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상파 TV의 보도 논평 기능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미디어 악법으로 만들어진 조중동 방송이 개국한다. 이명박 정권이 조폭처럼 벌린 방송 개악 정책은, 공영TV의 위상을 망가뜨리고 대자본과 수구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한 조중동 종편 TV가 등장하게 만들었다. 12월 이후 전체 방송 뉴스가 수구 정권 재창출을 위해 기여하면서 대자본의 이익을 더 크게 하는 쪽으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게 우려된다.

MBC 등 일부 지상파 TV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가 위험수위를 넘었다. 방송사 기자들이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 취재를 하지 못할 정도다. 시민들의 분노는 한결같다. 방송보도가 엉망이라는 거다. 취재를 하지만 보도되지도 않는데 뭐 하러 현장에 나왔느냐는 질책이다. 방송 뉴스와 현실이 따로 노는 현상은 5공화국 전두환 정권의 보도지침 언론을 연상케 한다. 언론 고유의 영역과 자율성을 상실한 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언론은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부패한 권력과 자본을 더욱 악취 나게 만들 뿐이다.

지상파 TV 뉴스가 정상을 벗어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대선 캠프 참모를 방송사 사장으로 낙하산 투하한 뒤 ‘어용언론인’ 전면 배치 속에 집권층에 비판적인 뉴스 삭제, 시사고발프로의 폐지나 약화 등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방송사 조직을 황폐화 시키는 작업이 강행되면서 양심적인 언론인 다수가 희생되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지상파 TV 보도 기능이 황폐화 되면서 시민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시민사회가 큰 관심을 갖고 있거나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뉴스 후반부로 밀리거나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가공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중동 방송 개국은 이 사회 전체 언론 시장을 개악시킬 큰 재앙이다. 조중동 족벌신문이 언론의 탈을 쓰고 사실관계 조작은 물론 여론 오도에 앞장서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데 결정적 동반자, 협조자 역할을 담당해왔다. 21세기에 벌어진 추악한 권언 야합은 수구세력의 장기집권을 목표로 수구 방송을 만들기 위한 언론악법을 불법 통과시키는 일로 이어지고 드디어 방송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다.

조중동 방송의 개국은 한나라당과 청와대 등이 방송 광고 영업을 이들 종편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황금 채널을 배정하는 쪽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편법과 특혜로 얼룩진 가운데 이뤄진다. 조중동 방송은 합동으로 개국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는 종편채널 내부적으로 경쟁하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 연합전선을 펴겠다는 세 과시의 모습이다. 족벌 신문과 방송의 겸업이 가져올 결과는 상상하기에도 끔찍하다. 권력과 자본의 이익을 챙기는 기사 상품이 양산되고 마이너 언론을 도산시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조중동 족벌신문이 한미 FTA 반대 시위의 불길을 끄기 위해 ‘전문 시위꾼’, ‘SNS=괴담‘ 등을 대서특필하고 있는데 조중동 방송이 이에 합세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조중동 방송이 지상파 TV가 현재 뉴스 보도에서 써먹고 있는 꼼수인 ‘깔아뭉개기, 초점 흐리기, 시선 분산, 여론 오도’ 등의 수법을 흉내 낼 것은 자명하고 한 술 더 뜨는 식의 사이비 언론 행각을 벌일 것은 예정된 일로 보인다.

한미 FTA 반대 시위 양상이 심상치 않고 그 불길을 끄려는 권언 야합이 더욱 흉한 모습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동 방송이 반사회적인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는 자칫 시민사회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식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뉴 미디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전통적 형식의 방송, 종이신문이 여론을 주도하는 추세는 점차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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