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떤 말도 소용없는 형국이다. 세월호 참사로 5천만 국민 모두가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하물며 유가족들의 비통함이야 일러 무엇하겠는가. 슬픔, 허탈, 분노, 배신감에다 무너진 국가적 자존심과 창피함…

자연이 개입하거나 천재지변의 요소가 있었던 이전의 대형 참사들과 달리, 이번 참사는 글자 그대로 인재(人災), 즉 철저하게 사람이 저지르고 불러온 재난이라는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사고를 낸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아이원아이홀딩스)의 실질적 지배주주 형제의 아버지인 유병언(1941년생)씨는 기독교 복음침례회, 일명 구원파 목사로 장인인 권신찬(1923-1996) 목사와 함께 종말론을 내세워 1987년 신도들이 집단자살한 ‘오대양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유 씨는 사기혐의로 대법원에서 4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가 삼우트레이딩이라는 전자부품 회사와 ㈜세모를 설립, 한강유람선 사업권을 따내는 등 전두환의 5공 정권과 유착으로 사업을 확장해 한 때 구설에 오른바 있다. 그의 가족들은 해외에 엄청난 재산을 빼돌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유 씨와 그의 가족은 상당부분 베일과 의혹에 쌓여 있는 인물들이다.

우리는 모든 대형 인재(人災)의 밑바탕에는 탐욕, 노동에 대한 경시, 그리고 공무원을 포함한 인허가권자들과 사업자들 사이의 유착을 포함한 부패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번 참사도 예외가 아닐 것임을 확신한다. 정부 당국과 검찰이 이번 참사와 관련, 모든 분야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관련자들을 징치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모든 국정의 우선순위를 안전에 둬야 한다. 사람이 살아남은 다음에 복지도 필요한 법이다.

우리는 이번 참사를 통해 정부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매일 매일의 삶을 통해 안전을 생활화하고, 안전에 소홀하거나 법과 제도 정비에 소극적인 정부와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심판하는 길 밖에 없다.

미국의 역사학자들이 미국의 역사를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듯이,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전에 관한 역사를 4·16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각오라야 이런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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