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블로거의 공동구매 형식을 취한 불량상품 판매사건은 이용자의 사용 체험이나 논평이 실제 특정상품의 구매중개 행위로 이어졌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 실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것은 그간 인터넷의 사이버 커뮤니티 안에서 빈번하게 문제가 된 사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대부분 인터넷 사이버 커뮤니티는 특정 취미나 기호 등에 따라 동호인들이 서로 간에 긴밀하게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채널이 되고 있다. 또 그 과정에서 크든 작든 직거래 구매대행과 같은 형식의 공동구매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그러한 특정 동호인 커뮤니티가 선호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다른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이러한 커뮤니티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별 할인공급 혹은 협찬 등과 같은 형식으로 지원해 온 전례가 있다. 

   
최근 불량품 공동구매로 문제가 되었던 블로거 베비로즈의 블로그.
 
분명히 이용자·소비자들의 논평 행위가 구매 행위로 이어질 때에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항상 논란의 소지를 안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이버 커뮤니티들이 이러한 공동구매 행위 때문에 커뮤니티 자체가 분열되거나 깨어지는 경우를 겪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같은 공동구매 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이득에 대해서도 이미 세무당국이 관계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일반 이용자들의 다분히 주관적인 체험담이나 평가가 늘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가장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개개인의 평가나 주장을 수용하고 실제 구매행위에 고려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이용하는 또 다른 이용자·소비자들의 몫이다.

이 같은 블로거의 공동구매 행위 등과 관련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추천 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하면서 “특정 분야의 업적 등으로 인해 TV,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등의 매체를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거나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의 경우에는 “추천, 보증 등의 내용이나 신뢰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중략)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으며 더 나아가 앞으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이 아닌 개개인 소비자들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체험담이나 평가의 글은 본질적으로 공급자와 소비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자들이 이미 입소문이 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입소문이 결국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본 이들의 체험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사업자의 일방적인 자화자찬보다 훨씬 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오늘날에는 그러한 평판이 대부분 가장 빠른 정보 유통 경로인 인터넷을 통해서 형성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개개인 이용자들의 체험담이나 논평이 실제 여타 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 신뢰를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블로거들의 양식과 수용자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궁극적으로 수용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블로거는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행위에도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우려하는 대로 공급업자와 블로거 간에 보이지 않는 거래행위로 인해 사실상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블로거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혀야 하겠지만 이것은 사실 개개인이 표현행위에 있어서 자발적으로 준수해야 할 윤리적 덕목일 뿐 국가가 강제해야 할 의무는 아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과 그것을 토대로 소비생활을 하는 이용자·소비자 간의 신뢰는 시민사회의 자율로 형성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거나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라는 추상적인 명목으로 개개인의 표현 행위까지 정책 당국이 간섭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이렇게 써야 한다는 지침을 소비자가 행정부처로부터 받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쓰지 않았을 때 제재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규제 당국의 발상이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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