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가수라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 비디오를 둘러싸고 새삼 순혈주의 트라우마가 불거졌다. ‘강남스타일’ 뮤비에 출연한 황민우군이 악플에 시달려 왔고, 이에 대해 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일종의 테러를 가하고 있는 당사자에게만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황민우군이 사이버 테러를 당한 이유는 어머니가 베트남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거꾸로 ‘강남스타일’을 둘러싼 행위들이 ‘한국인’이라는 민족 감정에서 비롯하고 있다는 점을 함의하고 있다. 싸이가 애초에 글로벌 가수가 아니라 국제 가수라고 한 단계 낮게 표명한 이유는 이 때문이었을까. 한국의 대중가수가 세계 이목을 끌고 있는 점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뿌듯한 자긍심을 주고 있다. 그래서 성폭력 수준의 젠틀맨 뮤비에 대한 비판마저 봉쇄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왜 그런지 다 알고 있다. 한국가수가 해외에 높은 인기를 얻어야 국가와 국민 전체에 이득이 되므로 나쁜 소리는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진실인지는 역시 빌보드 차트의 하락으로 증명 이 되었다.

성폭력 수준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한 비판마저 봉쇄한 ‘민족감정’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화면캡처
 

이는 소녀시대의 신곡이 나왔을 때도 비슷했다. ‘아이 갓 어 보이’의 동영상 클릭수를 뛰어넘는 호들갑은 곧 탄식으로 바뀌었다. 초기에 기록한 그 많은 페이지뷰는 바로 세계로 소녀시대의 명성을 올리려는 열혈 국내 팬들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국가 내지 민족적 밀어주기방식은 세대를 뛰어 넘어 이루어지고 있다. 세대 공감과 통합은 진정 이런데 있었던 것인가. 어느새 결과를 위해서라면 중간 과정에 버블 만들기도 용인되는 사이버 문화가 관행화 되었고, 이는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촉진되거나 합리화된다.

황민우군이 한국인이 아니라면, 정작 싸이 박제상은 정말 한국인일까? 박제상은 밀양 박씨로 알려지고 있지만, 밀양 박씨의 시조는 박혁거세이다. 김부식이<삼국사기>에 이르길 박혁거세의 어머니는 한반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따르면 ‘옛날 어느 제왕가의 딸이 혼인 없이 임신해 사람의 의심을 받게 되었고, 이내 바다를 넘어 진한(辰韓)으로 갔으며 그곳에서 아들을 낳았는데, 곧 해동의 첫 임금’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진한은 한반도에 있던 나라이다.

또한 일연은 <삼국유사>에 ‘선도산 신모는 본래 중원 황실의 딸로 이름은 사소(娑蘇)였고 신모가 처음 진한(辰韓)에 왔을 때, 성스러운 아들을 낳아 동국의 첫 임금이 되었으며 그에게서 혁거세와 알영 두 성인이 나왔다.’고 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나 일연의 <삼국유사>에서는 박씨 성을 쓰게 된 이유를 “혁거세가 ‘박과 같은 알에서 나왔다’고 하거나, ‘밝다’라는 의미에서 박씨 성을 갖게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박혁거세의 신화는 남방계 농경민의 난생설화와 북방계 유목민의 천강설화 설화가 결집 되었다는 짐작하게 한다. 박혁거세는 북쪽에서 한반도로 온 이주민 출신남방계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북방 민족이 남방민족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은 이주민들이었다. 물론 박씨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한민족 전체는 대부분은 여러 지역의 출신들이 민족을 구성해왔다. 즉 다문화 민족이다. 경주나 김해 김씨도 출신이 흉노족이라는 주장은 일찍부터 제기되어 왔다. 신라 왕족들이 자신들의 비문에 새겨두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성계는 만주족이라는 설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에는 정말 이 씨가 많다. 산동 반도에도 김씨들이 많이 산다. 물론 다 불편한 지적들이다. 오히려 흉노족이라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해야 한다. 거대한 초원제국을 세운 이들이 아닌가. 로마제국을 위협한 강대한 민족이 아닌가.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워 가장 넓은 중국 영토를 만들어 주고 말았다. 고려는 발해, 금, 요, 아라비아 등 다양한 민족과 인종을 받아들였고. 이는 고구려나 백제, 신라도 마찬가지였다. 다문화만이 살길이었다. 물론 그것을 어떻게 운용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화면캡처
 

황민우군이 한국인이 아니라면, 싸이 박제상은 한국인일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선대에 여러 민족이 한데 융합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하는 점이다. 그것이 한민족의 정체성이 된다. 따라서 베트남이라거나 태국인, 필리핀인이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정체성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Korea’라는 정체성과 이름으로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가 더 중요할 뿐이다. 원형의 순수성이 아니라 코리아는 개인들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매개물이다. 케이 팝은 집단 지성의 응집물이다. 황민우군은 오히려 다문화 코드를 강화한 공헌자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보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강한 것은 그 혼종성에 있다.

한류의 핵심은 그것이 팝 컬처 즉 대중문화라는 점이다. 대중문화는 실용 내지 융합문화이다. 파인 아트나 클래식과 다른 면모와 특징을 갖는다. 독창성은 천재적이 아니라도 다양한 장르와 포맷 형식이 융합되는 도가니에서 흘러나온 쇳물이 대중문화다. 상업적이든 고급 예술을 지향하든 중범위에서 융합되는 특성은 새로운 감각을 통한 세계 보편성의 획득에 유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중문화든 그렇지 않든 세계시민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의 집단 지성의 산물이 문화적 기여를 하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이 말이 ‘강남스타일’에 있던 약간의 비판의식을 생각하면 무리가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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