한 바이올린 솔로가 활약한다. 4악장은 유명한 ‘론도’, 크라이슬러가 피아노 반주의 바이올린 솔로로 편곡한 뒤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들은 모두 이 곡을 연습한다. 바이올린 솔로가 마냥 귀엽고 발랄하게 뛰어노는 것 같다.

이 세 악장은 따로 떼어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연주하기에 손색이 없다. 전체 8악장 중 이 세 악장을 제외한 다섯 악장만 교향곡으로 녹음한 음반도 있다. 이 경우도 작품번호는 K.250이다. <하프너>란 제목으로 알려진 교향곡 35번 D장조 K.385는 6년 뒤인 1782년, 지그문트 하프너씨의 아들이 귀족 작위를 받는 행사를 위해 작곡했다. 이 <하프너> 세레나데와는 다른 곡이니 헷갈리지 마시길…. 

이어지는 네 악장은 메뉴엣, 안단테, 메뉴엣, 그리고 축제풍의 화려한 피날레다. 이 가운데 6악장 안단테는 매우 특별한 대목이다. 신학자 칼 바르트가 말했다. 천사들이 모여서 신을 섬길 때는 바흐를 연주하겠지만, 천사들이 행복한 시간에 자기들끼리 놀 때에는 모차르트를 들을 거라고. 이 말을 생각할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곡이 바로 이 6악장 안단테다. 

   
 
 

<하프너> 세레나데 6악장 안단테  

(야노슈 롤라 지휘 프란츠 리스트 쳄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xqggbxYmpZc

 

 

 

‘천사들의 합창’이라고 불러도 좋을 6악장은 형식도 독특하다. 전체적으로 론도 형식인데, 첫 주제가 매번 변주곡처럼 바뀌어서 나오니 ‘론도 풍의 변주곡’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순간이 순결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첫 주제가 마지막으로 변주되어 나오는 부분(링크 6:19부터),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가 피치카토로 반주하고 호른과 오보에, 제1바이올린이 차례차례 노래하는 이 대목은 눈물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이 대목은 슬프기까지 하지요. 아름다움의 극치가 슬픔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대목에서 확인하곤 한다. 

<포스트혼> 세레나데 K.320 

세레나데는 원래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의 노래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토셀리의 세레나데는 모두 애타게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하면 오페라 <돈조반니>에서 만돌린 반주로 돈조반니가 부르는 노래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레나데’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모차르트의 작품은 대부분 기악 합주곡이다. 잘 아시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직>(Eine kleine Nachtmusik)은 모차르트의 마지막 세레나데다. 세레나데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하프너>처럼 높은 가문의 결혼식에서 연주한 곡도 있고, 콜로레도 대주교의 영명축일 등 공식 행사의 축하 음악으로 연주하기도 했다. 

<포스트혼> 세레나데는 잘츠부르크 대학의 수료식을 축하하며 연주한 이른바 ‘졸업 음악’(Finalmusik)이다. 6악장 메뉴엣의 두 번째 트리오에 우편나팔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포스트혼>이란 제목이 붙었는데, 학창시절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격려하는 뜻이었다. 

   
 
 

행진곡 D장조 K.335 & <포스트혼> 세레나데 K.320 

(야노슈 롤라 지휘 프란츠 리스트 쳄버 오케스트라)   

https://youtu.be/SInfY72W2L0

 

 

 

잘츠부르트 대학 졸업식이 열리던 날, 악사들은 신나는 행진곡 D장조를 연주하며 잘츠부르크 거리를 활보했다. 그래서 이 곡에는 첼로 파트가 없다. 요즘 음악회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첼로 파트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떠들썩한 행진을 마치고 행사장에 도착한 악단이 이 세레나데를 연주하는 시간은 졸업식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지휘하는 멋진 세레나데가 젊은이들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니, 얼마나 근사했을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인 요즘 젊은이들에게도 이 음악이 격려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모차르트
 

<포스트혼> 세레나데는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작곡한 세레나데 중 마지막 작품으로, 그때까지 모차르트가 작곡한 모든 관현악곡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이다. 1779년 8월 3일에 완성된 이 곡은 어떤 교향곡보다 규모가 크며, 7악장으로 되어 있는데도 완벽한 형식미를 보여 준다. 3악장과 4악장은 플루트, 오보에, 파곳이 독주악기로 활약하는 협주교향곡으로, 곡 전체를 풍요롭게 해 준다. 모차르트는 이 곡을 작곡하기 전 해인 1778년 유럽 최고였던 만하임 궁정악단을 체험했고, 파리에서 유행하던 협주교향곡을 익혀서 직접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 호른을 위한 협주교향곡 K.297b를 쓰기도 했다. 당시 관현악법에 통달했던 모차르트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된 3, 4악장은 이 세레나데에서 가장 뛰어난 대목이다. 모차르트는 자유음악가가 된 뒤인 1783년 3월, 빈의 부르크테아터에서 이 3, 4악장만 떼어서 ‘협주교향곡’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2악장과 6악장은 생동감 있는 메뉴엣인데, 특히 6악장의 두 트리오에서는 피콜로와 포스트혼이 차례로 등장하여 다채로운 색깔을 선보인다. 5악장은 어두운 D단조의 안단티노인데, 축제 음악의 한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인생이 언제나 쉽고 즐겁지만은 않다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장중한 팡파레로 시작하여 경쾌하게 흐르는 1악장부터 피날레답게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7악장까지, 이 곡은 완벽한 균형과 완성미를 보여준다. 

잘츠부르크 시절, 모차르트는 콜로레도 대주교의 통치 아래 머물렀지만 이미 음악으로 신분의 벽을 뛰어넘고 있다. 교향곡이 아닌데도 교향곡을 뛰어넘는 <포스트혼> 세레나데…. 귀족의 하인이 만든 작품인데도 이 곡은 이미 드넓은 세상을 향해 자유롭게 도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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