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갈 데까지 갔다.

고달픈 세상살이에 지친 시민과 야당 정치인이 대통령에 대해 다소 거슬리는 발언을 했다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을 모독하지 마라는 식으로 발언하는 것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이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의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참으로 품위 없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이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국격(國格)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선진국 시민들은 이런 발언을 하는 대통령을 가진 나라를 어떻게 생각할까?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런 얘기도 했다. “가장 모범이 돼야 할 정치권의 이런 발언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국회의 위상도 크게 떨어뜨릴 것”이며 “앞으로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박 대통령은 초등학교 학생들 앞에서 교과서를 읽고 있는 것이었을까? 딱하기 그지없고, 참으로 공허한 느낌을 받는다. 이제 ‘불통’, ‘유체이탈식 표현’ 등의 단어만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설명하는 것도 부족하게 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백퍼센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사실상 ‘정신적인 내전 상태’다.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건, 가장 큰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이 국정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명예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MB(이명박) 2기 정부’라고 표현했다. ‘이명박근혜 정부’ 6년 7개월동안 양극화 정책 등으로 사실상 ‘정신적 내전상태’에 빠진 국민에게 훈계하는 대통령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에게 모독당하기 싫으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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