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 4명을 집단 폭행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아스팔트 위에서 ‘정치행위’가 이뤄지던 5, 6공 시절에도 많은 기자들이 경찰의 곤봉과 방패, 그리고 의도적인 완력에 육체적, 정신적인 폭행을 당했었다. 이때 경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냈던 말이 ‘기자면 다냐’라는 것이었다. 이 말속에는 부도덕한 정권의 방패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부끄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집단오기가 응축돼 있었다.

그러나 5, 6공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 소위 문민정부 시대에서도 경찰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 대한 문민정부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정권의 방패막이를 자임해온 경찰도 바뀔 까닭이 없다.

우리는 분노를 담아 문민정부에 같은 말을 되돌려 줄 수밖에 없다.‘문민정부면 다인가.’

과거 숱하게 자행됐던 기자폭행 사태의 해결순서는 너무나 천편일률적이었다. 해당기자가 속해있는 기자단이나 소속회사, 그리고 기자협회 등에서 항의를 하면 내키지 않는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선에 마무리 됐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따라서 비슷한 사건은 계속 재발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가 아니었고 실천의지가 있는 재발방지 약속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키지 않는 사과를 한 경찰수뇌부는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명목으로 사건이 일단락된 뒤 기자들을 폭행한 전의경이나 차상급 간부들을 은밀하게 ‘격려’했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런 해결방식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사과나 재발 방지약속도 원치 않는다. 만약 문민정부가 5, 6공과 차이가 있다면 그 입증 책임은 문민정부에 있다.

우선 이번 사건은 명백한 범법행위로 다뤄야 한다. 이번에 폭행을 당한 사진기자들은 언론인이전에 법으로 당연히 보호받아야할 건전한 국민이다. 따라서 기자들을 폭행한 경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찾아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둘째로 언론과 공권력의 관계에 비춰봐서도 경찰이 아닌 책임있는 당국자가 이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약속해야 한다. 폭행에 가담한 몇몇 전경들을 입건하고 상급자에게 경고를 하는 선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경찰의 이번 폭거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과 할 줄 모른 오만한 문민정부의 ‘문민우월주의’에 감염된 결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 언론인들도 이제는 쉽사리 용서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용서에 대한 대가는 언제나 배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같은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시키기 위해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그것만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은 길이다.

우리는 문민정부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 잘못을 했다고 판단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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