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등을 중심으로 배포되는 무료신문 중 마지막으로 남은 메트로 신문이 지난 1월 지면개편 후 재벌가를 겨냥한 기사를 연일 쏟아내면서 일부 기업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메트로 측은 무료신문 시장의 쇠락과 언론 환경의 변화로 경영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광고주와 언론계 안팎에선 결국 광고·협찬을 받아내기 위한 반저널리즘적 보도 행위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관련기사 : “오너 관련 기사는 1억 주고라도 빼야”)

특히 메트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 1월 28일부터 3일 현재까지 무려 15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메트로에 따르면 1970년생인 정 부회장은 19살이 된 1989년을 전후해 신체검사를 받았으며 당시 담낭 절제술을 받아 특이 병력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다. 

메트로는 이에 대해 “공교롭게도 당시에는 쓸개 제거 수술을 받으면 신체검사 5등급으로 아예 군복무를 면제해 줬다”면서 “현대차 측이 일절 설명을 하지 않아 정 부회장이 담낭절제 수술을 받은 정확한 사유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 지난 1월 29일자 메트로 1면.
 

메트로는 정 부회장의 병역면제 의혹 외에도 그가 보유한 경기 팔당호 주변의 땅과 관련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등을 연달아 제기하며 급기야 현대차그룹이 한국광고주협회와도 손잡고 메트로에 광고 집행을 거부함으로써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현대차와 메트로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사 간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28일 메트로가 정 부회장이 담낭 절제술을 받고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기사를 1면에 내보내면서부터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기업이 참여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해 원턴(One turn·모든 신문에 같이 광고를 싣는 관행) 광고를 했는데 메트로가 여기에 빠졌다며 우리 쪽에 먼저 연락이 왔다”며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광고를 주겠다고 얘기했지만 다음날 해당 기사가 나와 그날 광고를 빼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세준 메트로 편집국장은 “그 당시 우리는 재벌가 자녀들의 병역비리를 알아보던 중 정 부회장 관련 내용이 나와 쓴 것인데, 자기들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갔다고 해서 그날 예정됐던 광고를 빼는 것은 언론계 상도의에 맞지 않다”며 “게다가 기사가 나간 후 네이버에 우리가 악의적 기사로 광고·협찬을 요구하니 기사 제휴를 끊으라는 식으로 공문을 보낸 것은 오히려 현대차가 언론계의 수준을 떨어뜨린 거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강 국장은 그러면서 “언론사가 광고를 달라고 공문을 돌린 것을 두고 협박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우리가 광고·협찬 집행 때문에 비판 기사를 쓰는 건 절대 아니고 그렇게 영업을 해본 적도 없다”며 “앞으로 사세를 키워 합당한 마케팅 능력만큼 광고나 협찬을 받겠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 국장은 현대차 외에도 CJ와 한화그룹 등 기업에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를 썼다가 기사를 내리거나 논조가 바뀌게 된 이유에 대해선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어서 부탁을 들어 준 것”이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 지난 1월 26일자 메트로 1면
 

메트로는 지난 1월 22일 1면 <동관아, 태양은 꽝이냐>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상무가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이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6일엔 1면과 13면에 <“이재현 회장 2선 물러나 건강 챙겨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복귀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아직 상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사면도 불가능하다”며 “더구나 이 회장은 투병 생활로 생사를 헤매고 있는 상태다. 한 개인 문제로 보더라도 이선으로 물러나 건강관리에 전념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후 이 두 기사는 네이버 등 포털에선 삭제됐고 메트로 홈페이지만 일부 남아 있다. 대신 메트로는 <김동관 한화솔라원 실장 “태양광 시장수요 끊임없이 빠른 성장”>(1월 25일)과 <경총 “최태원 이재현 회장, 경영에 복귀할 수 있게 해야”>(2월 4일) 등의 기사를 포털과 지면에 내보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재벌 그룹 관계자는 “기사가 나간 다음 날 회사 홍보 담당자가 강 국장을 만났고 광고도 집행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홍보팀 관계자도 “기사와 관련해 사실관계가 크게 틀렸다기보다 제목이나 표현 등 다분히 자극적인 부분에 대해 부탁을 했고 메트로 측이 이를 들어줬다”며 “기사가 나간 전후로 광고를 집행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업의 접촉과 광고 집행 이후 메트로의 논조가 급변한 이유에 대해 강 국장은 “우리가 어떤 대상을 비판했다가 그쪽에서 잘하거나 입장이 다른 보도자료가 나오면 우리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며 “광고·협찬 등 돈을 받고 그런 기사를 쓴 건 전혀 아니고, 네이버는 어차피 뉴스 유통채널이라 (기사를) 빼고 넣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사업 다각화를 외도로 표현하고 간통죄 위헌 기사를 대각선 아래에 배치했다.
 
   
여배우 사진 밑에 "줘도 못 먹어요"라는 제목과 함께 재벌 회장 사진을 실었다.
 

메트로의 재벌가 관련 일련의 기사에 대해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만약 메트로의 사례가 건전한 기업 경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광고와 직접 연계돼 비판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비판의 소지가 있다”며 “기사가 나가지 못하고 내려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이 모르는 원인이 있거나 부당한 이유로 정당한 뉴스가 사라지는 결과가 있다면 이는 저널리즘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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