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 캐디 성추행 사건을 사례로 들며 토크쇼를 진행한 TV조선 프로그램 <강적들>이 법정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김성묵 위원장)는 3일 회의에서 박 전 의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패널들의 발언을 여과 없이 내보낸 <강적들> 제작진의 입장을 듣고 다수 ‘주의’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지난 10월 8일 TV조선 <강적들>은 ‘정치인의 품격’ 편에서 거짓 해명부터 막말·성추행 SNS 논란까지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린 대표적인 사건들에 대해 고정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하면서 박 전 의장의 골프 캐디 성추행 사건을 언급했다. 

해당 방송에서 패널들이 골프장에서의 성추행과 관련한 사례를 직접 든 게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게 소위원회가 프로그램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듣게 된 이유다.
   

   
TV조선 시사토크 프로그램 '강적들'
 

이날 의견진술을 위해 회의에 출석한 <강적들> 제작진은 “(박희태 성추행 관련) 사례를 든 이유는 작가와 PD들이 상상해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다른 언론에 나온 골프 캐디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각 패널이 사례로 든 것”이라며 “자극적인 사례로 시청률 높이려는 게 아니라 이런 사회적 약자가 성추행을 받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야 추천위원들 모두 해당 방송이 사전심의의 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심각한 사안을 희화화했으며, 일부 특수한 사례를 전체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일반화했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여당 추천위원인 함귀용 위원은 “패널들은 골퍼들이 캐디에게 모두 이런 식으로 신체접촉을 하는 것처럼 농담조로 말해 전체 골퍼들과 캐디 등을 비하했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함 위원은 “패널들이 손동작까지 써 가며 희화화한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골프라는 건전한 운동을 이런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골프인의 한 사람으로서 경고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 추천 장낙인 위원도 “제작진이 인용했다는 CBS 인터뷰는 한 골프클럽 노조위원장이 나와 사례를 들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며 “해당 방송은 패널들이 웃고 장난투로 얘기하면서 문제점 부각이 잘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잘못 들으면 골프장에서 일반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적들>에 대해 함귀용 위원은 ‘경고’ 의견을, 김성묵 위원장을 포함한 박신서·장낙인·고대석 위원은 모두 ‘주의’ 의견을 내 TV조선은 전체회의에서 법정제재 결정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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