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지난해 11월 유료 페이지인 ‘프리미엄 조선’을 출범한 후 크로스미디어 1탄으로 ‘와글와글 합창단’을 선보였다. 탈북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통해 탈북자들의 현실과 문제점을 조명했다. 이어 12월엔 북한 벌목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베리아의 벌목공들’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중국과 러시아 현지 취재를 하고 영상, 인포그래픽 등을 대거 활용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 초 6개 언론이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 뉴스를 한꺼번에 내놓자, 언론계 안팎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의 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시사인 '응답하라 7452' | ||
1월 21일부터 매일경제와 경향신문, 아시아경제가 하루 차이로 디지털 뉴스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붙기 시작했다. 매일경제는 ‘청마의 해’에 맞춰 ‘대한민국 1번馬, 내 이름은 당대불패’로 한국 최고의 경주마 이야기를 디지털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기사는 지난 20일 기준 24만5천여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네이버와 협의해 네이버 사이트 내에 생성됐던 '당대불패 배너'도 트래픽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의 두 번째(2월 10일) 디지털 뉴스는 소치 동계 올림픽을 노린 ‘내 사랑 스톤-컬링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도전기’다. 이 기사는 올림픽 첫 출전임에도 한국 대표팀이 8위로 선전한 것에 힘입어 56만4천여건의 페이지뷰가 나왔다. 게다가 170만여명의 팔로워를 지닌 이외수 작가가 트위터에서 '내 사랑 스톤'의 인터넷 주소를 직접 링크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 2013년 말, 2014년 초 나온 한국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 ||
아시아경제는 서울 종로 파고다(탑골) 공원 노인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린 ‘그 섬, 파고다’를 주제로 선정했다. 특이한 건 20일에 거쳐 신문에 연재한 지면 기사를 온라인에 맞춰 디지털 뉴스로 변환했다는 점이다. 뉴미디어본부의 웹 기획자 등이 편집국 기획취재팀의 기사에 영상, 사진과 그래픽 등을 추가해 재구성했다. 또한 아시아경제는 책 출간, 사진전 개최 등을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전형을 보여줬다.
▲ 아시아경제 '그섬, 파고다' | ||
한겨레신문은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기획으로 ‘수첩인사의 비극’이라는 디지털 뉴스를 선보였다. 한겨레신문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장관,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등 지난 1년 동안 논란을 일으킨 인물별로 페이지를 만들어 사건을 요약했다. 또한 인물마다 타임라인으로 지난 기사를 제공해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스노우폴과 가디언 파이어스톰 등 해외 언론에 비하면 아직 한국 언론의 시도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러나 ‘제목낚시’와 황색 저널리즘으로 점철된 온라인 언론 환경을 바꾸려는 언론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승진 매일경제 프리미엄부 기자는 “우리가 현장에서 고생해서 취재하는 기사들은 클릭이 안 되는데, 걸그룹 치미 길이 기사는 ‘광클릭’이 된다”며 “온라인에서 황색 저널리즘이 아닌 새로운 저널리즘을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이 모여서 (디지털 뉴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가디언 'NSA FILES' | ||
특히 디지털 뉴스는 페이지 체류시간 측면에서 살펴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짧은 글이 주로 소비되는 온라인에서 콘텐츠가 훌륭하다면 독자들은 장문도 충분히 읽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 스노우폴은 평균 체류시간이 12분을 넘는다. 아시아경제의 '그섬, 파고다'도 체류시간이 7분9초(일반기사 1분4초)로 나타나 독자들이 상당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기사를 읽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매일경제와 시사인의 체류시간도 각각 약 3분, 2분37초를 기록했다.
시사인 ‘응답하라 7452’ 사례처럼 디지털 뉴스는 아주 긴 기간 동안 여러 주장이 뒤섞여 복잡한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고,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사건 별 정보 저장소(아카이브) 역할도 하게 된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국정원, 군, 검찰, 경찰, 청와대까지 칡넝쿨처럼 엉킨 이 사건을 지면으로도, 온라인에서도 제대로 정리한 곳은 없으니까 우리가 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누군가는 이 콘텐츠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들은 조선시대로 말하자면 사관과도 같은 존재 아니던가”라고 말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②]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존인력 쥐어짜기’로는 한계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③]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2·3탄 곧바로 나온다
[인터뷰①]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
[인터뷰②]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