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은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아래 디지털 뉴스) '內亂: 내란음모 사건의 모든 것'에서 기획자와 기술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개발업무만이 아니라 디자인도 김 부장이 담당했다.

김 부장은 지난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기술적 지식은 구글 검색을 하면서 찾았고, 기획자와 기술자가 기획 토론하듯 혼자 이런 저런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면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한국 언론도 뉴욕타임스와 같이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면 짧은 디지털 뉴스를 빠른 시간 내에 제작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별도로 디지털 뉴스 제작팀을 만들었나.
아니다. 기자들이 기존 업무를 하면서 했다. 주제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전담팀을 둘 생각은 없다. 이번에도 편집부 1명, 정치부 2명, 영상팀 1명 등 총 8명으로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했다. 개발, 디자인은 내가 혼자 공부하면서 했다. 다른 큰 언론사는 사실 기술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굳이 (현장 기자들이 이미 취재하고 있는데) 그 콘텐츠를 위해 전담팀을 만들 필요가 있나.

   
▲ 민중의소리가 지난 2월 만든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內亂: 내란음모 사건의 모든 것'
 
- 그건 작은 온라인 언론사라서 가능한 것 아닌가.
물론 업무의 하중이 있다. 하지만 작아서 그렇다기보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했다는 게 더 맞다. 이런 형식의 기사가 가능하다고 보여줬을 때 기자들이 "좋다"고 해서 시작한 거다. 디지털 뉴스라는 게 콘텐츠 형식의 변화지, 내용의 변화는 아니다. 우리는 선진적인 형식을 도입해서 이슈에 조응하는 걸 더 많이 만들려고 한다. 3월에 나올 기사도 3월에 이슈가 될만한 걸 준비 중이다.

- 기존 업무와 어떻게 병행했나.
30~40%는 새로 취재했고, 기사는 다 새로 쓴 것이다. 예전엔 파편적으로 흩어졌던 기사를 스토리에 맞게 다시 썼다. 자료도 새로 찾고, 현장도 새로 갔다. 재판 취재한 기자, '프락치' 취재한 기자 등 우리는 완전히 현업 기자들이 참여했다. 원래 자기 취재 범위니깐 기존 업무랑 병행했다. 제작하는 데는 2주가 걸렸다.

- 트래픽은 어느 정도 나왔나.
트래픽 기능을 안 넣어서 확인이 안된다. 넣은 줄 알았는데 없더라.(웃음) 확인하려면 서버에서 로그 전체를 뒤져봐야 하는데 아마 10만은 못 넘었을 것이다.

- 디지털 뉴스를 만들 게 된 취지는.
예전부터 텍스트와 사진이라는 기사방식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미처) 롱스토리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원고지 20, 30매 기사를 공을 들여서 HTML로 하는 건 웃기지 않은가. 그래서 미뤄왔는데 스노우폴이 롱스토리로 나왔다. 뉴욕타임스가 준 가장 큰 영감은 기획 기사 10개 분량을 하나로 묶어서 HTML기술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 민중의소리가 지난 2월 만든 디지털 스토리텔링 뉴스 '內亂: 내란음모 사건의 모든 것'
 
- 다른 언론사의 디지털 뉴스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민중의소리는 기사의 ‘버전업’을 한다. 이미 영문화 작업에 들어갔고, 국문기사도 사건 진행에 따라 계속 내용을 추가할 계획이다. 기사 제목을 '내란음모사건의 모든 것'이라고 한 건 사건에 대한 거의 모든 데이터를 넣겠다는 의미다. 데이터 공개가 가능(대법원 판결 이후 등)해지면 오디오 파일까지 모두 넣을 예정이다. 하나의 스토리를 가진 기사지만 아카이브 성격도 있다.

- 영문화 작업을 하는 이유는.
올 여름에 한국에서 헌법재판소 국제대회가 있다. 세계 법조인들이 가장 관심 갖는 한국사건이 내란음모사건과 정당해산심판이다.

- 다른 언론의 디지털 뉴스를 평가한다면.
아쉬움도 있지만 경향신문은 시도가 좋았다고 본다. 경향신문의 '그놈 손가락'을 보면서 솔직한 진보 성향의 매체가 다 모여서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뉴스타파 등이 다 모여서 하면 괜찮지 않을까. 기술적으로는 스크롤 형식과 영상을 넣은 매일경제(당대불패)가 가장 돋보였다.

- 디지털 뉴스가 종이신문 기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디지털 뉴스를 만들면서 '이게 기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단행본에 가깝다. 당대불패든 내란이든 사실 책 한 권 낼 수 있다.(아시아경제는 실제 단행본을 제작했다) '온라인에서 단행본을 본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뉴욕타임스가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소트니코바 선수의 움직임을 비교한 기사
 
- 향후 디지털 뉴스는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보나.
온라인의 강점은 영상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내란은 표지에 영상을 넣었다. HTML5시대로 오면서 화면 전체로 쓰는 영상이 가능해졌다. 유튜브 등을 빌리지 않고도 화면 전체의 영상이 되고 그 위에 텍스트가 올라가면서 활용 폭이 넓어졌다. 최근 뉴욕타임스 동향은 SVG(벡터이미지)를 활용한다. 그게 발전하면 상상할 수 없는 형태의 인터랙티브가 가능할 것이다.

올해 안에 그런 분야로 더 발전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미지는 사진이었는데 이젠 웹에서 벡터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다. 그래프가 변하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 예전엔 선거 결과를 보여줄 때 이미지를 사용하고, 움직이는 그래프는 영상으로 처리했는데 이젠 그래프 자체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영상은 무겁다. 그걸 일러스트레이터가 웹 페이지용 SVG로 변환시켜주면 색깔, 크기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훨씬 인터랙티브해질 것이다.

- 이런 보도가 개발자의 뉴스룸 영입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가능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대부분 가능하니깐, 기획자들이 상상력을 펼쳐서 '이런 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는 건 다 가능하다. 웹 기술이 그렇게 복잡하고 엄청난 기술은 아니다. 기획자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기술진과 계속 대화하면 완성도는 높일 수 있다. 

   
▲ 김동현 민중의소리 편집부장
 
- 디지털 뉴스를 만들 때 염두할 점은 무엇인가.
'야마'를 정해서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기획자, 기자, 기술자가 모여서 수다를 많이 떨수록 완성도는 높아진다. 실제 제작은 1주일밖에 안걸리니, 기획토론 기간이 길수록 좋다는 거다.

- 디지털 뉴스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이 있다.
비용은 의지의 문제라고 본다. 2012년 12월에 처음으로 스노우폴을 내놓은 뉴욕타임스가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디지털 뉴스를 진짜 많이 냈다. 김연아와 소트니코바를 인터랙티브하게 비교하는 기사를 하루 만에 만드는 수준이 되는데 2년이 걸린 것이다. 나중에 디지털 뉴스가 콘텐츠의 한 종류가 되면 상당히 빠르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규모를 몇 번하면 그 기술을 활용해서 작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 수 있다. 그게 하나의 전형으로 쌓이면 상당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 짧은 디지털 뉴스가 많이 나온다는 것인가.
뉴욕타임스는 일반 기사의 스타일도 변하고 있다. 기사 자체가 인터랙티브하게 되는 것이다. 따로 디지털 뉴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일반 기사가 인터랙티브(기사 내에 경기 결과가 인터랙티브하게 결합)해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롱스토리도 챕터별로 독립적인 콘텐츠화가 가능하다. 다 따로 따로 발행할 수 있다. 3월에 나오는 건 그런 형태로 유통시킬 것이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①] 디지털 스토리텔링, 한국 온라인 저널리즘을 바꿀까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②]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존인력 쥐어짜기’로는 한계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획③] 디지털 스토리텔링, 2·3탄 곧바로 나온다
[인터뷰①]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

 2013년 뉴욕타임스가 1년 동안 제작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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