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처장의 ‘현장에 없었던 한국일보 기자의 외눈박이 보도’에 대해 ‘‘방청 규정 위반’ 지적했더니 언론 플레이에 당했다고?’라는 제목으로 기자가 미디어오늘에 보낸 기고문에 대해 양 처장이 다시 ‘‘무법천지’ 비판하기 전에 사실 확인부터 제대로 했어야’라는 재반박 기고문을 실어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사실과 의견을 밝힌다.

해당 재반박 기고문에서 양 처장이 ‘진실’이라고 말하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회의 관련 절차와 규정이 실종된 상황에 대한 해명이다. 자신의 의견만이 ‘진실’이라며 기자와 일부 회의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에 대해 ‘외눈박이’라고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외눈박이’ 인식이 아닐까.

양 처장은 이번 재반박 기고문에서 지난 15일 있었던 제33차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 때 일부 방청인들이 왜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상세히 해명하고 있다. 그리고 양 처장 본인이나 해당 방청인에게 그 이유를 왜 묻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기자가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지적해온 점은 원안위 회의 중 규정에 어긋나거나 절차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이 ‘사실’은 양 처장이 근거 없이 의심하고 있는 ‘제보의 의도’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양 처장이 재반박 기고문에서 해명했던 대로 사전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민간검증단이 배석자나 일정 등을 회의 관계자들과 완벽하게 조정하지 못한 채 회의가 진행됐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일부 원안위 위원들은 답변자가 당일 현장에서 바뀌는 상황을 돌발적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또 이 때문에 방청인과 배석자 자격을 오가며 발언하는 상황에 대해 회의 중 일부 위원들이 규정 위반 문제를 원안위에 제기했다. 이 모든 상황이 원안위가 엄연히 절차와 원칙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호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점은 보도를 통해 이미 지적했다.

양 처장은 일부 방청인들이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발언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로 든 ‘원안위 사무처 직원들의 회의 중 과도한 발언’이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 제11조에 어긋난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 등은 위원장의 허가를 얻어 참고의견을 진술하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는 제11조 제3항을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 이 규정에서 말하는 ‘관계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받아’ 참석한 사람이다. 해당 제1항에는 ‘위원회는 심의ㆍ의결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회의의 일시ㆍ장소ㆍ상정사항을 회의 개최 5일 이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회의 당일 상정된 안건의 직접 관계자인 원안위 직원이 서면으로 회의 참석을 통보 받고 참석해야 하는 사람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재반박 기고문에서 양 처장이 쓴 것처럼 “민간검증단에게는 단장과 간사만 배석하게 하고 다른 위원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고 방청석에 배정”한 데 대해서는 원안위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해명을 요구할 문제다. 더구나 양 처장이 지난 기고문에 썼던 것처럼 회의 중 ‘과도하게’ 발언할 수 있는 원안위 직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민간검증단으로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민간검증단 위원이나 방청인이 회의의 통상적인 절차나 문서화한 규정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문제 제기 역시 합당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재반박 기고문에서 양 처장은 “방청석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탓하는 것은 한가한 투정”이라고 썼다. 이야말로 양 처장이 놓친 중요한 점이다. 규정에 따르면 방청석은 소란스러워지면 안 된다. 방청인의 발언을 막는 규정이 부당하다면 규정부터 바꿔야 하는 게 옳다. 국가의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규정을 준수하자는 지적을 “한가한 투정”이라고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기자는 판단한다. 이 지적이 양 처장이 쓴 대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밀실에서 빨리 결정을 내리려는 이들에게 유리한 근거를 제공”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원안위 위원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사회의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은 양쪽 모두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는 점은 양 처장 역시 동의할 것이다. 안전과 직결된 원자력 이슈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타인들의 문제 제기를 특정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버리면 그야말로 외눈박이 진실일 수 밖에 없다.

이번 반박 재반박 기고를 통해 기자가 애초에 보도를 통해 절차와 규정 위반 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던 부분들이 결국 재차 사실로 확인됐다. ▦국회의원이 방청 규정을 어겨가며 방청석에서 발언을 했고 ▦양 처장이 방청인에서 회의 배석자로 당일 회의 도중 자격이 변경됐으며 ▦방청석으로 되돌아간 뒤에도 규정상 금지돼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방청 규정 위반 사례는 지난 다른 원안위 전체회의 때도 나온 적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못했다. 다행히 이번 반박과 재반박 과정에서 원안위 회의 진행에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된 만큼, 제보자를 비롯한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도 소모적인 논쟁을 여기서 마감하고자 한다.

원안위 회의의 규정 준수를 지적한 보도에서 기자는 양 처장과 국회의원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다. 양 처장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인을 “매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체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모호한 태도를 보인 원안위를 질책하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 처장은 오히려 미디어오늘 기고문을 통해 스스로 당사자임을 밝혔으며, 해당 보도를 “악의적”이며 “언론플레이”의 결과물이며 “외눈박이”라고 거칠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폄하했다. 또 보도나 취재 과정이 마치 커다란 음모의 일부분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에 대해 재차 강한 유감을 표한다.

양 처장이 방청인의 실명을 밝히고 “불필요하게 이어지는 반박과 재반박으로 혼란스러운 이 상황”을 촉발시키면서까지 지적한 회의 절차의 부당함과 불공정함에 대해 원안위는 적극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부 인사의 규정 무시로 인해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을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위축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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