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이 국정원의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한 채널A 뉴스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어났다.

10일 오후 열린 방통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김성묵 위원장) 회의에서 여당 추천의 함귀용 위원과 야당 추천의 장낙인 위원은 지난달 12일 채널A <뉴스 특급>에서 방송된 ‘유우성 간첩’ 발언과 관련해 관계자 의견진술 청취 여부를 둘러싸고 격한 논쟁을 벌였다. 

결국 함 위원이 회의 도중 퇴장하면서 소란은 마무리됐지만 여·야, 진보·보수 간 입장 차가 첨예하게 갈리는 안건에 대한 ‘정치 심의’ 논란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달 12일 채널A <뉴스 특급>이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등을 주제로 출연자들과 대담을 나누면서 한 출연자가 한 발언이다. 이 출연자는 2심까지 무죄 판결이 난 국정원의 유우성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유우성을 비롯한 간첩들이 그동안 40여 명이 체포됐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날 방송에서 강명도 경민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를 석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건 인질 성격보다도 이분이 체포된 작년 10월에는 이석기가 간첩 내란음모사건으로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 북한에서는 이석기와 유우성 모두 국정원이 만들어 낸 가짜 간첩이라고 하면서 자기들이 체포한 선교사는 진짜 간첩이라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지난달 12일 채널A <뉴스 특급> 방송 갈무리.
 

이에 대해 장낙인 위원은 “유씨는 2심까지 무죄를 받았고 대법원 판결이 아직 안 났기 때문에 간첩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해서는 안 되는데 특정인을 지목해 간첩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어떤 맥락에서 이런 얘기나 나왔는지 의견진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함귀용 위원은 “간첩죄로 체포된 사람은 간첩인 것”이라며 ‘의견제시’만으로 충분하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그는 “검찰이 간첩 혐의로 영장을 발부해 체포하고 기소한 사안이라서 2심 무죄가 났다고 오보라고 보기도, 이 표현이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며 “북한의 행태에 대해 이 정도 비판도 못 하게 심의한다면 더 이상 심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두 위원은 계속해서 유우성씨 간첩 유무와 표현의 적절성에 대해 논쟁을 펼치다가 급기야 함 위원이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방송도 못 하게 하면 방심위에서 뭐 하자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장 위원이 “누가 북한을 비판한 것을 문제 삼느냐.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한 걸 문제 삼는 거다. 어디다가 말을 함부로 하느냐”고 반박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성묵 위원장이 함 위원에게 “장 위원이 궁금한 부분이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으니 의견진술을 들어보고 판단해 보자”고 중재에 나섰지만, 두 위원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두 위원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언쟁을 계속하다 함 위원이 퇴장하면서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10여 분 후 회의가 속개됐지만 함 위원은 회의에 들어오지 않았고, 채널A <뉴스 특급> 방송심의에 관한 건은 김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심의위원 중 3명의 합의로 관계자 의견진술을 듣기로 했다.

한편 이날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에 대해 출연자들이 대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김 전 지검장의 ‘마약 복용설’을 제기한 TV조선 <강적들>은 법정제재 수준인 ‘경고’ 의견 3명과 ‘경고 및 관계자 징계’ 의견 2명으로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강적들>은 지난 3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에서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패널들의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내 법정제재 수준인 다수 ‘주의’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부쳐졌다. (관련기사:박희태 성추행 ‘조롱’ TV조선 법정제재 받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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