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극심한 편파보도로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아온 MBC 기자들이 들고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뉴스책임자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이들에 대한 전면적인 불신임투표에 돌입했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집단행동에 들어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는 5일 밤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최근 추락한 뉴스신뢰도와 편파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6일 아침부터 밤까지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는 오는 9일 아침 공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요구사항으로 전 본부장과 문 국장의 사퇴 또는 그에 갈음하는 문책성 인사이며, 이 같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거나 MBC 경영진이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경우 다음 주 중 다시 기자총회를 재소집해 추후 대응에 대한 논의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특히 5일 밤 기자총회 자리에서는 ‘보직부장 전체의 사퇴를 요구해야 하지 않느냐’, ‘제작거부에 돌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발언 등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따라서 MBC 경영진의 태도에 따라 지난 2009년 신경민 전 앵커 하차 철회 촉구 때에 이어 2년 여 만에 제작거부 사태가 빚어질 공산도 적지 않다.

박성호 MBC 기자회장은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처럼 기자들이 들고 일어선 데 대해 “뉴스 신뢰도 추락을 현장 기자들 역시 느껴왔고, 축적돼온 고민의 산물”이라며 “안팎으로 싸우지 않는 기자, 침묵하는 기자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사실은 내부 성명이나, 이의제기 등 소통을 통한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한계를 절감해 이같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우리는 아직까지 아무리 MBC가 힘들고 기울어지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사퇴를 요구하는 대상도 우리 선배이자 ‘MBC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데 동의할 것이라 믿기 때문에 우리의 문제제기 이후 기다리고, 더욱 고민하면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MBC 기자의 보도본부 기자총회는 지난해 김재철 사장이 시사프로그램 <뉴스후> 폐지를 추진할 때 이에 맞서기 위해 열었던 기자총회 이후 1년 6개월 여 만이다.

이와 함께 MBC 기자회는 이날 중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불신임투표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힌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