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가 대만의 PPL 뉴스 실태를 소개합니다. 이 칼럼은 3회 연속 칼럼 가운데 두 번째입니다. 편집자 주)

민진당 집권부터 나타난 대만의 PPL 뉴스 현상은 꼼수도 매우 다양하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면 총통(대통령), 행정원장(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여당의 판세를 확대하기 위해 돈을 내고 언론의 지면이나 편성 시간을 구입했다. 구입한 지면을 통해 특집 인터뷰나 동영상을 제작, 노출했고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렸다. 

기존 친(親) 국민당 성향인 신문사와 방송사들도 PPL에 길들여지긴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매일 첸쉐이볜(陳水扁) 총통과 여당인 민진당을 비판하면서도, 정부 정책을 이상하게 찬양해댔다. 

탐사 프로그램은 물론, 심지어 중계차를 연결하는 시간도 PPL 뉴스의 도구가 됐다. 모 정부 인사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오면 다음 날에 해당 인사가 직접 PPL 뉴스에 나와 실적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는 언론을 통해 성과를 미화했다. 언론은 생존을 위해 정부의 자금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민진당 정부의 이런 수법은 당시 야당인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함부로 국민 세금을 남용한다”는 지적이었다.

현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대선 후보 시절 “정부가 정치적 목적이 있는 PPL 뉴스나 홍보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강조했지만 2008년 국민당이 다시 집권한 뒤 이는 휴지조각이 됐다. 

민진당과 다르게 국민당 정부는 PPL 예산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만 정부는 2010년 정부가 사용한 PPL 비용이 4억웬(140억원)이라고 밝힌 바가 있는데 야당과 학계는 이 숫자를 믿지 않는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신문과 TV에서 나타난 PPL 뉴스는 민진당 시절보다 더 빈번했다. 편성의 폭과 시간도 크게 늘었다. 

높은 실업률이 개선되지 못하던 2009년 노동절. 한 신문에는 “노동위(노동부) 위원장님은 실업을 구원한 최대공신”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정부의 실패를 추켜세우는 기사다.

   
▲ 지난 2012년은 탈핵 여론이 거셌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 당시 대만전략공사와 원자력학회가 <연합보>(聯合報) 전 지면을 구입해 기획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쓰나미 발생하면 대만이 받을 충격이 일본보다 더 적다” (사진=양첸하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 때 공영 기관인 대만전략공사가 원자력학회와 함께 신문 지면을 구입했다. 원전을 옹호하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쓰나미 발생하면 대만이 받을 충격이 일본보다 더 적다”였다. 원전을 지지하는 의견만 강조한 것이다. 

중국 역시 PPL 뉴스를 통해 대만 언론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지방정부는 2012년 친중 성향의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의 지면을 연일 구입했다. 이 기사를 통해 복건성(푸졘성, 福建省, 지역 지명) 성장(지자체장)의 대만 방문을 대대적으로 홍보키로 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중국 관료와 언론사의 교역 통화가 국회에서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앞서 대만 감사원이 2010년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중국이 발주한 PPL 뉴스 제작을 금지하라고 경고했지만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중국 지방 정부 차원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앙 정부나 공산당이 직접 나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여론전으로 대만을 흡수 통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 중국 역시 PPL 뉴스를 통해 대만 언론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지방정부는 2012년 친중 성향의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의 지면을 연일 구입했다. “중국이 여론전으로 대만을 흡수 통일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사진=양첸하오)
 

대만의 일부 신문의 일방적인 홍보문과 비판 없는 글은 중국 인민일보나 북한의 노동신문과 같은 기관지와 혼동될 정도였다.  

선거 대책을 총괄하며 당정을 주도했던 국민당 비서실장은 신문방송학과 교수출신이다. 마잉주 총통 취임 후 부총리를 맡았던 우뒨이(吳敦義) 현 부총통(부통령)도 신문사 기자 출신이다. 하지만 국민당 집권 초기 이들은 PPL 뉴스를 방임했다. 

PPL 뉴스가 초래한 문제는 보도의 불균형이다. 특정 입장만 강조한다. 한 사건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은 보이지 않는다. 뉴스 교역을 통해 뉴스는 홍보 도구가 된다. 이에 따라 대중은 세뇌된다.  

PPL 현상은 정부를 나태하게 만든다.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정부는 개선하기보다 예산으로 뉴스를 매매하는 데 골몰한다. 결국 세금을 낸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된다. 이러한 여론 조작은 언론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인사개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짓이다. 

 대만의 정부 PPL 뉴스 (上) : <정부가 뉴스 하나 사면, 방송사는 하나 더 얹어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