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주주총회에서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경영구조 개선에 대한 비판하는 주주를 드물었다.   

SBS 제25기 주주총회가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있는 SBS 사옥 13층에서 한 시간가량 열렸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주의 75%인 78명이 참석했다. SBS 주주 현황은 지분 34.72%를 가진 SBS미디어홀딩스가 1대 주주며,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13.01%, 한국투자증권이 8.11%, 대한제분이 5.56%,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34%, 소액주주가 31.26%를 가지고 있다. 

주총 의장을 맡은 이웅모 SBS 사장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기 위축, 지상파 광고시장 축소 등으로 야기된 어려운 경영상황을 타개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게 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올해는 내실 경영 강화, 각종 규제 혁파, 신규 수익원 발굴 등을 통해 반드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BS는 지난해 영업손실 129억원, 당기순손실 34억원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주총 참석 위임을 받은 조춘동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A&T 지부장은 “예년과 다르게 SBS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다. 그에 대한 이사회 의장의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단순히 지면으로 대신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SBS는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영어보고서를 배포했다. 하지만 이웅모 의장은 “대다수 주주가 유인물로 대체하는데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영업보고는 영업보고서로 대신하겠다”며 경영 상황에 대한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번 주총 안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안건은 ‘감사위원회 선임의 건’이었다. 감사위원 후보는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된 김희천 이사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채수현)는 주총이 열리기에 앞서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피켓시위를 하며 주주들이 “사측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된 감사위원의 전원을 해임해달라”고 촉구했다. SBS본부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SBS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지만 SBS 콘텐츠 유통 등을 담당하는 SBS콘텐츠허브 등 자회사들은 최대 100억원이 넘는 흑자를 올렸음에도 감사위원들이 이런 경영구조에 대해 아무런 견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언론노조 SBS본부는 주총이 열리기 두 시간 전인 오전 8시, 사옥 1층 로비에서 피켓시위를 했다. ⓒ조수경 기자
 

사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김희전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재선임에 반대한다”면서 “보통 유통 마진은 3~10%인데 SBS 수익이 (SBS콘텐츠허브등으로)엄청나게 빠져나가고 있다. 수익이 급전직하 하는 상황에서 2차 유통으로만 빠지는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지적했다. 

SBS콘텐츠의 유통을 ‘SBS콘텐츠허브’는 유통수익의 32%를, SBS 콘텐츠를 유료방송에서 재방송하는 ‘SBS플러스’는 50%를, SBS 콘텐츠의 해외 미디어 판매와 스포츠 이벤트를 SBS 대신 계약하는 ‘SBS인터내셔널’은 유통수익 66%를 가져가고 있다. 이 회사들은 SBS와 함께 모두 미디어홀딩스 자회사로 ‘SBS플러스’와 ‘SBS인터내셔널’은 비상장회사로 미디어홀딩스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채 본부장은 “(1대 주주인)SBS미디어홀딩스가 SBS 경영자문료로 25억원을 받아가고 세 개 회사에 이익을 몰아줘 SBS를 이익공동화 상태에 빠뜨렸지만 감사위원들은 말이 없다. 감사보고서 어느 한 줄에도 그런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주들에게 배포한 ‘영업보고서’에는 감사보고서가 있지만 모두 “적절하다”, “적합하다”는 문구만 있다. 

채 본부장은 “시청자와 주주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측이 추천한 현 감사위원들의 해임을 결의해달라. 그리고 지금 논의되는 김희천 감사위원 후보의 재선임을 막아달라”면서 “노조가 추천하는 김학웅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학웅 SBS 사외이사는 법무법인 시화 소속 변호사로 언론피해구조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SBS 경영을 견제할 감사위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SBS 노사는 지난 2007년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회에 포함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특별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이후 약속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춘동 언론노조 A&T지부장도 “지난해 노조는 늘어난 근무 기간 2년에 한해 임금 4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적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임금동결에 합의했다. 희망퇴직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신입사원 임금구조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도 적자를 거뒀는데 홀딩스와 자회사는 상당한 흑자를 거뒀다”며 “노조 추천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을 바란다”고 말했다. 

한 개인 주주는 “바른말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나 했는데, 지금 바로 두 분이 일반 주주들은 거의 모르는 엄청난 사건에 대해 발언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주주들은 회사 말만 듣고 결정할 건가? 심도 있는 논쟁을 벌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김희철 사외이사의 선임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 나머지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했다. 

한편, SBS는 이날 주총을 취재하려는 기자의 출입을 제한했다. SBS 주총 이래 기자가 들어가지 못한 주총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기자들은 주총 현장을 생중계하는 사내 모니터로 주총을 취재했다. 채수현 SBS본부장은 주총에서 “책임 있는 언론사로서 SBS 기자들도 타 회사 주총을 취재한다. 근데 언론사로서 취재기자의 출입을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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