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을 출입하는 ‘6사1방’의 지역 메이저 언론사 기자단이 경기도청 광교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중부일보가 ‘암묵적 엠바고’를 깼다는 이유로 1개월 출입정지 결정을 내렸다.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엠바고(Embargo·보도시점 유예)를 요청하진 않았지만 기자단의 비공식적 동의를 어겼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청을 출입하는 복수의 기자들과 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경기도 ‘신청사 로드맵’ 발표를 앞둔 27일 채성령 경기도 대변인은 경인일보·경기일보·경기신문·기호일보·인천일보·중부일보·경기방송 등 ‘6사1방’ 출입기자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고 주간 보도계획을 설명하면서 30일 남경필 도지사가 경기도 신청사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보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채 대변인은 신청사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엠바고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중부일보는 이날 경기도가 광교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도청사 외에 48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계획을 발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28일자 1면으로 보도했다. 이어 29일에도 경기도와 주민의 2차 간담회 결과와 함께 자체적으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1면과 3면에 <광교신청사, 복합행정타운 개발>, <몸집 더 줄이고 땅도 팔고…광교도청사 마지막 플랜?>이라는 제목으로 30일 경기도에서 발표하기로 예정된 신청사 로드맵에 대한 내용을 하루 먼저 보도했다.

   
지난 2007년 참여정부가 기자실 폐단을 없애는 목적으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기자실을 폐쇄하자 출입기자들이 청사 휴게실에서 기사작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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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청 출입기자단은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해당 기사를 쓴 중부일보 출입기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고, 기자단 다수는 ‘암묵적 동의로 기사를 30일에 쓰기로 했는데 중부일보가 엠바고에 준하는 것을 파기했다’는 이유로 1개월 기자실 출입정지와 오·만찬 참석 금지 결정을 내렸다.

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최원재 경기일보 기자는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출입기자단 징계에 대한 규약이나 규칙이 없어 만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부일보는 전에도 보도시점을 어긴 전례가 있어 재발방지 차원에서 상징적으로 최소한의 징계를 한 것”이라며 “6사1방 편집국 데스크에게도 확인해 암묵적 엠바고를 어긴 것으로 판단해서 이런 의견을 냈고, 기자단 회의 과정에서 징계에 대한 찬반 의견이 있었지만 다수가 징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경기도가 공식적으로 엠바고를 걸지 않았고, 사안의 중요성과 도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징계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신청사 건립과 관련해선) 당연히 쓸 수 있고 다른 언론사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복합청사 개발은 30일 다 같이 쓰기로 암묵적 보도시점이 나온 상황이었다”며 “중부일보의 주민 간담회 기사는 충분히 쓸 수 있다고 보지만, 신청사 로드맵 사항 자체를 쓴 것은 기본적으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부일보 외에도 경기지역의 6사1방에 속하지 못한 타 언론과 언론단체 사이에선 도청 기자단이 징계 규정도 없이 암묵적 엠바고라는 이유로 출입기자의 취재 행위를 제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통상적으로 엠바고는 보도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도청 이전 문제는 도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해야 하는 것이므로 엠바고가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경기도와 기자단이 보도 시점을 조율한 이유가 도민의 알권리보다는 도지사를 띄워주기 위한 거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 처장은 이어 “경기도가 엠바고를 공식 요청한 것도 아닌데 기자단이 강령에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암묵적 엠바고를 만들어 징계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 이면에는 도에서 나오는 광고홍보비 때문에 알아서 기는 모습 아니었는지, 기자는 무엇보다 도민을 위한 보도를 해야 한다는 직업윤리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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