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바고(보도유예)가 남발되고 있다. 엠바고 요청을 직접 받지 못한 이들에게도 엠바고를 요구하거나 중요한 사안이 아닌 경우에도 엠바고를 거는 등 엠바고가 ‘걸면 걸리는’ 만능키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이 오‧남용되고 있는 엠바고의 실태를 조명했다. 

엠바고(embargo)란 취재원과 기자들 간에 맺은 시한부 보도유예로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취재원)이 기밀유지나 공공의 이익 등을 위해 보도 시점을 정할 때 주로 사용된다. 

출입기자도 아닌데, 엠바고인 줄 몰랐는데도 징계?

그러나 최근 엠바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국방부는 DMZ(비무장지대) 수색작전 중 한국군에 피해를 입힌 지뢰가 북한제라는 점을 출입기자단을 상대로 설명한 뒤 엠바고를 걸었다. 보도시한은 10일 오전 10시 반이었다. 현지조사가 예정돼 있기에 이를 북한이 방해할 수도 있으며 추측 기사로 인한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9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 지뢰설’에 관련한 글을 썼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보도했다. 엠바고를 지키고 있던 국방부 기자들은 결과적으로 물을 먹게 됐다. 이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김광진 의원이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오마이뉴스는 기사가 나간 뒤 국방부로부터 엠바고를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기사를 내리지 않았고 국방부가 취재 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바고에는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출입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아 엠바고 사실을 몰랐던 오마이뉴스와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김광진 의원 모두 엠바고를 지켜야할 의무도 이유도 없다. 

   
▲ 오마이뉴스 기사 갈무리
 

김광진 의원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의원한테도 엠바고를 걸 수 있지만 사전에 설명을 하고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상호 합의가 필요하다. 사전설명도 없었는데 엠바고가 설정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지난 2011년 부산일보가 엠바고를 건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을 보도하자 38개 부처 청‧기관장에게 공문을 보내 부처 기자실 출입금지, 사전 보도자료 제공 중지를 요청했고 부산일보는 1개월 간 청와대 출입정지를 당했다. 부산일보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아 징계를 할 수 없자 여타 정부기관에 조처를 요구한 것이다. 

오마이뉴스의 경우도 이런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엠바고가 걸렸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엠바고라는 걸 알게 되면 내려야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출입기자도 아닌데…‘북한제 지뢰’ 단독보도했다고 징계?>

엠바고인듯 엠바고 아닌 엠바고 같은 ‘암묵적 엠바고’

엠바고를 걸지 않아도 기자들이 지켜야하는 ‘암묵적 엠바고’도 있다. 경기도청을 출입하는 기자단은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립에 대해 보도한 중부일보를 징계했다. 출입정지 1개월이었다. ‘암묵적 엠바고’가 이유였다. (관련 기사 : <경기도 기자단 ‘암묵적 엠바고’ 부당징계 논란>

신청사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경기도 대변인은 7월 27일 출입기자들과 나눈 티타임자리에서 30일 남경필 도지사가 경기도 신청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에 중부일보는 28일 관련 기사를 썼다가 기자단으로부터 징계를 당했다.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엠바고를 요청하지 않았지만 ‘기사를 7월 30일에 쓰자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암묵적 엠바고’는 경제부‧산업부 기자들이 더 많이 경험한다. 지난 5월 미래부 출입기자들은 KT가 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며칠 뒤 공식발표가 있다는 소식에 기자들은 이를 ‘암묵적 엠바고’로 받아들였으나 다음날 한 중앙일간지 1면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 ‘암묵적 엠바고’를 지켰던 기자들은 물먹은 셈이 됐다. 

한 산업부 기자는 “정치부나 사회부의 경우 기자들이 만장일치해야 엠바고가 걸리는데 산업부나 경제부에서는 그런 논의과정이 없다. 그런데 정작 기사가 먼저 나가자 기자들끼리 ‘우리가 썼어야하나’라고 후회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 다음부터는 보도 자료에 ‘엠바고’라고 표기돼서 나왔다”고 전했다.  

공익 때문에 엠바고를 건다고? 

이처럼 사전설명과 통보, 명확한 동의과정이 없이 엠바고가 결정될 경우 취재원과 기자단의 편의에 따라 엠바고가 남발될 수 있다. 취재원 입장에서 엠바고는 보도시점을 조절함으로써 언론플레이를 하고 여론을 통제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같은 날 많은 매체가 동시보도하게 해 보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자단 입장에서 엠바고는 낙종의 두려움을 피하고 취재경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지난 5일 저녁 부하직원들과 폭탄주 술자리를 가졌다.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 소행이라는 보고를 받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이에 대한 ‘엠바고’를 걸었던 날이다. 엠바고가 걸리지 않아 그 날 최 의장이 북한군 소행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합참의장이 부하들과 술을 마실 수 있었을까.

   
▲ 8월 12일자 TV조선 뉴스 갈무리
 

엠바고의 이유로 ‘국가안보’나 ‘공익’을 내세운다 해도 실제로는 취재원의 편의에 따라 엠바고가 자의적으로 결정될 위험성이 크다. 김광진 의원은 “향후 군사작전이 예정돼 있거나 작전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면 엠바고가 필요하겠지만, 상황이 종료됐는데 엠바고가 필요한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군사전문지 디펜스21의 김종대 편집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8월 5일 국방부는 북한의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기자들에게 설명하면서 기자단에게 ‘포괄적 엠바고’를 요청했다. 조사 중에 언론에 기사가 나가면 조사위원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 조사가 다 끝나는 10일까지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성명도 없었고 전방의 군에 경계강화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편집장은 이어 “그러다가 언론의 엠바고가 풀리는 10일에서야 ‘최고 경계태세 유지’를 지시했다. 국가 위기관리가 언론의 엠바고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엠바고를 걸지만 사실상 엠바고가 여론을 통제하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파주,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를 북한에서 날린 것이라는 국방부 발표 이후, 국방부는 기자단에 엠바고를 걸었다. 2주간 군의 향후대책 및 후속조치에 대해 보도하지 않기로 한 것. 대신 기자단은 매주 한 두차례 씩 군 합동조사단으로부터 조사 진행상황을 보고받았다. 북한의 심리전에 악용되고 추측 기사가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당시 몇몇 국방부 출입기자단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기자단이 스스로 정보를 담합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 “사실상의 보도통제로 군이 원하는 때 원하는 대로 몰고 가겠다는 의미” “지방선거 때까지 안보이슈를 꺼뜨리지 않고 가려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국방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웠으나 진짜 목적은 여론통제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 <국방부 기자들 ‘무인기 조사’ 2주간 안 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KBS의 광복 70주년 특집프로그램 행사에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대통령 일정애는 엠바고가 걸린다. 경호상의 이유 때문이다. 

청와대에 출입했던 한 기자는 “대통령 동선이 알려지면 경호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엠바고가 걸린다. 이해되는 측면이 있지만 엠바고를 걸 사안도 아닌데 건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엠바고를 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리 기사를 써뒀다가 엠바고 시한보다 빨리 나가는 경우에도 3~4주, 심하면 두 달까지 출입정지를 당한다”고 말했다. 

   
▲ 지난 2007년 참여정부가 기자실 폐단을 없애는 목적으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기자실을 폐쇄하자 출입기자들이 청사 휴게실에서 기사작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들 ‘편의’에 따라 설정되는 엠바고

기자들의 편의에 의해 엠바고가 남발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검찰, 경찰, 법원 등 법조계 기자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보인다. 지난 7월 23일 대법원이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이는 24일 정오가 지나서야 기사화됐다. 출입기자단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엠바고를 거는 관행 때문이다. 판결문 분석도 해야 하고 정확히 써야한다는 이유다. 기자들의 편의를 위한 엠바고다. 취재경쟁도 피할 수 있다.

한 대법원 출입기자는 “기자 윤리나 직업적 측면에서 보면 엠바고를 걸면 안 된다. 나오면 바로 쓰는 게 기자가 할 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11시 쯤 자료가 나왔는데 2시에 검찰 쪽과 티타임이 예정돼 있는 경우, 티타임 때 질의응답을 해서 기사에 포함시키려고 2시에 엠바고를 걸어버린다”며 “이런 엠바고가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검찰이 엠바고를 거는 경우 동의를 거친다고 하지만 기자단이 엠바고를 안 받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 경찰청 출입기자는 “공익을 저해할 수 있어서 이루어지는 엠바고가 있고 공익차원은 아니라도 편의에 맞아 조율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요새는 둘을 모두 엠바고라 부르는 분위기”라며 “각종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오는 날에는 기자들의 업무강도가 세다 보니 보도 시점을 조절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취재상 편의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편의에 따라 엠바고가 설정되면 국가안위나 공익, 인명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닌데도 엠바고를 거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시청을 출입하는 한 중앙일간지는 엠바고를 어겼다는 이유로 출입정지 징계를 당했다. 서울시가 비리근절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하고 엠바고를 걸었는데 해당 언론이 취재를 통해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한 서울시청 출입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엠바고가 국가안위나 공익을 위해서 보도를 유예하는 조치인데 지자체의 정책발표에까지 일일이 다 엠바고를 거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엠바고가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엠바고가 남발될수록 ‘정보 불평등’은 심해진다. 지난 99년 8월 5일 세종증권의 김형진 회장이 회사채 관련 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검찰은 수사상 필요하다며 20일 전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증권가 지라시를 통해 구속설이 퍼졌고, 이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며 주가는 폭락했다. 이러한 정보를 알 수 없었던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으면서 엠바고가 정보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미디어오늘 이용호 화백 만평.
 

부당한 엠바고, 과감히 깨야

기자들이 엠바고에 관한 엄격한 준칙을 세우고 부당한 엠바고는 과감히 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단 내의 자율규약 정도에 그쳐야할 엠바고가 기자단 밖까지 적용되거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여론통제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엠바고를 거는 주체는 정부나 여러 출입처지만 이를 지킬지 말지는 언론사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지자체 정책발표까지 엠바고를 왜 거는지, 정당성이 있는지 그 정당성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협조할 것과 협조해선 안 될 것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자 스스로가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 오히려 엠바고를 깬 보도를 통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잘못된 실수를 고치는 경우도 가능하다”며 “요즘 같이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엠바고가 안 지켜져서 문제가 되는 것보다 나중에 드러나면서 잃는 것이 더 많다. 엠바고는 가급적 최소화해야 하고 엠바고를 깼다고 해서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스스로 엠바고 준칙을 만든 사례도 있다. 지난 1999년 문화일보는 정부가 8월 18일오전으로 걸어둔 ‘부패방지법’ 엠바고를 어겼다. 17일에 결정된 사안인데도 정부가 조간신문용으로 18일 오전으로 엠바고를 걸자 석간인 문화일보가 반발한 사건이다. 총리실 출입기자는 출입정지 3개월을 받았다.

이후 문화일보 기자들은 총회를 열고 엠바고 준칙을 정했다. △포괄적으로 규정된 엠바고는 수용치 않는다 △취재원이 일방적으로 선정한 엠바고는 수용치 않는다 △국가안보나 수사상 필요에 의한 엠바고도 사전의 충분한 설명, 기자단의 전원합의, 상식적으로 길지 않게 특정된 기간이 전제될 때 한해 수용한다 △집단이기주의에 입각한 자의적 엠바고 설정에는 거부의사를 천명한다 등의 내용이다. 2015년 기자들에게도 엠바고 준칙이 필요하지 않을까. 

기자실로 정보 통제하던 시절 낡은 관행
기자실 밖 기자들까지 통제, 취재제한 불이익 압박… 취재 편의 넘어 알 권리 침해 우려

1990년 6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소련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앞서 5월 청와대는 한소 정상회담에 엠바고(embargo, 보도유예)를 걸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브리핑을 통해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한겨레와 부산일보는 외신을 받아 보도했다.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한겨레와 부산일보 기자는 엠바고를 깼으니 이 방(프레스룸)을 사용할 수 없다”며 “나가달라”고 했다. (정연주, 미국의 엠바고 실태) 국가 권력이 엠바고를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엠바고는 뉴스의 흐름과 시점, 보도의 양을 취재원(행정기관)이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국가기관이 기자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 단지 취재원과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기자들이 합의해 엠바고를 지키는 것이 관행이고 이를 어긴 기자에 대한 제재 역시 같은 출입처 기자들이 하게 된다. 엠바고가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작전 일시와 지점을 보도 유예하던 것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전쟁과 같이 긴박한 상황 등을 따져 예외적으로 인정돼야 하며 이마저도 법적인 의무가 아닌 도덕적 의무에 가깝다. 

한소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가 기자를 쫓아낸 사건처럼 국가 기관이 직접 기자들을 보복하는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2011년 1월 20일 부산일보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인질 구출을 위해 한국 해군이 총격전을 벌이다 부상을 당한 사실을 보도했다. 

   
▲ 2011년 1월 20일자 부산일보 1면
 

국방부는 해당 기사를 인터넷에서 내리도록 했고 다른 행정기관에 제재할 것을 요청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은 부산일보 출입 기자를 한 달 간 내쫓았다. 부산일보는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았고 엠바고 요청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른 부서출입까지 정지한 국방부에 대해 부산일보는 헌법상 취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헌법상 보장되는 ‘취재의 자유’는 권력기관으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는 자유권일 뿐 취재원에게 ‘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언론사가 엠바고를 파기할 경우 기자실 출입정지, 보도자료 제공 중단 등 제재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온 것 등에 따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 ‘취재의 자유와 엠바고 파기의 제재’에서 “기자실 운영 등(적극적으로 취재에 응해야 할 의무)은 정부가 헌법상 알 권리를 위해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며 “알 권리는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뿐 아니라 취재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손 교수는 “부산일보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부산일보를 상대로 자율 결의를 할 수 없다”며 “엠바고 파기의 제재를 규정한 법규를 가지지 않은 국방부도 부산일보 기자를 상대로 행정행위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재판부가 취재의 자유를 좁게 해석했고, 엠바고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한소 정상회담 당시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정연주 전 KBS사장은 “미소 정상회담, G7 정상회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연차총회 등 크고 작은 취재를 해봤지만 어디서도 프레스룸의 출입을 막는 곳은 없었다”며 “어떻게 프레스룸이 청와대 출입기자들만의 독점적인 장소가 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엠바고는 보통 자료 내용이 많은 경우 요청한다. 미국 국방부 예산안, 국무부 인권보고서 등은 미리 자료를 배포해 읽어볼 시간을 준 뒤 공식 브리핑을 하면서 엠바고를 해제한다. 물론 미국에서도 취재원이 기자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엠바고를 악용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보통 기자들의 잘못된 보도를 막고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나 추가 취재시간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엠바고를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부가 엠바고를 통해 보도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07년 1월 당시 미국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 전문을 연설 시작 전에 미국의 보수성향 사이트 드러지 리포트 편집장인 매트 드러지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렸다. 드러지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관련 연설도 사전에 공개한 바 있다. 연설문을 몰래 입수해 이미 배포된 상황에서 일일이 보도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백악관도 알고 있다. (관훈저널, 김균미 서울신문 전 워싱턴특파원)

미국 NPR에서 옴부즈맨으로 활동하는 알리시아 셰퍼드는 “인터넷이 확산되고 블로거들이 활발하게 활동해 기존 엠바고 제도는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CCO(최고콘텐츠책임자)인 드보르킨도 “인터넷 시대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때만 선별적으로 엠바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에서 국군에게 피해를 입힌 지뢰가 북한제라고 언급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과 그의 주장을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대한 비난이 여당과 조중동·종편을 중심으로 거센 상황이다. 국방부는 부산일보의 삼호주얼리호 보도 관련 소송을 인용하며 엠바고 파기라고 주장했다. 이젠 정부·여당이 통제하지 못한 언론 뿐 아니라 야당의원에 대한 압박에 나서면서 엠바고를 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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