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가 일어났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지금까지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안타깝게도 현재 생사여부를 모르는 실종자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특히 실종자들의 다수가 나이어린 학생들이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참담함과 두려움을 주고 있다. 왜 우리는 인재로 인한 참사의 아픔을 계속 겪어야 할까. 천재지변이 아닌 순전히 우리의 잘못으로 어린 학생들이 꿈을 피지도 못하게 한 이 우리의 죄업은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

나는 주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문화에 관한 주제의 칼럼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희생자와 그 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함께 하고 그들이 더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 언론의 잘못된 뉴스보도 행태에 대해 생각한 바를 말하고자 한다. 물론 이번 사고를 다루는 정부 당국의 능숙하지 못한 대처 능력과 자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사고 초기 신고 접수 및 구조에 있어서 신속하지 못한 일처리와 이후 사고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모습은 사고를 당한 피해자 유가족과 사고를 접한 국민들의 입장에선 아쉬울 따름이다.

속보와 이슈를 쫓는 우리 언론의 사고 방송 뉴스보도 행태

이번에도 우리는 ‘세월호’ 침몰 사고에 관한 우리 언론사 뉴스보도를 접하면서 큰 사고에 관한 언론 방송보도의 여러 문제를 봤다. 방송보도에 있어서 ‘언론’이 아닌 언론회사로서 속보와 이슈를 쫓는 모습은 사고 방송의 저급한 뉴스들을 생산해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인터뷰를 통해 그대로 내보냈다. 어느 종편 방송사는 신원이 불명한 민간 잠수부라는 사람을 인터뷰해 ‘해경이 민간잠수부 수색을 막았고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방송했다. 이 방송이 나간 후에 여러 뉴스 매체는 이 말이 사실인 듯 전달하기에 바빴고 이 뉴스를 접한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고 관계 당국과 정부에 대해 오해와 불신을 갖도록 했다. 결국 해당 방송사는 “실종자 가족과 정부, 해경, 민간 구조대원들에게 혼선을 드린 점을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오보임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고 상황 및 구조 현황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보도와 잘못된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해 피해자 가족의 불만을 초래하였고 급기야는 한 지상파방송사가 진도 팽목항에서 현장 중계하는 과정에서 리포터가 멘트를 하고 있는데 실종자의 가족으로 추측되는 한 남성이 그녀에게 “야 XXX아. 거짓말 하지마. 거짓말 하지말라고. XXX아”라고 욕설을 퍼부었고 이 목소리는 그대로 방송되기도 하였다. 과연 이러한 부끄럽고 안쓰럽기까지 한 우리 언론의 보도 행태는 고쳐질 순 없는 것인가.

만약 최소한 방송사들만이라도 공동취재 풀(Pool)를 구성하여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나 뉴스를 필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이고도 정확한 보도를 하며, 관련자에 대한 인터뷰는 자제하고 인터뷰를 하더라도 사실 확인이 필요하거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은 확인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실행하면 어떨까 싶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18일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악성 게시물을 모니터링 하여 신속하게 조치할 계획이라면서 지상파 방송, 종편 및 보도 PP에 대해서 재난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방송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상의 재난방송 준칙 등에 따라 선정적인 보도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였다.

큰 사고 방송에 있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지게 하는 제도 마련해야

위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서도 나왔듯이 방송통신위원회 고시로 재난에 관한 방송의 실시에 관한 세부기준을 정한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이 있다. 이 고시는 ‘자연재해대책법’상의 재해 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규정한 재난 등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한국방송공사(KBS)를 주관방송사로 지정하고, 주관방송사는 효율적인 재난방송 등의 실시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방송사업자와의 협의를 거쳐 공동취재단을 구성할 수 있고 다른 방송사업자는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재난방송의 준칙으로 방송사업자는 재난상황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가 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방송사업자가 재난 등의 피해 및 복구와 관련된 통계 또는 명단 등을 방송할 경우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장의 발표내용을 최대한 반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고시 해석상 이번 사고와 같은 인재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의 ‘사회재난’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의 재난선포가 이루어지고 방송통신위원회가 KBS를 주관방송사로 지정하여야 공동취재단이 구성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러한 한계로 인해 주관방송사가 지정되지 않고 공동취재단이 구성되지 아니하면 방송사의 뉴스 취재 및 보도에 있어서 공동취재단에 의한 필터링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차제에 이번 사고와 같은 인재에 있어서도 방송뉴스 보도에 있어서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 목매이지 말고 신속하면서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동취재단이 구성되어 공동취재단에 의한 취재 보도가 이루어지거나 방송사들의 협조 내지 협의로 공동취재 풀(Pool)을 구성하여 확인되고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방송사들이 뉴스보도를 하게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자.

이번 사고 방송 보도의 잘못된 행태는 마지막이 되도록 하자. 아무쪼록 이번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영면을 빌고 그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운이 좋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하여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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