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최근 전방위적인 파워블로거 인적사항 조사에 나서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세청과 포털 사이트 네이버 및 다음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2일 네이버와 다음 측에 각각 800명과 500명 씩 모두 1300명의 파워블로거에 대해 ‘부가가치세법’ ‘국세기본법’ 저촉을 들어 인적사항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파워블로거의 인적사항을 분석해 탈루사실이 있을 경우 추징과세할 계획이며, 탈루의 규모가 크거나 변칙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 확인되면 ‘범칙행위’로 보고 고발조치도 할 계획이라고 21일 신수원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이 설명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자료를 이렇게 마구잡이로 수집할 수 있는가를 두고 국세청과 포털사 모두 확실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포털사들은 정보통신망법상의 개인정보 제공 금지 조항과 충돌돼 자료 제공을 해야하는 것인지를 두고 별도의 법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 뿐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에도 ‘통신비밀보호’에 대한 조항(83조)도 있다.

원윤식 네이버 홍보팀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체 법리 해석한 결과, 정통망법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 법무부에 자료 제공을 해도 좋은지 의뢰해놓은 상태”라며 “법무부의 판정 결과에 따라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수원 전자세원과장은 “전기통신사업법 상 통신비밀보호 조항은 ‘특별한 범칙행위’에 대한 조사일 때만 신원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돼있는데, 이는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며 “통신비밀의 보호가 탈세까지 보호될 수는 없다. 개정되지 않으면 자칫 블로그가 탈세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 파워블로그 소개 창
 
국세청이 이 같은 전방위적인 파워블로거 ‘저인망’ 조사에 들어간 배경은 파워블로거들이 블로거 상에서 공동구매 등 각종 상행위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사업자등록이나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는 것.

신수원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은 “전자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파워블로거들의 실상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으로, 사업자등록이나 소득신고가 안돼있는 곳이 많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 수입이 생기면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블로거들이 심각한 탈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언론에서도 (요리나 음식 등 분야의 홍보성 글쓰기로) 소비자 피해를 낳는 블로거가 정작 세금은 내지 않는다고 계속 보도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는 실상은 잘 파악돼있지 않다”며 “사업성 있는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블로거들에 한해 인적사항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요구한 파워블로거 1300명의 블로그에서 모두 상행위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국세청이 요구한 800명의 파워블로거는 지난해 네이버가 선정한 파워블로거 8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파워블로거’ 전원의 자료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800명의 블로그 모든 곳에서 무등록·무신고 행위가 벌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원유철 네이버 홍보팀장은 “800명 가운데엔 정식으로 광고계약을 통해 ‘이미 신고한’ 블로거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신수원 국세청 과장은 “총 규모는 초과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며 “파워블로거 해당자 전원에 대한 인적사항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두고 문제가 되는 블로그는 일부에 그치지 않고,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사실상 전수 조사를 방불케하는 전방위 조사에 들어간 것은 블로그 활동 전체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사회·미디어 등 시사분야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미디어몽구’ 블로그 운영자 김정환씨는 21일 “무작정 블로그 전체를 조사한다는 것은 의심이 된다”며 “분야별로 전문가인 블로거도 많고,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될 만한 사람만 하면 될텐데, 하나로 싸잡아서 문제삼으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와 다음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인적사항을 넘겨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씨는 “법적인 면을 잘 모르는 블로거들의 약점을 이용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자유로운 글쓰기에 위축을 주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다만 블로거들도 양심적으로 했으면 한다. 잘나갈 땐 자랑하기 바쁘고, 반대로 (공동구매 등) 이런 문제가 생기면 블로그 집단 전체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네이버 홍보팀 차장은 “블로그 안에서의 상업행위를 금지하는 명확한 법률은 없다”며 “이번 일로 블로거 집단 전체가 불신을 받는 쪽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많은 블로거의 의견을 종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수원 국세청 과장은 “세금탈루나 소득신고가 안된 사람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는 것이지 정치적 목적은 전혀 없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사업자 등록을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숨어서 활동할 수있는 빌미를 제공해선 안된다는 게 이번 조사의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신상보호도 좋지만 탈세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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