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앵커가 돌아왔다. 지난해 11월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 약한 이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라디오 제작 PD로 돌아갔던 김 앵커가 10개월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기대 반 걱정 반. 지금 그의 심경이기도 하고 그를 기다리는 청취자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김 PD는 <뉴스쇼> 복귀 결정이 나고 급성 후두염이 와 일주일 동안 말하기조차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복귀를 결심했다. (관련기사 : 김현정 PD, CBS ‘뉴스쇼’ 시즌2로 돌아온다)

<김현정의 뉴스쇼> 시즌 2는 개편을 앞둔 CBS 시사 라디오국의 야심 찬 포부이면서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의 산물이다. 후배 박재홍 앵커가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알기에 김 PD의 마음은 더 복잡했다. 그의 복귀를 한참 전에 알았음에도 인터뷰에 응하길 기다렸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난달 27일 박 앵커에게 <뉴스쇼> 하차 소식을 직접 전해 듣고 나서야 김현정 PD를 만났다. 
  
-예상보다 빠른 복귀다. 충전은 충분히 됐나?
“충전이 완전히 된 건 아니다. 사실은 이렇게 빨리 복귀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내가 10년여 동안 앞만 보이는 안대를 쓰고 오로지 이 길만 보고 살다가 이 안대를 뗀 느낌이었다. 일상으로 돌아와 여유를 가지고 한동안 지냈는데 갑자기 이렇게 또 소환돼야 하는 운명이 됐다.(웃음)”

-<뉴스쇼> 복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새 사장 취임과 함께 표준FM(98.1)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진행돼 왔다. 시사와 음악이라는 두 축으로 시사는 더욱 강화하고 어른들의 편안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새로운 옷을 입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가 ‘더 충전해야겠다. 지금 너무 평화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이 정도 되면 당연히 내가 충전해가면서 일을 또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시즌2 앵커로 복귀하게 된 김현정 PD. 사진=강성원 기자
 

-박재홍 앵커가 작년에 바통을 이어받고 의욕적으로 진행해 왔는데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박재홍 앵커가 전혀 시사프로그램 경험이 없이 와서 참 고생을 많이 했고 정말 열심히, 또 잘해 줬다. 박 앵커는 앞으로도 퇴근길 <시사자키>에 이어지는 신설 시사프로로 전략 배치될 예정이다. 회사가 절박한 때라 <뉴스쇼>에서 더 기회를 주지 못해 아쉽지만,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 분명히 훌륭한 시사 진행자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봤다. CBS 내부에 시사 진행자 풀이 없었는데 인재풀을 넓혔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소득이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좋은 자양분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즌 2에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시즌 2는 예전보다 더 독하게 할 생각이다. 나를 비롯해 제작진도 오히려 <뉴스쇼>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훨씬 의욕적이다. 우리는 깊이 있는 정론을 추구하되 한 단계 더 감각적인 방법으로 시즌 2를 가보자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금 매우 많은 시사프로가 있지만 뭔가 충족되지 못함을 느낀다는 분이 많아 ‘소통을 뛰어넘는 소통’, ‘펄펄 뛰는 생생한 소통’을 하고 싶다. 기존의 시사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자기들끼리 심각하고 웃으며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였다면, 이제 청취자와 같이 둘러앉아 얘기하고 제일 좋은 해법을 모색하는 그런 시사프로를 만들려고 한다.”

-시즌1에 비해 어떤 점이 차별화될 거라고 보나?
“시즌 2에도 핵심은 인터뷰다. 가장 따끈따끈하고 시원하다고 느낄 만한 인터뷰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김현정표’ 돌직구 인터뷰는 여전히 유효하다. 안대를 떼고 10개월 간 세상을 바라보면서 좀 더 여유로우면서도 깊이 있고 풍성한 인터뷰가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가 스스로도 있다. 편안할 줄 알았지만 듣다 보면 상당히 더 날카로운 인터뷰가 내가 지향하는 바다. 날카로운 인터뷰가 날카롭게 느껴지면 이미 날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편안하고 날카로운지도 모르다가 나중에 보면 엄청 예리하게 찔린 것 같은 인터뷰가 내 인터뷰 특징이기도 하다. 인터뷰이가 속내를 다 드러낼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물어야 할 것과 청취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절대 놓치지 않는, 더 편안하되 더 날카로운, 참 모순적인 것 같지만 그게 최고의 인터뷰라 생각하고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 거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시즌2 앵커로 복귀하게 된 김현정 PD. 사진=김현정 PD 제공
 

-중요한 시점에 내·외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뉴스쇼>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부담스럽긴 하다. 2008년 아무것도 모르고 <이슈와 사람>으로 시작해 출근길 <뉴스쇼> 진행을 맡게 됐는데 그때보다 더 부담스럽다. 그때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이어서 편했는데 지금은 쳐다보는 눈도, 기다렸던 분도 많아 내가 기대감을 충족 못 시키면 어떡하나 밤잠을 설친다. 복귀가 결정되고 나서 굉장한 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에 급성 후두염이 와서 일주일 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 다행인 건 새로 합류하게 된 손근필 CP가 워낙 경험이 많고 나와 워낙 오랫동안 <뉴스쇼>에서 호흡을 맞췄던 분이라 워낙 든든하다. 손 CP의 노련함에 나머지 젊은 PD들의 패기와 열정이 합쳐지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고 확신한다.”

-<뉴스쇼>는 정권과 불편한 관계도 마다치 않았는데,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보나?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도 이유도 없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방법은 아무리 변해도 본질은 역시 저널리즘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정확히 생생하게 짚고 대중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공해 준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도 여러 번 걸려봤는데 그런 것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청취자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만 있다. 정권에서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고 해서 삐딱하고 못마땅하게 볼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 가장 합리적인 해법 뭘까 고민하는 거지 반드시 누구를 비판하기 위한 게 최종 목표는 아니다.”

-보도국과의 협업도 중요할 텐데, 손석희 앵커의 <뉴스룸>과 같은 포맷은 어떤가?
“JTBC <뉴스룸>도 사실 새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CBS 같은 환경에서는 성공하기 쉬운 모델은 아니다. <뉴스룸>은 보도국 안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뉴스쇼>는 편성국에서 만들고, CBS는 보도국과 편성국이 평행한 입장이라 양 국이 합쳐져야 만들어질 수 있는 모델이다. 보도국과 편성국이 <뉴스쇼>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지금도 보도국이 섭외도 도와주고 서로 아이템을 주고받긴 하지만 보도국과 <뉴스쇼>의 노하우가 합쳐질 수 있는 이상적인 것에 대한 고민은 기자들 사이에도 있다고 본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시즌2 앵커로 복귀하게 된 김현정 PD.
이치열 기자 truth710@
 

-<뉴스쇼>만의 인터뷰 비법이 있다면?
“인터뷰 상대와 무슨 얘기를 하든 주어진 질문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인터뷰이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세 배 정도 더 생각하고 그 분야 다른 전문가들과 전화통화해서 더 공부하고 들어간다. 정말 품이 많이 드는데 어려운 주제를 나만 아는 언어로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 청취자에게 내가 잘근잘근 씹어 먹기 편하게 내주는 것이 진행자의 역할이다. 호두같이 딱딱한 것까지도 망치로 두드려 먹기 좋게 줘야 한다. 진행자는 어떻게 보면 시사 셰프다. 시사에 대해 너무 잘 아는 분들이 듣기에 좋은 시사는 너무 당연한 시사다. 그렇지 않은 분들, 온종일 너무 바빠서 인터넷을 한 번도 못 본 분도 우리 프로만 들으면 다 이해되고 중요한 부분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뉴스쇼>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쇼>만의 소신이 있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것이란 게 단지 정치 이슈만은 아니다. 많은 종편이 생기고 그 많은 채널과 기자들이 마이크를 수십, 수백 대 들이대는 사람들 말고도 분명히 마이크가 필요한데 마이크가 가지 않는 곳이 있다. 대중과 기자들까지도 관심이 없는 곳을 발굴해 그런 곳에 마이크 들이대야 한다는 것은 뉴스쇼의 중요한 사명감이자 내 소신이기도 하다. 소외된 곳, 가난한 곳, 어두운 곳을 마이크가 찾아가야 한다. 그분들은 힘도 없다. ‘이거 해주세요’라는 말도 못한다. 그렇게 통로가 닫혀 있는 분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기다렸던 청취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뉴스쇼를 잘 이끌어온 후배 박재홍 앵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퇴근길 신설 프로그램을 맡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박 앵커에게도 큰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멀리 있는 진행자가 아니라 여러분 옆에 있는 이웃, 친구, 가족처럼 편안한 진행자가 돼서 여러분의 눈높이로 눈과 입이 돼 드리겠다. 나는 여러분 대신 마이크를 쥔 평범한 사람이다. 여전히 그런 자세로 가장 궁금한 것을 가장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진행자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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