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겪는 노동 착취와 이들에 대한 성희롱이 횡행하는 방송업계 현실을 고발한 MBC 시사매거진 2580 보도 이후, 미디어산업 내 부조리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프리랜서 아나운서에게 “스폰 받아볼래?”>

2580은 지난 7일 <“방송하고 싶으면...”> 편을 통해 방송사 프리랜서 아나운서, MC, 리포터들이 직면한 음지의 방송 현장을 파헤쳤다. 방송 진행자 자리를 대가로 ‘스폰’을 제안하거나 모욕적인 성희롱을 하는 등 권력을 쥔 남성이 여성 프리랜서에게 가하는 폭력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 MBC 시사매거진 7일자 방송 <“방송하고 싶으면...”>
 

뿐만 아니라 프리랜서 방송인을 대상으로 한 2580의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가 73명 가운데 58%가 임금 체불을 경험했고, 체불 금액이 천만 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4명 가운데 1명이 “너네는 개야 시키는 대로 하는 개”, “너도 잘리고 싶냐”는 등의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 

이러한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해 미디어산업 내 비정규직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언론노조)은 9일 성명을 통해 “이번 2580 방송은 미디어 산업 내 한 단면일 뿐”이라며 “일부 케이블방송, 지역 인터넷 방송업체, 외주제작사 등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하청과 재하청 구조 속에서 미디어 노동자들은 인격적 모독을 감내하고 ‘희망 고문’을 당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노조는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는 잘못된 행태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동안 방통위에 미디어 산업 내 비정규직 실태부터 조사하자고 수차례 요구 해왔지만 방통위는 ‘고용노동부’ 관할이라고 발뺌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MBC 시사매거진 7일자 방송 <“방송하고 싶으면...”>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외면은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쓰지 않는 산업 내 부조리함을 바로 잡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언제까지 ‘전체 3만4714명 중 정규직은 2만9321명, 비정규직은 5393명’이라는 통계 보고서만 들이댈 것인가”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지난 4월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인 ‘미로찾기’을 출범시켰다. 미로찾기는 미디어업계 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찾기를 위한 사업으로 정기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터에서 차별을 당하는 노동자에 대한 상담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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