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가능성을 둘러싼 MBC 과 중앙일보와의 기나긴 진실 공방에 대해 2심 법원이 1심 판결을 뒤엎고 제작진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부장판사 고의영)는 지난 13일 중앙일보와 박유미 기자는 조능희·송일준·이춘근·김보슬·김은희 등 제작진에게 각각 8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작진들은 2012년 6월 중앙일보 대표이사와 박유미 기자, 당시 자신들의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여부를 수사중이었던 정병두, 전현준, 박길배, 김경수, 송경호 등 5명의 검사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와 명예훼손 혐의로 2억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서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판결문에서 “‘빈슨소송의 재판기록에서 아레사 빈슨의 유족이나 의료진 모두 vCJD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앙일보)보도는 허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2009년 6월16일자 30면 기사 <“빈슨 소송서 vCJD 언급 안 돼”>에서 이와 같이 보도했다. 


   
▲ 중앙일보 2009년 6월15일 30면 기사
 
당시 미국 여성 환자 아레사 빈슨의 죽음에 대해 제작진은 CJD(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빈슨의 사망 이유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내세운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는 제작진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보도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고등법원이 이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일부는 ‘아레사 빈슨이 vCJD 의심진단을 받고 퇴원 조치되었다는 상대방(빈슨 유족)의 주장 사실을 인정한다’고 명시적으로 답변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의 제작진인 원고들이 언론인으로서 가지는 사회적 평가와 가치를 저해하는 것이므로,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라고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충분한 취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자로서 제보자가 검찰 고위관계자이니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 상당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빈슨소송의 재판기록이나 아레사 빈슨의 유족을 통해 이 사건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거나, 최소한 의료소송 기록 입수 가능성에 관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당시 이를 보도하면서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 MBC 'PD수첩' 제작진
 
재판부는 하지만 검사들에 대해서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박유미 기자에게 허위사실을 제보한 검찰 관계자가 “정병두 등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아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들이 박 기자의 진위 확인 요청에 대해 답변하거나 보도 이후 대응할 의무가 없다며 허위 보도에 대한 방조 책임 역시 물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충분한 취재과정을 거쳤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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