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일 만에 세계일보 회장 교체 보도가 나오는 등 ‘정윤회 문건’ 파문 이후 세계일보 내 적잖은 분란이 불거진 가운데, 조민호 심의인권위원이 “한학자 총재가 (나를) 공식적으로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조 위원은 이달 초 ‘세계일보 사장 교체’ 보도자료 배포 사태 당사자다.

조민호 위원은 지난 1일 자신이 사장 겸 편집·인쇄인에 취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신사를 포함한 일부 언론에 배포했다.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이를 ‘경영권 탈취 시도 및 허위사실 유포’라고 규정했다. ‘정윤회 문건’으로 외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이들이 출세와 입지를 위해 악용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① : 세계일보 회장, 한 달 지나자 돌연 교체>
<관련기사② : 세계일보 논설위원의 ‘셀프’ 사장 임명?>

조민호 위원과 이를 도운 조정진 논설위원은 이로 인해 자택 대기 명령을 받았다. 이 사건이 있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일보는 손대오 회장을 대신해 김민하 평화대사협의회중앙회 명예회장이 신임 회장에 선임됐다고 발표해 그 내막을 궁금케 했다.

   
▲ 한학자 통일교 총재. ⓒ연합뉴스
 

조민호 위원은 지난 20일 사내 구성원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조 위원은 “손대오 회장이 작년 12월 26일 저녁 비행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며 “그곳에 머물고 계시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찾아가 사장 교체를 건의하고 신임 사장에 관한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조 위원에 따르면, 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원로 인사는 조 위원을 공식적으로 신임사장으로 임명했고, 조한규 사장도 자신이 12월31부로 의원면직된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지난 1일 세계일보 신임 사장 취임 보도자료 건은 정당한 절차를 밟은 행위였다는 것.

조 위원은 ‘정윤회 문건’ 파동이 한창인 지난해 12월,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이 돌연 세계일보 회장에 취임하게 된 배경도 밝혔다. 조 위원은 “‘정윤회 문건’ 보도가 나가자 통일교 안팎은 발칵 뒤집어졌다”며 “청와대는 곧바로 사장 등 6명을 고소했고, 한학자 총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손대오 박사만이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으로 정리됐고, 한 총재는 손 회장을 ‘세계일보 회장 겸 발행인’으로 내정하고 12월1일 500명가량 모인 회합에서 한 총재가 공식으로 손 회장 임명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풀이하면, 통일교 재단 측은 ‘정윤회 문건’ 등으로 세계일보에 쏠리는 유·무형의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손대오 회장을 선임했고, 청와대에 첨예하게 맞서는 모양새였던 세계일보 사장의 교체론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 세계일보 2014년 12월 2일자 1면.
 

조 위원에 따르면, 통일교 수뇌부들이 사장 교체에 제동을 걸었다. 조 위원은 “통일교 수뇌부에서 조민호 사장론에 대해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며 “지난해 12월29일 정식 통보를 받고 1월2일 간단한 취임인사, 5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인사 보류’를 전해 들었다. 내게 정식으로 통보해 주질 않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한학자 총재의 명이 굴절된 것도 모자라 절차적 하자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밀려들었다”며 “뒤늦게 들리건대 온갖 음해와 모략이 한 총재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또한 증폭 과장됐다”고 했다. 조 위원은 “한 총재가 명을 보류할 만큼 절박한 그 무엇이 있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음해·모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편, 세계일보 측은 20일 회장 교체에 대해 “세계일보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며 “현재 세계일보 여러 문제점을 놓고 이사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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