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순서를 바꾼 MBC <우리들의 일밤>이 ‘1박2일’이라는 일요예능 최강자가 있는 KBS <해피선데이>에 참패했다. AGB닐슨 기준 <해피선데이>는 20%, <우리들의 일밤>은 9% 시청률을 기록했다. 새로 선보인 <우리들의 일밤>의 한코너 ‘집드림’이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 후속 코너로 등장했고, ‘나는 가수다’는 여전히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리들의 일밤>이 프로그램 컨셉을 ‘논쟁’으로 잡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제 2회를 맞은 ‘집드림’은 자매 코너 ‘나는 가수다’ 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논쟁적인 프로그램이다.

만듦새의 완성도를 떠나 이 프로그램의 컨셉은 ‘집없는 서민들에게 집을 선물함’이다.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집 아닌가. 내 집 마련에 대해 가지는 시청자들의 절실함이라는 공통된 욕망은 높아져가는 집값에 비례해서 수직상승 중이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시청자들의 이런 절박함은 피하게 힘든 유혹이다. 이 전에도 MBC는 특유의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한 <러브하우스>처럼 집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오프라쇼> 또한 서민들에게 집을 선물하는 코너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드림’이 언급한 두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바로 ‘서바이벌’이라는 점이다.

   
MBC '우리들의 일밤' '집드림' 의 한 장면.
 
서바이벌의 승자가 집을 차지한다?

서바이벌은 프로그램 형식일 뿐이다. 하지만 이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은 흥미를 위해 만든 것임에도 본의 아니게 현재 대한민국 사회가 ‘집’이라는 기표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노출한다. <일밤> ‘집드림’은 참가신청을 받은 가족 중 사연과 가족환경을 통해 16가족을 선발, 퀴즈 토너먼트로 겨루고 최종 우승가족이 집을 선물받는 형식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들이 겨루는 것이 집을 얻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네덜란드 건축사 가족의 집 수납장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 않는가. 물론 이런 점이 공평할 수도 있다. 전적으로 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집을 가진다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의 ‘능력’ 문제를 이미 초월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참가자들이 푸는 ‘퀴즈’가 집을 얻는 것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MBC '우리들의 일밤' '집드림' 의 한 장면.
 
집은 도구일 뿐이고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심리적 문제일 뿐일 수 있다. ‘집드림’은 우주선 같은 외국 가족의 집이 선사하는 신기함과 그를 통한 그들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 대해 가지는 절실함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뿐, 그 절실함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예능답게’ 침묵함으로써 외국의 주거문화라는 거창한 기획의도를 단순한 볼거리로 전락시킨다.

현재 중요한 문제는 ‘왜’이다. 왜 우리는 네덜란드 가족처럼 전원에 멋진 집을 짓지 못하는가. 당연하게도 지나친 서울 과밀화로 인한 출퇴근 문제와, 교육문제, 그리고 설사 그 두가지를 감내한다하더라도 땅을 점유하기 어려운 문제 등 때문 아닌가. 어떤 서바이벌이든 그들의 절실한 생존을 담보로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생존에 내몰려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이입하고 또 응원하는 것이다.

생존의 문제를 운으로 치환하는 무책임한 예능

   
MBC '우리들의 일밤' '집드림' 의 한 장면.
 
이렇게 ‘집드림’의 형식은 우리 사회의 또다른 모습을 노출한다. ‘운에 좌우되는 불가능한 절실함’ 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출연자들은 시가 몇억대의 집이라는 기대 비용을 꿈꿀 것이다. 더 걱정되는 것은 그것을 얻을 우승자의 환희보다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탈락할 가족들의 좌절이다. 그들의 절실함에 비례하여 그 진폭 또한 클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운이 없어서? 그렇다. 그들도 능력의 문제와 별개로 현재 ‘운이 없어서’ 내 집이 없는 것이니 말이다. ‘집’이 절실한 생존의 문제라는데 동의한다면, 그것은 운으로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집드림’이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는 사실에 불편해할 필요는 없다. 단지 이 프로그램이 ‘운없게’ 시청률에 목맨 공영방송에서 하고 있는 것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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